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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정신병동 2명 빼고 전원 확진...열악한 폐쇄공간이 부른 비극

등록 2020-02-24 04:59수정 2020-02-29 00:37

청도대남병원 집단감염 왜?

사망자 4명 정신병동 입원환자
환자들 폐쇄병동에 다인실
탈출 막으려 창문 막거나 작게
환기 잘 안되는 공간서 밀집생활

정신질환 격리 집중, 돌봄은 소홀
전문 의료진 부족…대남병원 2명뿐
지난 21일 오전 경북 청도군 청도대남병원에서 질병관리본부 관계자가 방역 소독을 하고 있다. 이 병원 정신병동에선 입원환자 105명 가운데 103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연합뉴스
지난 21일 오전 경북 청도군 청도대남병원에서 질병관리본부 관계자가 방역 소독을 하고 있다. 이 병원 정신병동에선 입원환자 105명 가운데 103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연합뉴스

코로나19가 우리 사회에서 오랫동안 격리된 채 폐쇄(보호)병동에서 지내온 정신장애인 환자들을 덮쳤다. 경북 청도군 청도대남병원 5층 정신과 폐쇄병동 입원 환자 가운데 2명을 제외한 101명이 모두 코로나19에 감염됐다. 그중 4명은 끝내 숨졌다. 이런 집단감염의 비극은 정신장애인이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기반 마련은 미룬 채 적은 비용으로 병원에 격리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 발표에 따르면, 청도대남병원 폐쇄병동 환경은 코로나19가 이 병원에서 급속도로 확산된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정은경 본부장은 “청도대남병원 확진자 다수는 정신병동에서 나왔다”며 “폐쇄병동의 밀접한 접촉 형태, 환기 부족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의 설명은 더 구체적이다. 이영렬 전 국립부곡병원장은 “입원 환자들의 탈출을 방지하기 위해 병동 창문을 작게 만들거나 아예 안 열리게 한다”며 “그렇다 보니 환기가 어렵고 청소를 자주 할 수 있는 치료 환경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국립 정신의료기관 관계자는 “우리나라 정신과 보호병동 절반 이상은 여전히 수용 시설에 가깝다. 경제적으로 어려워 의료급여를 받는 환자들이 많고 (진료에 필요한 비용인) 수가도 낮아 대부분 다인실에서 지낸다”고 말했다. 정신과 폐쇄병동 치료 환경이 일반 의료기관보다 열악해 감염병 위협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신병동에선 신체 질환을 점검하는 게 우선순위가 아니어서, 코로나19 증상 발견이 늦어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일반적인 입원 치료와 달리, 정신병동에선 의료진이 부족해 환자의 체온 변화를 일주일에 한번 정도만 확인하는 등 신체 건강 상태를 날마다 점검하진 않기 때문이다.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은 정신병원 입원 환자 60명당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1명을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청도대남병원 정신병동에선 전문의 2명이 100여명을 치료해왔다.

앞서 중대본은 “이달 15일 전후 청도대남병원 정신병동 환자 대다수에게 발열 증상이 있었으며, 폐렴 환자가 생기면서 검사가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국내 코로나19 확진 사망자 6명 가운데 4명이 청도대남병원 정신병동 입원 환자였다는 점은, 이미 폐렴이 진행된 뒤 검사가 이뤄진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이 병원 확진자 다수가 만성질환을 앓고 있거나 영양 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사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그나마 청도대남병원엔 정신과 이외 전문의가 있어 코로나19 감염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검사 의뢰도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 이영렬 전 원장은 “가정의학과·내과 전문의를 고용하지 않은 정신병원도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김문근 대구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정신장애인을 입원 치료할 땐 신체 질환을 돌볼 지원체계가 잘 갖춰져 있어야 한다. 하지만 한국에선 정신질환자를 사회에서 격리해 장기 입원시키는 데만 관심을 둘 뿐, 병실 안에서의 신체 건강이나 영양, 기본적 생활환경 등은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건당국은 코로나19 지역사회 감염에 대비해 요양병원에서 일하는 종사자의 외국여행 이력과 업무 배제 여부, 폐렴 환자 입원 여부 등을 점검했으나 정신의료기관에 대해선 별다른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한편 중대본은 청도대남병원 정신병동을 ‘코호트 격리’ 조처했다고 이날 밝혔다. 환자와 의료진이 병동에 모두 격리되는 조처다. 정은경 본부장은 “정신병동에 남아 코호트 격리하는 분들은 증상이 경증이거나 폐렴이 없는 분들”이라며 “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과 전문의와 감염관리 의사를 투입해 치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현정 배지현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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