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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10대 성장담이 복합 판타지를 만났을 때

등록 2020-02-29 16:25수정 2020-03-02 10:05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미국 드라마 <아이 엠 낫 오케이>

올해 17살이 된 시드니(소피아 릴리스)는 얼마 전부터 몸에 이상한 변화를 느낀다. 속에서는 늘 무언가가 부글부글 끓는 듯한 기분이고, 한번 화가 나면 감정을 통제하기 어렵다. 삶은 더 엉망진창이다. 아빠가 쪽지 한 장 남기지 않은 채 스스로 세상을 저버린 뒤 생계를 책임지게 된 엄마 매기(캐슬린 로즈 퍼킨스)는 부쩍 시드니에게 잔소리가 늘었다. 유일한 친구 디나(소피아 브라이언트)는 얼굴만 반지르르한 브래드(리처드 엘리스)와 연애하느라 정신이 없다. 아랫동네 사는 특이한 소년 스탠(와이엇 올레프)이 시드니에게 다가오지만, 시드니가 설레는 상대는 디나뿐이다. 세상 모든 것에 짜증이 나던 밤, 시드니는 생각만 하면 무언가를 파괴할 수 있는 초능력이 자신에게 생겼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달 초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7부작 시리즈 <아이 엠 낫 오케이>(원제 ‘I Am Not Okay with This’)는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소녀가 슈퍼파워를 갖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판타지 드라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가운데 젊은 층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두 작품 <빌어먹을 세상 따위>와 <기묘한 이야기>의 제작진이 함께 만든 신작으로, 공개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내용도 <빌어먹을 세상 따위>의 달콤하고 쌉싸름한 10대 성장담에, <기묘한 이야기>의 복합적인 판타지를 결합한 듯한 이야기다. 제작진의 전작들 영향이 뚜렷함에도, 10대들의 복잡미묘한 심리에 대한 섬세한 묘사를 비롯해 개성 넘치는 캐릭터, 블랙 유머, 감각적인 영상미 등 매력적인 요소가 넘쳐난다.

작품 배경 중에서 눈여겨봐야 할 이름은 원작자 찰스 포스먼이다. <빌어먹을 세상 따위>의 원작자이기도 한 이 그래픽 노블 작가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세상과 가장 불화하는 세대’에 대한 감각적인 탐구를 이어간다. 자신을 ‘따분한 17살짜리 백인 여자애’라고 소개하는 시드니는,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지루한 마을’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빌어먹을 세상 따위>의 17살 주인공들과 똑 닮았다.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지 이해하려 하기보다 획일화된 교실에 몰아넣고 통제하기에 더 급급한 기성세대 아래에서, 분노와 두려움, 소외감에 시달리는 소년 소녀들은 주체하기 힘든 파괴 충동에 빠지게 된다.

그나마 <빌어먹을 세상 따위>의 과격한 유머에 비하면 다소 유순해 보였던 <아이 엠 낫 오케이>도 시즌 최종 에피소드에 이르면 살벌한 맨얼굴을 드러낸다. 스탠 대사의 복선대로 예정된 운명 같은 시드니의 파티장 감정 폭발 장면과 한밤의 질주 장면은 청춘물의 낭만적인 클리셰를 잔혹하게 깨부순다. 언제 폭발할지 모를 슈퍼파워를 통제하기 위해 그토록 몸부림쳤던 소녀는 막강한 힘에서 해방됨으로써 또 다른 성장의 길목에 들어선다. 벌써 시즌2가 기다려지는 짜릿한 결말이다.

티브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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