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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은수미 시장직 유지, 검찰이 항소이유서 잘못 쓴 덕분?

등록 2020-07-13 04:59수정 2020-07-13 09:20

대법 “검찰이 양형부당 사유 안 썼는데
2심이 더 무겁게 선고한 건 잘못”
대법이 다른 사건에도 그랬나 ‘뒷말’
양형부당 사유 기준, 선별 적용 우려
지난 9일 오전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은수미 성남시장이 경기도 성남시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일 오전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은수미 성남시장이 경기도 성남시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법원이 ‘검찰 항소 이유의 불명확성’을 문제 삼아 은수미 성남시장의 시장직을 사실상 유지해주는 내용으로 항소심 판결을 파기하면서, ‘양형부당’ 사유의 명확성을 둘러싼 해석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양형부당 사유의 구체적 기준이 설정되지 않을 경우 법원이 개별 사건 판결에 이를 선별적으로 적용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지난 9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은 시장의 상고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은 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죄를 인정한 원심 판단에는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지만 검찰이 항소심 재판부에 써낸 항소이유서의 ‘절차적 흠결’을 지적했다.

은 시장은 2016년 6월부터 1년간 개인적인 정치활동을 하러 이동할 때마다 성남 지역 기업으로부터 모두 95차례 차량 편의를 제공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은 시장의 범죄 혐의에 정치자금법 45조1항(해당 법에 규정되지 않은 방법으로 정치자금 수수)과 2항(법인으로부터 정치자금 수수) 위반을 적용했다. 1심은 정자법 45조1항만 유죄를 인정해 벌금 90만원을 선고했다. 100만원 미만의 벌금형이기 때문에 시장직 유지가 가능한 형량이었다. 검찰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고, 2심은 1심처럼 45조 1항만 유죄로 인정하며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검찰이 제출한 항소장과 항소이유서에 ‘양형부당’이라는 문구만 있고 구체적 이유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검찰이 구체적인 양형부당 이유를 적시하지 않았으니 항소심 재판부는 양형부당 여부를 판단할 수 없는데,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한 건 잘못됐다는 논리다. 대법원은 이런 취지를 담은 2008년(알선수재·뇌물공여)과 2017년(공동상해) 판례를 제시했다. 이미 2008년부터 ‘양형부당 이유를 명확하게 적시해야 한다’는 요구가 발생했는데도 법원-검찰 간 뚜렷한 지침이 마련되지 않아 이런 판례가 사건별로 들쭉날쭉 적용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는 검찰이 관행적으로 작성해온 다른 사건 항소이유서와의 형평성과도 연결된다. 통상 검찰은 범죄사실에 따라 유무죄 판단이 엇갈린 판결에 항소할 때 1심의 무죄 부분을 중심으로 항소 이유를 길게 쓰고 마지막에 양형부당을 간략히 설명한다. 검찰의 항소이유서 작성 관행을 미뤄볼 때 다른 사건에서도 대법원이 항소 이유의 불명확성을 꼬집어 균질하게 사건을 다뤘는지 확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로펌 소속 변호사는 “당선 무효 여부 등이 달려 있는 선거 사건에서는 양형이 중요하기 때문에 법원과 검찰이 사건 실무에서 항소 이유 작성 방식에 관해 명확한 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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