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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성소수자 축복을 처벌하는 교회, 부끄러운 역사로 남을 것”

등록 2020-08-05 04:59수정 2020-08-05 10:03

박용현 논설위원의 직격 인터뷰│이동환 목사

퀴어축제에서 축복식 집례 뒤 ‘교회재판’ 회부된 감리교 목사
‘동성애 찬성 땐 정직·면직·출교’ 시대착오적 교회법 첫 적용

신도 커밍아웃 접하며 편견 깨기 시작 “하나님 앞 모두 동등”
“수천년 전 쓰인 성경의 동성애 언급, 21세기 맞게 재해석돼야
한국 교회, 위기 넘으려 ‘이슬람·종북·동성애’ 혐오 프레임
차별 금지가 성경의 메시지…교회가 관용·환대의 마음 열길”
성소수자 축제에 참석해 축복기도를 했다는 이유로 교회 재판에 회부된 이동환 수원 영광제일교회 목사가 지난 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한 교회단체 사무실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성소수자 축제에 참석해 축복기도를 했다는 이유로 교회 재판에 회부된 이동환 수원 영광제일교회 목사가 지난 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한 교회단체 사무실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그도 한때는 호모포비아의 포로였다. 지난해 8월31일 인천 퀴어문화축제에 참석해 성소수자 축복식을 집례했다는 이유로 ‘교회 재판’에 회부된 이동환 목사(기독교대한감리회 수원 영광제일교회)는 어린 시절부터 교회에 다니며 “동성애자는 무섭고 나와 다를 것 같은” 생각을 벗어나지 못한 기독교인의 한명이었다. 2014년 목사가 된 뒤 지인이 찾아왔다. 교회에 등록하고 예배에 참석했다. 그 지인이 어느 날 이 목사에게 커밍아웃을 했다. 등에 식은땀이 흐를 정도로 당황스러웠다. “그런 말씀을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겨우 답한 뒤 ‘공부’를 시작했다. 성경을 다시 음미해보고 의학·심리학 서적도 찾아봤다. 그렇게 조금씩 편견을 깨나갈 수 있었다. “무엇보다 나와 같이 생활하고 밥 먹고 재미있게 놀고 함께 기도했던 사람이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마주하면서 성소수자는 낯설고 별난 존재라는 오해에서 벗어나게 됐습니다. 존재가 눈앞에 나타나니 인식의 지평이 달라졌던 것 같습니다.”

그가 교단에 싸움을 건 것도 아니었다. 목사로서 축제에 나온 이들을 축복했을 뿐이다. 이에 대해 교단 내에서 문제제기가 나오고 교회법의 기소 기관인 심사위원회가 지난 6월17일 기소 결정을 내렸다. 감리교의 교회법인 ‘교리와 장정’ 제3조 8항 위반이 이유였다. 이 조항은 ‘마약법 위반, 도박 및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를 했을 때 정직·면직·출교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마약·도박을 성적 지향 문제와 동렬에 놓은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이고 우스꽝스러운 조항이다. 재판위원회는 오는 7일 첫 재판을 연다고 통보했다. 이 목사는 연기 신청을 한 상태다. 국민의 88.5%가 찬성(국가인권위원회 여론조사)하는 차별금지법이 21대 국회에서 다시 추진되고 기독교 내부에서도 집단적인 지지 움직임이 싹트는 상황에서 성소수자와 연대한 목사를 교회법으로 처벌하는 최초의 재판이 열리는 풍경은 극명한 비대칭이다. 이 재판은 21세기에 교회가 우리 사회와 발맞춰나갈 수 있는지 가늠할 ‘세기의 종교 재판’으로 주목할 법하다.

지난 3일 이 목사를 만나 ‘법정 밖의 변론’을 들었다.

―지난해 인천 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 축복식을 함께 집례한 다른 두명의 성직자는 교단에서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았다.

“다른 두 교단은 다양성을 인정하고, (성소수자와 연대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도 없다. 이런 법은 2015년 기독교대한감리회가 처음으로 제정했고, 이후 몇몇 교단에도 생겼다. 동성애를 찬성하지 않더라도 다양성은 인정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한 교단에서는 이런 법이 제정되지 않았다.”

―법이 제정되는 계기가 있었나?

“추측하기로는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2014~15년 동성혼 합법화 관련 판결이 잇따라 나온 영향이 아닌가 싶다. 당시 감리교 안에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되지 않겠느냐는 위기의식이 있었다. 교회법안이 장기간 연구를 통해 나온 게 아니라 졸속으로 만들어졌다. 법을 제정하는 장정개정위원회에 참여했던 목사님의 얘기를 들어보면 처음 법안이 올라왔다가 반대하는 이들에 의해 무마됐는데 마지막에 깜깜이식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감리교는 사랑의 실천을 강조한다고 들었는데, 이런 재판이 감리교에서 처음 벌어지는 게 의아하다.

“감리교 창시자인 존 웨슬리는 사회적 실천을 강조했다. 영혼이 구원받고 천국에 가는 것도 중요한 한 축이지만, 다른 축으로 이웃에 대한 사랑의 베풂과 나눔을 강조했다. 광산 노동자 등 소외된 이들과 함께 실천적 행동을 했다. 그런 전통이 있기 때문에 한국 감리교도 일제 때부터 독립운동에 적극 참여하는 등 실천이 있었고 1970~80년대 반독재 투쟁에 앞장서기도 했다. 지금 감리교는 굉장히 보수화됐다고 본다.”

―아무리 보수적이라고 해도 축복하는 행위조차 처벌한다는 건 이해되지 않는다. 본래 축복하면 안 되는 사람이 따로 규정돼 있기라도 한가?

“축복에 구분이 있을 수 없다. 축복은 말 그대로 복을 빌어주는 것이다. 하나님께 ‘저 사람에게 복을 내려주십시오’라고 복을 빌어주는 행위다. 퀴어 축제 때 한 축복의 말도 ‘모두가 하나님 앞에 동등하다, 사랑받기에 충분한 존재들이다’ 이렇게 누구에게나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이야기였다. 거기에 구분을 세우고 이 사람에겐 해도 되고 이 사람에겐 해선 안 된다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목사들이 교도소에 가서도 복을 빌어주듯 축복은 어디서든 할 수 있다. 유독 이 사안만 끄집어내서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고 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런 식이라면 많은 사람을 희생시킨 전두환 같은 독재자에게 축복을 해준 행위야말로 처벌받아야 하지 않나. 교회 안에서 ‘동성애가 성경적으로는 죄가 아닌가’라고 보는 이들조차 ‘축복이 왜 잘못이고 재판에 가야 할 일이냐’고 말한다.”

―성경에는 성소수자와 동성애에 관해 어떤 이야기가 나오고, 어떻게 해석되고 있나?

“창세기에 유명한 소돔과 고모라 이야기가 있고, 구약의 레위기, 신약의 로마서 등 성경 전체에서 7군데 언급이 나온다. 성경이 쓰인 원어와 당시의 문화를 고려해보면 소돔과 고모라 이야기의 해당 부분은 전혀 동성애에 관한 게 아니라 낯선 이를 환대하지 않은 데 대한 죄를 물은 것이다. 성경 어디를 봐도 오늘날과 같은 ‘사랑으로서의 동성애’를 말하는 것은 없다. 오히려 해당 구절들은 동성 간의 성폭력, 폭력적인 성행위, 성착취에 대한 경고로 해석될 여지가 많다. 오늘날 신학에서는 그런 식의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신약은 2천년 전, 구약은 더 오래 전 시대의 산물이기 때문에 거기에 반영된 당시의 문화적 외피가 진리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내용이 진리이고 그 근본적인 뜻이 21세기 오늘날 어떻게 적용되는지 재해석돼야 한다. 기독교대한감리회도 성경 해석의 원칙에 문자 그대로 보지 않고 다양한 과학적 사실에 바탕해 재해석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성경에는 음식 등 다른 금기도 나오지 않나?

“성경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돼지고기나 오징어도 먹으면 안 된다. 두가지 이상의 다른 것으로 옷을 직조하지 말라는 구절도 있다. 이런 금기들을 시대적·문화적 배경에서 해석하지 않고 문자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그런데 성경의 어떤 부분은 문자 그대로 가져오고 어떤 부분은 버리는 식의 해석은 악의적이라고 본다.”

―보수 기독교계가 시대에 맞는 성경의 새로운 해석을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나라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뀐 지 얼마 안 되는데 특히 교회는 더 보수적이다. 정치적 차원에서 말하는 보수가 아니라 정체돼 있고 과거의 것을 지키려 한다는 의미에서 보수적이다. 그렇다 보니 동성애에 대한 뿌리 깊은 혐오 감정이 교회 안에 여전히 있다. 재미있는 건 2000년대 이전에는 ‘동성애는 죄다’ 이런 정도 얘기는 있었지만 지금처럼 치열하게 나와서 반대하고 혐오감을 부추기는 현상은 없었다는 점이다.”

―달라진 이유가 뭔가?

“2000년대 들어서면서 한국 교회가 위기를 맞았다. 1970~80년대 성장하던 교세가 점점 줄어들고, 성직자의 성적 타락이나 비상식적 행위로 지탄을 많이 받게 됐다. 그러면서 전반적으로 위기의식이 퍼졌다. 어떤 집단이 위기에 처했을 때 내부의 희생양이나 외부의 적을 만들어 위기를 돌파하는 경우를 역사적으로 많이 볼 수 있는데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이슬람, 종북, 지금은 동성애…. 이런 혐오 프레임을 많이 만들어왔다. 종북교회라는 신조어가 생기기도 하는 웃픈 현실이다.”

―최근 교단 총회의 동성애대책위원회는 퀴어축제 축복식을 ‘목사 가운을 입고 엔(n)번방으로 달려가 축도한 행위에 준한다’고 비난 성명을 냈는데.

“너무 참담했다. 저에 대해 그동안에도 비방과 비난이 많았는데, 마음이 아플지언정 그들의 의견으로 받아들일 부분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 성명은 엔번방이 뭔지도, 그것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아프게 한 범죄인지도 이해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엔번방은 명백한 성착취 범죄 행위인 반면 퀴어축제는 누구를 착취한 것도 아니고 말 그대로 모여서 축제를 한 행위인데 이걸 등치시켰다. 퀴어축제 참가자들은 성착취를 비판하는 사람들인데, 누가 봐도 말이 안 되는 비유를 들었다. 교단 총회에 속한 대표자들의 성인지 감수성이 이 정도라는 게 너무 참담하고, 공부 좀 하셔야 한다고 생각한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두고 기독교 안에서도 집단적인 지지 의견이 나오고 있다.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차별금지법 반대 메시지를 설교와 에스엔에스(SNS) 등으로 전파하고 네트워크를 통해 조직적으로 움직이다 보니 밖에서 볼 때 교회는 전부 반대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교회 안에도 찬성하는 이들이 많다. 인권위 여론조사에서 88% 이상이 찬성했다고 하는데, 교회 구성원들이 좀 더 보수적이라고 해도 적어도 절반 이상은 찬성한다고 본다.”

―그만큼 기독교의 정신과도 맞는다는 뜻일 텐데.

“성경 자체가 말하고 있는 게 사랑이다. 목사들 사이에서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 방대한 성경을 줄이고 줄여서 ‘엑기스’만 남기면 바로 사랑이라는 것이다. 예수님도 구약성경의 율법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라고 했을 정도로 기독교의 근간은 사랑이다. 누구도 차별받거나 배제돼서는 안 된다. 자신의 정체성, 장애, 사상 등으로 인해 차별받아선 안 된다는 것은 너무 명확하게 기독교적 메시지와 합치한다.”

―이런 문제에서 외국 교회들의 태도는 어떤가?

“해외 교회는 동성애 찬성이냐 반대냐 하는 논란은 이미 넘어섰다. 한 예로, 미국 연합감리교회가 동성애 문제에 대한 이견으로 갈라질 위기에 놓여 있는데 쟁점이 ‘성소수자도 목회자가 될 수 있나, 동성결혼에 주례를 설 수 있나’ 이런 부분이다. 한국 교회가 세계적으로 유별나다.”

―기독교는 박해를 받기도 했지만 박해에 앞장선 역사도 있다.

“기독교의 부끄러운 역사다. 성경을 문자 그대로 보다 보니 그것을 근거로 십자군 전쟁도 일으키고, 마녀사냥도 하고, 지동설을 주장하면 종교재판으로 처벌하고, 노예제도 성경에 나와 있다며 옹호하고, 여성은 남성보다 열등하다고 얘기했다. 그때도 아마 지금과 같은 상황이었을 것이다. 상대방을 향해 ‘이게 진리인데 너희는 왜 반대하느냐’고 했을 텐데, 지금 와서는 누구도 노예제를 옹호하지 않는다. 성소수자 문제도 성경을 근거로 반대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이것도 시간이 지나면 분명히 기독교의 예전 과오처럼 부끄러운 역사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사안에 대해 적어도 열린 마음과 관용과 환대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기독교의 근간인 사랑의 정신과도 합치되는 것이다. 성적 지향이 다르다고 혐오적 행동을 하고 배제·차별하는 것은 편견에 정신을 뺏겨 사랑을 잃어버린 행태가 아닌가 생각한다.”

―기독교인 중에서도 성소수자가 많지 않나?

“우리 교회를 비롯해 많이 있다. 퀴어문화축제에서도 성소수자 그리스도인을 많이 봤다. 신실하고 믿음이 좋은 분들이 많다. 이들은 교회에서 안 받아주면 떠날 수밖에 없다. 가슴 아파하고 힘들어하면서도 교회에 남아 있는 분들이 많아서 더 안타깝다.”

―요즘은 어떤 기도를 하고 있나?

“제일 큰 것은 이번 일을 통해 감리교회가 공고한 편견과 차별적·혐오적 시선을 벗어나게 됐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논란 속에서 혐오의 목소리가 많이 나오다 보니 당사자분들이 상처받을 게 염려된다. 그분들이 용기 잃지 않고 너무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생각이 다른 부분에 대해 저를 공격하는 분들을 미워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기도를 하고 있다.”

―재판 전망은.

“처음 있는 일이라 아무도 가늠을 못 한다. 재판에서도 하나님의 사랑에 대해 계속 말하려고 한다. 제 거취와 관련된 일이니 결과도 중요하지만, 교회를 새롭게 하는 계기로 사용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교회 재판은 2심제라서 이번에 납득할 수 없는 결과가 나오면 상소할 생각이다.”

―성직자로서 어떤 미래를 그리나?

“이번 일을 계기로 제가 여전히 한국 교회에 희망을 가지고 있고 목사라는 직임을 사랑한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교회가 ‘나와 다르면 적이다, 없애야 된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다른 의견을 경청하고 건강하게 토론할 수 있는 토양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우리 사회에 성소수자를 비롯해 다양한 소수자들이 존재하는데, 예수 그리스도가 약하고 가난하고 차별받고 죄인으로 취급받던 사람들과 같이 살고 그들을 위해 활동했던 것처럼 교회도 목사들도 그렇게 해야 한다. 사랑이라는 근간을 꾸준히 가져가며 실천할 수 있는 목회자, 소수자를 위해 활동하는 목사가 되고 싶다.”

pi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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