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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의대 교수가 말하는 방역 성공의 요건, 인권 존중

등록 2020-02-22 10:09수정 2020-02-22 17:57

[토요판] 이슈
중국인 대학생 격리 논란

코로나19 이젠 지역감염 상황
확산 봉쇄 목표는 비현실적
의심자 격리조처로 해결 못해

중국인 대학생 자가격리 강제는
혐오 조장 및 인권침해 소지
방역당국 피하게 할 여지도 커

교육부의 학교 휴업조치도 과잉
학생 감염률 낮고 학교가 더 안전
중국인 대학생들이 지난 18일 광주 광산구 호남대학교에서 마련한 격리 기숙사로 들어가고 있다. 호남대는 이날부터 입국한 중국인 대학생 전원을 2주간 격리해 건강 상태를 지켜본 뒤 수업에 참여하도록 했다. 연합뉴스
중국인 대학생들이 지난 18일 광주 광산구 호남대학교에서 마련한 격리 기숙사로 들어가고 있다. 호남대는 이날부터 입국한 중국인 대학생 전원을 2주간 격리해 건강 상태를 지켜본 뒤 수업에 참여하도록 했다. 연합뉴스

▶ 코로나19의 지역사회 확산은 가능성이 아닌 현실로 다가왔다. 순식간에 환자가 100명 이상으로 늘었고 사망자 중에서 양성반응이 나타나기도 했다. 지역사회 확산 자체를 틀어막겠다는 방역 대책은 더 이상 현실적 목표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특히 중국인 대학생에 대한 ‘자가격리’ 조처 등은 인권뿐 아니라 방역 측면에서도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전문가인 이훈재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 글을 보내왔다.

인권이 곧 방역이고, 방역은 생물같이 유연하여야 한다. 고유번호가 매겨지는 코로나19 환자와 중국인에 대한 따가운 시선, 그리고 이 병의 지역사회 유행 양상이 빠르게 변화되는 것을 보면서 두 가지 명제를 떠올리게 된다. 둘은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다.

첫번째 명제는 친구 이야기로 시작해보자. 얼마 전 아들 대학 입학을 기념해 친구가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특별한 의미도 있어 가까운 이웃에게 자랑하며 떠났다. 그런데 귀국 직전 그곳에서의 코로나19 환자 발생이 국내에 크게 보도됐다. 이웃의 경계 분위기를 감지한 친구 가족은 집 대신 교외 펜션으로 향했다. 자가격리 원칙을 모범적으로 실천한 것이 아니라 소문내고 여행 간 것을 후회하며 낯선 곳에서 시간을 보낸 것이다. 해외여행은 소문내지 말고 가야 한다는 교훈 아닌 교훈을 얻었다며 친구는 씁쓸해했다.

요즘 우리나라에 있는 중국인은 씁쓸함을 넘어 불편함을 느낄 것 같다. 대학들이 나름대로의 중국인 대학생 대책 마련에 난리인 탓이다. 사실 최근에 중국을 다녀왔다면 내국인이나 교직원 모두 감염 여부를 철저히 모니터링하고 대학 구성원의 건강 관리에 최선을 다하는 게 당연하다. 다만 원칙은 지켜져야 하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도록 추진해야 한다. 중국인 대학생을 ‘특별 배려’하는 이유가 내국인 대학생과 달리 가족의 돌봄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라면 박수받을 만도 하다. 그런데 대학들은 중국인 대학생이 위험하니 특별관리해야 한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짙어 보인다. 이런 인식은 결국 무리한 방역조치로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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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의 오락가락 지침

무리한 방역조치는 인천공항에 도착할 때부터 시작된다. 필자가 활동하는 지역에서는 입국 절차를 마친 중국인 대학생을 죄인 호송하듯 별도 차량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수송이라는 명칭을 표방하며, 시민과의 접촉 차단을 위한 방역조치의 일환임을 강조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중국발 입국자 특별검역 절차를 부정하는 조치라고 비판받을 수 있다. 인천공항은 세계 최초 확장형 검역 시스템을 도입해 발열 감시 카메라를 이용한 열체크 이외에도 개별 체온 측정과 자가진단 앱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의심환자로 확인되면 바로 격리조치에 들어간다. 이런 절차를 통과한 중국인 대학생을 대학이 별도 수송하는 것은 좋게 해석한다 해도 편의 제공 이상의 의미는 없다. 오히려 차별과 구분을 조장하기 때문에 안 하느니만 못한 일이다.

중국 방역당국이 공개한 자료를 기반으로 대략 추정해 보니 7만여명의 중국인 대학생 중 잠복기 상태로 입국할 가능성이 있는 인원수는 많아야 손가락으로 꼽을 수준이다. 이동하면서 시민에게 전파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이다. 그 노력과 비용을 꼭 필요한 코로나19 방역활동에 투입했으면 하는 게 필자의 개인적 평가이다.

필자는 대학 차원에서 진행하는 ‘자가격리’를 쫓아다니며 반대하기도 했다. 중국인 대학생은 자가격리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력이 있는 대학이라면 기숙사 등에 입소하도록 하여 모니터링과 건강관리를 지원해줄 수는 있다. 혼자 있기를 원하는 학생에게는 1인실을 제공하면 좋고, 친구와 같이 있겠다면 다인실을 배정해도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수감자처럼 독실에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1인실 격리’는 목적과 방법이 타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환자도 아니고 확진자와 접촉을 했다는 객관적 증거도 없는 중국인 대학생을 시설에 입소하도록 한다면 당사자들도 편익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이를테면 온라인 강의를 통해 학점을 취득하거나 가벼운 체육활동으로 건강관리를 할 수 있도록 운영의 묘를 발휘해야 한다. 입소를 희망하지 않는 학생들에게는 현실적이고 내실있는 능동감시를 해야 한다. 지금 같은 때 지도교수들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자가진단 앱을 제대로 사용하는지와 건강관리에 어려움이 있는지를 챙기고 도와주면 좋을 것이다.

무엇보다 ‘격리’라는 용어를 대학에서 너무 쉽게 사용하는 게 문제다. 격리조치는 법에서 그 대상과 목적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무시무시한 수단이다. 동물이라면 살처분(殺處分)에 해당하는 조치이며, 의지에 반하여 신체자유를 박탈하는 행위이다. 따라서 기대할 수 있는 사회적 편익이 인권 침해의 크기를 훨씬 능가할 때만이 격리조치는 정당화된다. 공익을 위해 개인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므로 그에 합당한 지원과 정서적 배려도 있어야 한다. 교육부는 공식 발표를 통해 “중국인 대학생은 자가격리는 필요하지 않으며, 등교 중지와 외출자제 권고를 하면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면서도 가급적 1인실 기숙사 시설을 활용하여 14일간 격리조치를 하라는 지침을 내리고 있다. 일관성 없고, 대다수 대학은 여건상 따를 수도 없는 지침이다.

민감한 방역 용어를 임의적으로 사용하고, 현실성 없는 대책을 내놓는 것은 감염병 위기소통 실패를 초래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대학에서 중국인 대학생을 법적 자가격리 대상자로 취급하는 것은 교육부가 자초한 난맥상이다. 중국인 대학생을 불편하게 하고 움츠리게 만드는 이런 과잉 조치는 인권침해 소지도 크고 이후의 방역을 어렵게 한다. 그래서 필자 주변의 대다수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난감해하고 있다.

며칠 전 교육부 장관은 “중국인 대학생도 보호받아야 할 우리 학생”임을 강조하였다. 바람직한 얘기였고, 이제라도 전향적 변화가 있기를 바랐다. 그런데 이어서 발표된 구체적 방침들은 별반 달라진 것이 없었다. 오히려 식당과 도서관 이용 제한이나 휴학 권고 등과 같이 중국인 대학생을 자극하거나 위축시킬 수 있는 무리한 대책을 보태기도 하였다.

앞선 코로나19 관련 교육부와 일선 교육청의 대책 중에서도 방역 원칙, 선진국 관련 동향, 그리고 교육부 관련 매뉴얼에 어긋나는 것이 여럿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1월 말부터 시작된 학교 휴업 조치였다. 그나마 이 덕분에 코로나19 유행을 지연시킬 수 있었다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그러나 학교 휴업 같은 조치는 코로나19가 지역사회에 확산되는 단계에서 활용할 만한 대책이었다. 천재지변이나 극심한 사회혼란기를 연상하게 만드는 학교 휴업을 너무 서둘렀던 것이다. 이에 코로나19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와 경계심리를 과도하게 키운 면이 분명히 있다. 다만 최근 코로나19가 지역사회 본격 유행 양상이 감지되고 있으니 학교 휴업이 조만간 진짜 필요하게 될 수도 있다.

14일 오후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출입문에 코로나19와 관련해 불필요한 오해나 공포 유발은 자제하자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었다. 연합뉴스
14일 오후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출입문에 코로나19와 관련해 불필요한 오해나 공포 유발은 자제하자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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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80%는 경미한 증상 뒤 회복

학교 휴업 조치는 기대와는 달리 학생을 더 위험한 환경에 노출되게 만들 수 있어 득실을 면밀히 따져야 한다. 학생들의 감염률은 성인에 비해 현저히 낮다. 따라서 학생들이 모여 있는 학교가 안전지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학교 휴업 기간 중 극장이나 식당 등 어른들이 붐비는 곳을 찾게 되면 전파 가능성은 커진다. 그래서 감염병 유행 시 학교 휴업을 결정할 때는 지역 방역당국과 협의하고, 무엇보다 전문가 자문을 받아야 한다. 교육부 매뉴얼에도 이러한 원칙과 절차는 규정돼 있다. 하지만 상황 분석과 논의를 건너뛰어 학교 휴업은 유행처럼 번져버렸다. 어느 교육청은 환자 동선 1㎞ 반경에 위치한 학교를 휴업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선언했다. 심지어 학부모가 환자와 접촉했다는 이유로 휴업에 돌입한 학교도 있다고 한다. 이는 멧돼지 접촉을 통해 전파되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 방식에 가깝다. 그 병은 주로 감염된 돼지의 침·분변·혈액 등과 접촉했을 때 전파되고, 바이러스는 환경 중에서 수개월 생존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반경 3㎞ 이내의 살처분을 실시한다.

코로나19의 역사는 이제 갓 2개월이지만 새로운 사실과 합리적 판단의 근거들이 제법 확보되었다. 이제 두 번째 명제에 관한 얘기를 이어가려 한다. 의과대학생에게 역학(疫學) 수업을 하며 “방역도 생물 같아야 한다”고 설명한다. 정치적 상황이 그러하듯 감염병 유행은 언제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기도 어렵고, 상황의 변화를 정확히 평가하여 유연히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시점이 바로 그렇게 해야 할 때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코로나19에 관한 새로운 전망과 기존 방역 전략의 점검과 보완을 권고했다. 지금까지의 방역은 코로나19가 사스와 유사함을 전제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후 드러난 코로나19 정체는 사스와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중국 방역당국의 보고에 의하면 환자의 80%는 경미한 증상을 앓고 회복되었다고 한다. 어린이와 학생은 전체 환자의 2%에 불과하며, 현재까지 한 명 사망하였다. 반면 60살 이상의 고령자가 전체 사망자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즉 젊은 사람에게는 가벼운 병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노인이나 만성질환 환자들에게는 위중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전파력은 사스보다 더 크다고 평가되고 있다. 게다가 중국에서 워낙 큰 유행이 발생한 것까지 고려한다면 지역사회 확산 자체를 억지로 틀어막겠다는 것은 현실적인 방역 목표가 아니었다. 실제 며칠 전부터 지역사회 환자 발생이 이어짐에 따라 방역당국은 앞으로의 방역 목표와 전략을 수정 중에 있다고 한다. 환자 발생 자체를 최대한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하여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노인이나 만성질환 환자 보호에도 방역 역량을 집중하게 될 것 같다.

코로나19의 지역사회 확산은 가능성이 아닌 현실로 다가왔다. 순식간에 환자가 100명 이상으로 늘었고 사망자 중에서 양성반응이 나타나기도 하였다. 걱정스럽기는 하지만 2009년 신종플루 경험을 생각한다면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한때 우리를 공포로 떨게 했던 신종플루는 지역사회 큰 유행을 거쳐 지금은 계절독감의 일부분으로 그 위세가 추락했다. 아마 감염병들은 유사한 과정을 거쳐 지금 모습으로 진화했을 것이다. 코로나19의 위험을 정확히 알고, 우리 모두를 이롭게 할 수 있도록 행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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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성공 위해선 혐오 경계해야

젊은 사람들에게는 코로나19가 중한 병이 아닐 수 있다. 그래도 걸리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래야 코로나19가 확산돼 큰 피해를 볼 수 있는 노인과 만성질환 환자들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 손씻기나 환경위생을 더욱 강화하고, 불필요한 외부활동도 당분간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의심 증상이 나타날 경우 지체하지 말고 검사와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증상이 가볍다고 하여 혼자 조용히 이겨내려 해서는 안 된다. 타인에 대한 전파 가능성에 주의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필자가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환자와, 의심 증상이 있는 사람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협조의 중요성이다. 이들이 움츠러드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돼서는 안 된다. 중국인 대학생을 특별관리해야 한다는 대학의 인식이 오히려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필자가 보는 이유다.

방역을 위해서라면 인권은 잠시 접어도 된다는 시각은 위험하다. 방역을 생각한다면 더욱 인권을 존중하여야 한다. 불합리한 이유로 인권을 침해하거나 낙인을 조장하게 되면, 당사자들은 방역당국을 피하게 된다. 증상이 있어도 혼자 버티려 할 것이고 결국 전파 가능성만 커진다. 예방수칙을 잘 지키겠다는 각오도 흔들릴 수 있다. 공중보건이라는 용어 자체에는 개인보다 공익을 우선한다는 뉘앙스가 있다. 그런데 개인의 인권이 존중되지 않고서는 공중보건의 목표는 멀어질 것이다.

어떤 이는 ‘중국인 혐오 현상’도 코로나19가 현재까지 남긴 큰 피해라고 지적한다. 관점은 조금 다르지만 필자도 공감한다. 누군가를 혐오하는 것은 그 자체로 나쁜 일이다. 그런데 지금의 감염병 위기상황에서 방역의 주 대상을 혐오한다면 효과적인 방역이 어려워진다. 따라서 환자뿐 아니라 중국인 혐오 현상을 우리는 경계하여야 한다. 그것은 모두에게 피해를 주는 부메랑이 될 여지가 크다.

이훈재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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