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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용수 할머니, 추가 폭로 없이 정대협·윤미향에 배신감 토로

등록 2020-05-25 21:33수정 2020-05-27 02:43

2차 회견, 어떤 내용 담았나
정신대·성노예 표현 불쾌감
“정신대는 공장 할머니들인데
위안부와 합해 쭉 이용했다…
왜 더러운 성노예라고 하냐”
정의연 “정대협은 위안부 인권단체
성노예는 UN 인정한 공식 표현”

후원금 모금에 모욕감
“모금 왜 하는지…부끄러웠다”
피해자 이용한 모금방식 분노

윤미향에 강한 배신
“사리사욕 챙겨 맘대로 국회로
30년 같이 해왔는데 팽개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여성인권운동가 이용수(92) 할머니가 25일 오후 대구 수성구 만촌동 인터불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의기억연대 관련 의혹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 공동사진취재단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여성인권운동가 이용수(92) 할머니가 25일 오후 대구 수성구 만촌동 인터불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의기억연대 관련 의혹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 공동사진취재단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후원금 사용처 의혹 등을 제기한 지난 7일 기자회견에 이어 25일 열린 이용수(92) 할머니의 2차 회견은 더욱 날이 서 있었다. 이 할머니는 ‘30년 동지’였던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자에 대한 짙은 배신감을 격한 언어로 토로했다. 정의연은 기자회견 뒤 “오늘 기자회견을 안타까운 심정으로 지켜보았다”며 일부 사실과 관련한 역사적 배경을 밝히는 설명자료만을 냈다.

이 할머니는 이날 오후 2시40분께 휠체어에 탄 채 무거운 표정으로 대구 수성구 인터불고 호텔에 모습을 드러냈다. 건강이 악화돼 기자회견을 하기 어렵다는 평도 나왔지만, 준비해 온 원고를 보지 않고 수십년 전의 날짜까지 밝히며 쌓여온 말들을 이어갔다. 중간중간 감정이 격해져 울먹이거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지만 구순을 넘긴 나이에도 기자들의 질문에 끝까지 답하고 회견을 마쳤다. 그는 공식 발언에 앞서 “누구를 원망하고 또 잘못했다고 하는 건 제가 처음에 기자회견을 할 때 했다. 그런데 너무도 많이 생각도 못 하는 것이 나왔다”며 “그것은 검찰에서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이 기자회견이 추가적인 의혹을 제기하기 위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 할머니는 1992년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실무 간사로 만난 윤 당선자와 30년간 함께 위안부 문제 해결 운동을 해오며 느낀 분노를 주로 토로했다. 그가 짚은 대목은 크게 네 가지다. 먼저 이 할머니는 정대협의 ‘명명’을 문제 삼았다. “(근로) 정신대는 공장에 갔다 온 할머니들인데 위안부(피해자)를 정신대 할머니와 합해 쭉 이용했다. 30년 동안 (위안부 피해자에게) 사죄해라, 배상해라 하는데 일본 사람이 뭔 줄 알아야 사죄하고 배상을 하지 않겠냐”는 게 이 할머니의 주장이다. 군수공장 등에 강제동원됐던 여성 노동자들을 일컫는 정신대와 성적인 착취와 폭력을 당한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한데 뒤섞어 문제의 본질을 흐렸다는 취지다. 그러나 정대협이라는 단체명은 운동 초기에 위안부 피해자와 근로정신대 피해자가 제대로 구분되지 않은 데서 생긴 결과다. 1944년 ‘여자정신근로령’에 따라 징발된 근로정신대의 일부는 군수공장으로, 일부는 위안소로 끌려갔다. 정대협은 1990년 설립 당시부터 줄곧 위안부 피해 문제 해결에 집중해온 단체다.

아울러 이 할머니는 첫 기자회견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기자회견에서도 ‘성노예’라는 명명에 모욕감을 나타냈다. 그는 “제가 왜 위안부고 성노예냐. 왜 그 더러운 성노예라고 하냐니까 (정의연 또는 윤미향이) ‘미국 사람 겁내라고 하는 것’이라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다”라고 말했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정대협은 2018년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로 거듭났다. 매주 수요시위(수요집회) 역시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로 개최된다. 유엔이 인정하는 공식 표현이 ‘강제 성노예’여서다. 정의연은 설명자료에서 “‘성노예’는 피해자를 매도하기 위한 용어가 아닌 것은 물론이고, 오히려 피해의 실상을 정확하게 표현하기 위해 학술적으로 구성된 개념”이라고 밝혔다.

세간의 관심을 모은 후원금 문제 역시 이 할머니는 ‘비리’에 앞서 ‘모욕’의 문제로 봤다. 이 할머니는 1992년 실무 간사였던 윤 당선자를 처음 만났던 때를 돌이키며 “일본의 어느 선생님이 돈을 줬다며 100만원씩 나눠줬다. 무슨 돈인지도 몰랐다. 그때부터 모금하는 걸 봤다”고 운을 뗐다. 할머니는 이어 “따라다니며 보니 농구선수가 농구하는 걸 기다리자 그 선수가 돈을 모금해 받아 오더라. 저는 왜 그런지 몰랐다.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돈의 용처를 넘어 윤 당선자가 위안부 피해 운동을 통해 모금을 한 사실 자체를 문제 삼은 것이다.

무엇보다 이 할머니는 함께 운동해온 윤 당선자가 ‘국회의원’의 길을 택한 점을 강하게 성토했다. 그는 “이 사람(윤미향)은 자기 마음대로 뭐든지 하고 싶으면 하고 팽개치고 하는데, 30년을 같이 해 나왔는데 한마디 말도 없이 마음대로 팽개쳤다. 우리 국민들, 세계 여러분들이 데모(수요시위)에 나오는데 그분들도 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그랬다”며 “자기가 사리사욕을 챙겨서 마음대로 또 국회의원 비례대표도 나갔다. 재주는 곰이 하고 돈은 사람이 받아먹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한테 (출마) 얘기도 없었고 자기 마음대로 하는 거니까 제가 무엇을 용서를 하겠냐”고 덧붙였다. 이 할머니는 윤 당선자의 거취와 관련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엔 “그것은 제가 할 얘기가 아니다. 그 사람은 자기 마음대로 했으니까 사퇴를 하고 말고 저는 말 안 하겠다”며 공을 윤 당선자에게 넘겼다.

채윤태, 대구/강재구 기자 cha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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