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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쿠팡, 확진자 숨기고 수백명 출근시켰다

등록 2020-05-27 20:54수정 2020-05-28 02:12

부천 물류센터 64명 집단감염
24일 오전 첫 직원확진 알고도 오후조에 공지 안해 정상출근
뒤늦게 좁은 복도 집합뒤 알려
이들 중 다음날 추가환자 나와
부천시 쿠팡물류센터.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부천시 쿠팡물류센터.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코로나19 확진자가 현재까지 60명 넘게 발생한 쿠팡 부천 물류센터에서 확진자 발생 소식을 처음 알게 된 회사 쪽이 이 사실을 직원들에게 알리지 않고 업무를 강행해 직원 수백명이 정상출근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날 정상출근한 직원 중에서 다음날 확진 판정을 받은 이도 있었다. 27일 오후 8시30분 현재 쿠팡 부천 물류센터 관련 확진자는 모두 64명(인천 30명, 경기 18명, 서울 16명)이지만, 확진자 발생 뒤에도 수백명이 근무를 이어간데다 물류업의 특성상 불특정 다수와의 접촉이 많아 확진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7일 복수의 쿠팡 부천 물류센터 직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쿠팡은 방역당국으로부터 24일 오전 부천 물류센터에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통보받았다. 하지만 이날 부천 물류센터 오후조 직원들은 회사로부터 아무런 공지를 받지 못한 채 업무가 시작되는 오후 5시까지 정상출근했다. 회사 쪽은 이들이 출근한 뒤에야 수백명에 이르는 전체 직원을 물류센터 복도에 모아두고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뒤늦게 공지했다.

계약직 직원 ㄱ(53)씨는 “확진환자가 발생했는데 수백명을 어깨가 부딪힐 정도로 다닥다닥 붙어 서야 하는 좁은 장소에 모아놓고 공지를 듣게 했다”며 “‘확진환자가 어디서 일했는지 적어도 직원들은 알아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물으니 ‘모르겠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계약직 직원 ㄴ(49)씨도 “오전에 확진환자가 발생했으면 적어도 오후조가 출근하기 전에 미리 경고 내용이 담긴 공지를 하거나 아예 출근을 시키지 말았어야 하는 거 아니냐”며 “오전조와 오후조, 심야조가 일하면서 겹치는 시간이 한 시간씩 있다. 확진환자와 겹치는 동선을 명확히 파악해야 하는데 확진환자가 일한 장소나 동선이 공개되지 않으니 알 길이 없다”고 말했다. 3교대로 일하는 물류센터 오전조는 오전 8시~오후 5시, 오후조는 오후 5시~새벽 2시, 새벽조는 밤 11시~아침 7시까지 근무하지만 연장근무가 많아 업무시간이 서로 겹친다.

쿠팡 쪽은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는 반응이다. 쿠팡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24일 오전 최초로 확진환자 발생을 확인한 뒤 오전조를 조기 퇴근시키고 물류센터를 폐쇄한 뒤 방역을 실시했다. 3~4시간 정도면 균이 날아갈 것이라는 방역지침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방역을 실시한 만큼 안전이 확보됐다고 판단해서 오후조가 출근해 일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질본) 쪽 방역지침은 쿠팡 쪽 설명과 달랐다. 질본 관계자는 “질본 권고대로 소독했다면 24시간 이후 충분한 환기를 한 뒤에 개장하라고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쿠팡 쪽은 이날 오후조 직원들 가운데 첫번째 확진환자가 일한 포장 쪽 근무자 일부만 자가격리자로 추리고 나머지는 정상근무를 하게 했다. 이 때문에 다수 오후조 직원들은 정상근무 시간인 이튿날 새벽 2시까지 근무했다. 27일 경기 부천시청이 올린 확진환자 이동 경로를 보면, 24일 오후조 출근자 가운데 1명이 출근 이후 근육통과 코막힘 등 증상이 나타나 25일 검사 결과 확진 판정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결국 쿠팡 쪽의 이런 허술한 초기 대응이 수천명이 근무하는 부천 물류센터를 중심으로 한 집단감염을 낳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부천 오정동에 있는 쿠팡 물류센터는 연면적 30만5052㎡ 지상 5층 규모 건물로 지난 3월부터 운영됐다. 이 센터는 수도권 서부지역으로 배송되는 신선식품을 처리하는 곳이다. 작업은 6층 옥상 하역장에서 아래층으로 컨베이어벨트를 통해 물품을 운반하며 배송지별 선별·포장 등을 거쳐 마지막으로 배송 트럭에 싣는 구조로 이뤄진다.

공간 구조상 직원 간 접촉할 일은 많지 않지만, 휴식 및 식사 시간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거나 동선이 겹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2층 포장 공정에서 일하는 40대 남성 직원은 “일하다 보면 땀범벅이어서 마스크가 벗겨지거나 찢기는 일도 다반사다. 보통 개인 마스크를 사용하는데, 작업 중 마스크에 문제가 있을 때 회사에서 지급한다”며 “식사도 수백명이 같은 공간에서 하는데, 별도로 거리두기는 하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ㄱ씨 역시 “제품을 골라주는 사람들이 포장 쪽이 바쁘면 와서 포장을 도와주곤 한다. 단기 아르바이트들은 여기저기 엄청나게 돌아다닌다”며 “물류센터는 어디를 어떻게 왔다 갔다 했는지 추적할 수도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방역당국과 쿠팡 쪽은 26일 뒤늦게 직원과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전수조사를 통보했다. 27일 부천종합운동장 부설주차장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서 만난 한 20대 남성은 “지난 23일 물류센터 1층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센터에서 첫 확진자가 나오고 전후로 2주까지 일했던 모든 사람에게 검체 검사를 받으라고 통보해 선별진료소를 방문했다”며 “별다른 증상은 없지만, 혹시나 싶어 결과가 나오기까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경기도 역시 이날 오후 4시 긴급 방역점검회의를 열어 쿠팡 배송요원 2500여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관내 3만㎡ 이상 규모의 물류창고를 대상으로 시설물 방역과 발열 체크, 마스크 착용 등을 우선 점검하기로 했다. 현재까지 해당 물류센터 직원과 방문객 4156명에 대해 전수검사를 실시해 63.3%인 2633명의 검사를 끝냈다.

전광준 홍용덕 기자, 부천/이정하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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