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추모행렬엔 비정규직·마을활동가도…“약자 정책 폄훼 않길”

등록 2020-07-12 21:09수정 2020-07-13 02:44

[시민들 분향소 발길 이어져]
“장애인 정책 좋아진걸 느껴왔는데”
“마을공동체 사업 축소될까 걱정돼”
“생명 지키는 활동하며 만나 인연”
“서민 위해 정책 만들고 자기 낮춰”
추모객들, 박 시장 추억하며 애도

서울청사 유리문·벽에 노란 추모지
세월호 유가족들도 빈소 찾아 조문
12일 오전 서울광장에 마련된 고 박원순 서울시장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분향을 마친 뒤 돌아서서 나가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12일 오전 서울광장에 마련된 고 박원순 서울시장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분향을 마친 뒤 돌아서서 나가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박원순 서울시장의 장례식을 하루 앞둔 12일, 서울광장에 차려진 시민분향소엔 시민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은 각자의 사연을 품고 박 시장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추모했다.

서울시는 공식 조문을 시작한 11일부터 이틀 새 1만4719명(12일 오후 4시 기준)의 조문객이 시민분향소를 찾았다고 밝혔다. 이틀 내내 서울광장 주변엔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의 조문 행렬이 길게 늘어섰다. 조문은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체온 측정과 손 소독을 마치면 분향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문 중에 눈물을 흘리거나 주저앉아 오열하는 시민들의 모습도 보였다.

긴 추모 행렬 사이에선 장애인 활동보조사, 마을활동가, 비정규직, 종교인 등 박 시장의 추억이 있는 추모객들도 만날 수 있었다. 휠체어를 탄 학생과 함께 분향소를 찾은 장애인활동보조사 하아무개(56)씨는 “16년째 이 일을 하고 있는데 박 시장님이 당선되고 장애인 정책이 매년 좋아지는 걸 몸소 느끼고 있다”고 돌아봤다. 그는 이어 “성추행 의혹의 진실은 밝혀져야 하지만, 이 논란에 묻혀 박 시장님이 10년간 약자들을 위해 펼친 정책 모두가 폄훼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마을공동체 활동가인 김윤희(43)씨는 “은평구의 산새마을을 비롯해 곳곳에 생겨난 마을공동체 덕분에 서울이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도시가 됐다”며 “시장님의 부재로 마을공동체 사업이 축소될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고 말했다. 2년 전 서울시민청에서 기간제 직원으로 근무한 임용재(36)씨는 “박 시장님은 마주칠 때마다 항상 아버지 같은 미소로 인사해주셨다”고 돌이켰다.

추모객들 사이엔 승복과 수녀복을 입은 종교인들도 있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수녀는 “박 시장이 생전에 생명을 지키는 활동을 하면서 만난 인연이 있다”며 “여기에 모인 사람들 모두가 같은 심경일 것”이라고 말했다.

휴일인 12일엔 가족 단위 조문객도 여럿 분향소를 찾았다.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과 조문한 박아무개(38)씨는 “어른이 돌아가시니 마음이 아팠다. 조문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인 것 같아서 왔다”고 말했다. 일부러 인천에서 찾아왔다는 장일웅(48)씨는 “나는 인천에 살고 지지하는 정당도 없지만, (박 시장은) 서민을 위해 정책을 만들고 자기를 낮췄던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2일 오후 서울광장에 마련된 고 박원순 서울시장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분향을 마친 뒤 서울시청 들머리와 벽면에 추모글을 쓴 메모를 붙이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12일 오후 서울광장에 마련된 고 박원순 서울시장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분향을 마친 뒤 서울시청 들머리와 벽면에 추모글을 쓴 메모를 붙이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일부 추모객들은 박 시장이 ‘성추행’ 의혹으로 고소당한 것과 관련해선 복잡한 심경을 밝혔다. 이날 충남 당진에서 가족과 함께 온 김아무개(44)씨는 “여성단체들이 (5일장) 반대 입장을 내는 것도 이해는 간다. 여기까지 오는 게 쉽지 않았다. 정말 고민이 많았다”고 말했다. 전날 분향소를 찾은 윤연희(44)씨도 “인간적으로 존경한 분”이라면서도 “민감한 내용의 의혹에 대해선 박원순 시장이 기존에 추구하던 가치와 반대됐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남은 사람들에게 과제가 많이 남았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들은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폐쇄해둔 서울시 청사 정문 앞에 꽃을 둬 추모의 뜻을 나타내기도 했다. 정문 폐쇄를 알리는 게시판과 청사 유리문과 벽 곳곳에는 박 시장을 추모하는 노란 메모지가 붙어 있었다.

서울광장에서 3㎞ 떨어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빈소에선 이날 낮 1시께 입관식이 열렸다. 낮 1시30분께 조문을 마치고 나온 송하진 전북지사는 기자들과 만나 “입관식 내내 침통한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애초 입관식은 11일 예정돼 있었으나 상주인 아들 박주신씨의 귀국 일정 등에 맞춰 조정됐다. 영국에 체류 중이던 박씨는 11일 오후 2시께 입국했으나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은 뒤인 저녁 8시40분께 빈소에 도착해 조문객을 맞았다.

전날과 마찬가지로 정관계 인사들도 꾸준히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2014년부터 서울시 정무부시장으로 박 시장과 호흡을 맞춘 임종석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은 이날 오전 10시께 부인과 김종천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과 함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민주당의 홍익표, 인재근, 남인순 의원 등도 아침 일찍 빈소를 찾았다. 2011년 별세한 김근태 의원의 부인인 인 의원은 조문을 마친 뒤 취재진에게 “가족들을 위로하고 작별 인사를 하러 왔다”며 “(박 시장과) 정말 가족처럼 친하게 지냈다”고 돌이켰다. 오후에 빈소를 찾은 안규백 민주당 의원은 “비통하다”면서도 “마지막 가는 길에 많은 조문객과 시민이 함께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하다”고 말했다.

박 시장과 생전에 남다른 인연을 맺은 문화계와 재계 인사들도 빈소를 찾았다.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등도 조문했다. 조문을 마친 뒤 유홍준 교수는 취재진에게 “박 시장은 문화 마인드가 강해 화가나 가수들과 오랫동안 여러 일을 해왔다. 안타깝다”고 말했다. 저녁 7시께엔 노란 점퍼를 입은 세월호 유가족들이 추모를 위해 장례식장을 찾았다.

강재구 옥기원 서혜미 기자 umkij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홍세화의 마지막 인사 “쓸쓸했지만 이젠 자유롭습니다” 1.

홍세화의 마지막 인사 “쓸쓸했지만 이젠 자유롭습니다”

봄 맞아 물오른 버드나무 40그루 벤 뒤…5만평 모래톱 쑥대밭으로 2.

봄 맞아 물오른 버드나무 40그루 벤 뒤…5만평 모래톱 쑥대밭으로

의대 증원 1000~1700명으로 줄 듯…물러선 윤 정부 3.

의대 증원 1000~1700명으로 줄 듯…물러선 윤 정부

김건희 여사에 명품백 건넨 목사, 스토킹 혐의로 입건 4.

김건희 여사에 명품백 건넨 목사, 스토킹 혐의로 입건

이종섭의 ‘자백’,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다 [논썰] 5.

이종섭의 ‘자백’,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다 [논썰]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