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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단독] 부실공사 처벌강화 법안도 “건설사 망하라는 거냐” 무산시킨 박덕흠

등록 2020-09-23 18:45수정 2020-09-24 02:00

국토위 회의록에 또 드러난 행태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20주기때
‘2년 영업정지’로 처벌강화안 나와
박 “그런다고 사고가 안날것 같나”
“헬멧 안 쓴사람 책임” 황당발언도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1월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보수 통합과 인적 쇄신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기 위해 당내 중진의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1월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보수 통합과 인적 쇄신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기 위해 당내 중진의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이 지난 201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20주기’를 맞아 건물 붕괴나 공사 중 사망 사고에 대한 건설업체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에 강력히 제동을 걸어 무산시킨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자신과 친형이 건설업체를 운영하는 박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입찰담합 3진아웃 법안’을 후퇴시키는 등 국회의원의 권한을 사익에 이용하는 행태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한겨레>가 23일 확인한 2015년 11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 속기록을 보면,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 소속 박 의원은 부실공사 등 건축법 위반 행위로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2년 동안 업무정지를 시키는 내용의 건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강하게 반대했다. 박 의원은 “2년씩 영업정지를 한다고 하면 그냥 회사 망하라고, 문 닫으라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건설사의 피해를 앞세워 반대했다.

이 법안은 당시 김상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삼풍백화점 사고 20주기인 2015년 6월29일에 맞춰 낸 것으로 “건축물 건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실 설계·시공 등으로 인하여 건축물 안전사고가 발생하고 있어, 이러한 불법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설계자, 공사시공자 및 공사감리자 등 건축 관계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취지로 발의됐다. 당시 건설산업기본법은 “중대한 손괴를 야기해 공중의 위험을 발생하게 한 경우” 해당 건설업체를 1년 동안 영업정지할 수 있도록 돼 있었다. 개정안은 ‘공중의 위험’을 ‘사망사고’로 구체화하고, 2년으로 처벌을 강화한 것이다.

하지만 박 의원은 김경환 당시 국토교통부 1차관을 불러다가 “(영업정지) 1년에서 2년으로 한다고 그래서 더 사고가 안 날 것 같아요? 벌만 이렇게 과중하게 하면 사고가 덜 나냐고요!”라고 따졌다. 그러면서 “이게 지금 1년이면요, 회사도 1년 영업정지를 먹으면 거의 부도 상태예요. 그리고 2년 나면 무조건 도산하는 거예요”라고 했다. 그는 사망사고 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황당한 발언도 했다. 박 의원은 “저희(건설업체)들이 안전교육을 시키고 또 그 사람들한테 예를 들어서 ‘안전벨트 매고 헬멧 쓰라’고 하면, 앞에서는 쓴다. 그런데 현장에 올라가면 (헬멧을) 다 벗고 그 안전벨트도 안 한다. 이게 꼭 회사에 책임이 있느냐. 이게 안 맨 사람들의 책임도 있다”고 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 당시 피감기관들로부터 공사를 특혜 수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 당시 피감기관들로부터 공사를 특혜 수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김 차관이 “말씀하신 것처럼 법인이 충분히 안전교육을 하고 지시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그런 사고가 났으면 (업체가)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설명하자 박 의원은 “상당히 논란의 소지가 있다. 죽은 사람이 ‘교육받았다, 안 받았다’ 말할 수도 없다”며 반대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대한전문건설협회장을 지내고 건설업체를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자신이 속한 업계를 대변하는 모습도 반복됐다. 그는 “전문건설업체들은 18개 업종 가운데 10개 업종을 갖고 있는 회사들이 있다. ‘비계 설치’를 하다가 사망사고가 났다고 치면 그러면 전체 회사가 다 다른 업종을 영업을 못 한다”며 “토공 하다가 또 죽는 경우도 있고 콘크리트 타설하다가 무너져서 죽는 경우가 있고 그렇기 때문에 구분을 해 줘야 돼요”라고 요구했다. 전문건설업체의 한 업종 공사에서 사망사고가 나면, 해당 업체가 보유한 다른 업종면허로도 영업을 못 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에 김 차관은 “비계의 경우는 경미한 위반이기 때문”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재차 설득했다.

당시 법안심사소위원장인 정성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 법안이 연면적 5천㎡ 이상의 다중이용 건축물에만 적용되는 법안이라는 점을 들어 “중대한 과실로 중대한 손괴, 이런 정도의 사고가 났다고 하면 당연히 그 회사는 문 닫아야 한다”고 법안 통과를 지지했다.

그러나 박 의원과 같은 당 의원들은 ‘영업정지 2년’을 1년으로 줄일 것을 계속해서 요구했다. 그러자 법안을 발의한 김상희 의원이 “실질적으로 오늘 이 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정기국회에서 이번에 통과되지 않고 지연된다”고 박 의원 등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결국 법안은 처벌 조항이 축소된 내용으로 본회의에 상정돼 통과됐다. 김상희 의원은 “제가 낸 법안과 관련해서 너무 많은 부분들이 삭제되고 약화된 부분에 대해서 저는 상당히 유감”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한편, 박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당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국민의힘을 탈당한다”고 밝혔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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