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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정점’ 향한 금호그룹 수사…박삼구 전 회장의 ‘그룹 재건 꿈’ 재판서 다뤄질까

등록 2021-04-16 05:00수정 2021-04-16 08:42

검찰, 박 전 회장 소환…수사 마무리 단계
사세 확장·그룹 재건 욕심이 가져온 ‘부실’
내부거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질지 주목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한겨레> 자료사진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한겨레> 자료사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계열사 부당지원’ 의혹 수사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 김민형)는 지난 1월 계열사 부당지원 관련 증거인멸에 연루된 관계자들을 구속기소한 데 이어, 15일 이런 의혹의 정점에 있는 박삼구 전 금호그룹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박 전 회장의 혐의를 한 줄로 요약하면 ‘그룹 재건을 위해 아시아나항공 등 그룹 계열사를 끌어들여 자금난에 허덕이던 금호고속을 지원했다’로 정리할 수 있다. 그러나 그 행간엔 2000년대 중반부터 무리하게 이뤄진 사세 확장과 그에 따른 금호그룹의 위기, 총수일가의 ‘숙원 사업’인 그룹 재건에 동원됐다가 누더기가 된 계열사 등의 이야기가 숨어 있다. 박 전 회장 등이 부당 내부거래 의혹에 휩싸이게 된 과정을 정리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그룹 부실로 이어진 10조원짜리 ‘딜’

금호의 계열사 부당지원 의혹의 뿌리는 2006년 대우건설 인수, 2008년 대한통운 인수로 거슬러 올라간다. 금호의 ‘10조원짜리 딜’ 때문에 회사가 자금난을 겪게 됐고, 이는 계열사를 동원한 부당지원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당시 금호는 대우건설의 시장가치보다 훨씬 높은 액수인 6조4천억원을 써서 대우건설을 인수했다. 계약조건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대우건설 지분 72%를 주가(약 1만3천원)의 두 배인 주당 2만6262원에 사들인다는 것이었다. 부족한 금액은 산업은행 등 금융권에 풋백 옵션(투자자의 지분을 향후 정해진 날짜와 가격에 되사주겠다는 약정)을 걸고 차입했다. ‘대우건설 지분 72% 중 39.6%의 지분 매입 자금을 채권단이 부담한다. 대신 2009년 말 금호가 주당 3만2500원에 주식을 되사주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고 건설경기가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주식을 되사준다’는 풋옵션은 ‘승자의 저주’로 돌아왔다. 주가는 3만2500원에 크게 미치지 못했고, 채권단이 풋옵션을 행사할 경우 막대한 주가 차액을 보상해야 할 처지에 놓인 금호는 결국 인수 3년만인 2009년 6월,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고 대우건설을 재매각한다고 발표했다.

금호가 2008년 인수한 대한통운도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금호는 4조1천억원에 대한통운을 인수할 당시에도 대규모 차입을 벌였다. 결국 10조원 이상을 투입한 무리한 인수전의 여파로 그룹이 휘청였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2009년 12월 금호와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했다.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는 워크아웃(채권단이 주도하는 기업회생 작업으로 채권단이 경영권을 가져감), 아시아나항공은 자율협약(채권단과 기업 간 협약을 통해 자율적으로 이뤄지는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그룹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대한통운도 인수 2년만인 2010년 말 시장에 다시 매물로 내놨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금호고속의 잦은 인수·합병 연혁. 공정위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그룹 재건의 열쇠, 금호고속

금호그룹의 계열사들이 허리를 조이며 재무구조 개선에 힘쓰던 2015년 초, 박 전 회장은 그룹 재건에 관심을 나타내기 시작한다. 그룹 재건의 첫 번째 단추는 채권단이 보유하고 있던 금호산업을 되찾는 일이었다. 그룹 지주사격인 금호산업을 인수하면, 금호산업이 최대주주인 아시아나항공과 금호터미널 등 계열사까지 모두 따라오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박 전 회장은 금호산업 인수를 위해 2015년 10월 금호기업을 설립하고, 그해 12월 엔에이치(NH)투자증권으로부터 조달한 3300억원 및 우호세력의 출자를 더해 총 7228억원에 금호산업을 인수해 경영권을 되찾는다. 이로써 박 전 회장을 정점으로 금호기업→금호산업→아시아나 등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만들어진다. 이후 금호기업은 그룹 재건 과정에서 필요에 따라 수차례 인수·합병, 사명변경 등을 거치며 2018년 4월 ‘금호고속’으로 이어진다.

금호고속은 총수일가의 지분(2016년 당시 41.1%)이 높은 그룹의 지주회사 격 회사였다. 대우건설 인수에서 촉발된 금호의 경영위기 여파로 총수일가의 그룹 지배력이 크게 약화된 2016년, 박 전 회장은 금호고속(당시 금호홀딩스)을 중심으로 계열사를 그러모아 다시 한 번 금호그룹 재건 및 총수일가의 경영권 회복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금호고속은 4천억원이 넘는 차입금 및 높은 부채비율 때문에 계열사를 인수할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그룹 컨트롤타워였던 전략경영실을 필두로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사업을 매개로 한 자금조달 △계열사·영세 협력업체를 이용한 자금지원 등을 계획하게 된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총수 중심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금호고속을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지원한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기내식 ‘일괄계약’ 거래 구조도. 공정위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그룹 재건 욕심이 쏘아 올린 ‘기내식 대란’

2018년 터진 사상 초유의 ‘기내식 대란’도 이런 자금조달의 여파였다. 당시 아시아나항공은 2003년부터 엘에스지(LSG)스카이셰프코리아와 5년 단위로 계약을 맺고 기내식을 공급받고 있었다. 이 회사는 독일 루프트한자 계열 기내식 공급업체인 엘에스지스카이셰프와 아시아나항공이 합작해 설립한 기내식 전문 업체다.

계열사 인수자금이 필요했던 금호는 2015년, 기내식 업체가 금호고속에 거액을 투자하는 조건으로 아시아나와 기내식 공급계약을 맺는다는 ‘일괄 거래’를 구상하게 된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는 계약 만기가 다가온 엘에스지에 계약 연장을 대가로 금호고속에 거액을 투자해 달라고 요구하게 되는데, 엘에스지가 이를 거부하자 2017년 당시 중국 하이난그룹이 보유한 기내식 업체 ‘게이트그룹’을 새 기내식 업체로 선정한다. 아시아나와 게이트그룹은 합작법인 게이트고메코리아를 새롭게 설립하고, 아시아나는 이 회사에 30년간 기내식을 납품할 권리를 준다. 게이트그룹은 금호고속이 발행한 16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일정 기간 내에 약정된 가격으로 상대 회사의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사채)를 무이자로 인수하며 ‘화답’한다.

검찰은 이러한 행위가 총수일가의 그룹 재건이란 숙원 사업을 위해 게이트그룹에 특혜를 준 것인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다른 기내식 업체와 더 유리한 조건의 기내식 공급계약을 맺을 수 있었는데도, 일괄 거래 때문에 게이트그룹과 거래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8월 박삼구 전 회장 등을 검찰에 고발한 공정거래위원회는 “금호고속 신주인수권부사채 금리(0%)는 정상 금리(3.77, 3.82%)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금호고속은 금리 차이에 해당하는 총 162억 원 상당의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얻었다”고 주장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금호고속에 금융기관의 상환 압박이 오자, 금호는 계열사를 동원했다. 금호고속에 낮은 금리로 자금을 빌려주도록 한 것이다. 이 또한 경영전략실이 중심이 돼 이뤄졌다. 공정위가 밝힌 내용을 보면, 금호산업 617억원·아시아나에어포트 200억원·아시아나아이디티(IDT) 159억원 등 9개 계열사가 컨트롤타워의 지시를 받아 45차례에 걸쳐 1306억원을 금호고속에 담보도 없이 낮은 금리로 신용대출 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중소 협력업체를 이용하기도 했다. 일부 금액을 계열사에 빌려줬다는 걸 감추기 위해서였다.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협력업체에 선급금 명목으로 금액을 지급하고, 협력업체는 이를 그대로 금호고속에 대여해주는 방식으로 우회 대여를 한 것이다. 일부 업체는 이런 계약에 직접 서명한 사실조차 없었다고 한다. 공정위는 이러한 단기자금 대여로 금호고속이 7억2천만원의 경제적 이익을 받았다고 판단했다.

총수일가가 지배하는 금호고속이 이익을 봤다면, 부당지원에 동원된 계열사는 어떻게 됐을까.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은 막대한 부채에 허덕이며 ‘새 주인 찾기’에 난항을 겪다 대한항공 품에 안기게 됐다. 회사가 팔려나가면서 하청업체 직원들은 일터를 떠나게 됐다. 누군가의 지시로 사건에 가담했던 사건 관계자들은 줄줄이 검찰에 소환되고 있다. 한때 재계 7위에 올랐던 금호그룹의 현재 모습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결정한 2019년 4월15일 오후 서울 종로 금호아시아나 본사.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결정한 2019년 4월15일 오후 서울 종로 금호아시아나 본사.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정점으로 향한 ‘금호 수사’ 결말은

지난해 8월 공정위는 금호에 과징금 320억원을 부과하고 박 전 회장과 그룹 전략경영실 임원, 금호산업과 아시아나를 검찰에 고발했다. “그룹 전체의 동반 부실화 우려에도 총수일가의 숙원인 그룹 재건 및 경영권 회복 목적으로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높고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회사가 계열사 가용자원을 이용하여 무리하게 지배력을 확장한 사례”로 판단한 것이다. 고발 두 달 뒤 그룹 본사를 압수수색하며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15일 박 전 회장을 소환하는 등 수사 마무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박 전 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할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본류’인 박 전 회장을 향한 수사를 진행하는 한편, 지난 1월에는 공정위의 금호 현장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공정위 포렌식 직원을 매수해 박 전 회장과 회사의 형사처벌 증거가 될만한 자료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윤아무개 전 그룹 전략경영실 상무와 뇌물을 받고 자료를 삭제해준 전직 공정위 직원 송아무개씨를 구속기소했다. 송씨 쪽은 지난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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