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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단독] 세종대, 미공개 정보 활용 사전 준비…연구비 80억 지원받아

등록 2021-04-20 06:59수정 2021-05-25 18:15

2017년 한국연구재단 공고 한달전
당시 산학협력 교직원이 단장에게
연구사업명·규모 등 이메일로 보내
“과제제안요구서로 기획회의” 증언도

서울 광진구에 있는 세종대학교 정문.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서울 광진구에 있는 세종대학교 정문.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세종대학교가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특정 연구사업과 관련된 미공개 정보를 사전에 취득해 사업 주관기관 선정을 준비했고, 그 결과 정부로부터 연구비 80억원을 지원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연구사업 공고 한 달 전부터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사전 준비단을 꾸리고 사업을 준비한 정황이 확인된 것이다. 한국연구재단은 “내부 직원에 의한 정보유출이 사실이라면 관련 법령 또는 내규에 따라 징계조처를 해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19일 <한겨레> 취재 결과, 세종대 산학협력단 교직원 장아무개씨는 2017년 8월16일 당시 산학협력단장이었던 김아무개 교수를 포함해 여러 교수에게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에서 공고할 예정인 연구사업 이름(‘개인 맞춤형 생활화학제품 위해 정보 제공 국민참여형 플랫폼 개발’)과 연구비 규모(80억원) 등의 내용이 담긴 전자우편을 보내며 “사전 사업준비를 위한 기획회의”에 참석해달라고 요청했다.

해당 사업은 한국연구재단이 과기부로부터 연구비를 받아 위탁 집행하는 방식인데, 정식 ‘예비공고’는 교직원 장씨가 전자우편을 보낸 시점보다 한달 뒤인 2017년 9월15일에 외부에 공개됐다. 한국연구재단 내규상 ‘예비공고’가 뜨기 전 사업과 관련된 어떠한 정보도 밖으로 유출돼선 안 되는데, 전자우편 내용을 보면 세종대는 한달 전부터 미리 정보를 입수하고 사업 수주를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한 것이다. 전자우편 수신자 중 한 명인 세종대 산학협력단장 김아무개 교수는 2014~2016년 한국연구재단에서 특정 업무를 겸직한 바 있다.

연구사업 책임자 이아무개 교수가 사업 사전 준비단에게 보낸 전자우편들 중 일부.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연구사업 책임자 이아무개 교수가 사업 사전 준비단에게 보낸 전자우편들 중 일부.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사업명과 연구비 규모뿐 아니라, 사업 수행에 필요한 핵심 요구 사항이 담긴 과제제안요구서(RFP)도 정식 공고 전에 유출된 것으로 보인다. 기획회의에서 연구책임자로 선정된 이아무개 교수는 사업 공고일 보름 전에도 이 사업 준비와 관련된 교수들에게 전자우편을 보내 “오늘 확인한 바로는 9월 중순에 과제가 공고될 예정이라고 한다”,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 RFP(과제제안요구서)를 설명해 드렸다”, “RFP 작성에 참여하신 교수님을 초청해 설명을 들어도 좋을 듯하다” 등 사업과 관련된 진행 상황을 상세히 알렸다.

실제로 기획회의에서 과제제안요구서를 놓고 논의를 했다는 내부 증언도 나왔다. 사업준비 과정을 잘 아는 세종대 관계자 ㄱ씨는 “산학협력단장 주재로 8월 중순경 회의에 참석한 모두가 과제제안요구서를 보면서 ‘(사업 진행 과정에서) 소비자 단체를 포함해야 한다’ 등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과제제안요구서가 있었으니 회의를 하고 팀을 구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업에 관여한 다른 세종대 관계자 ㄴ씨도 “책임연구자(이아무개 교수)가 과제제안요구서를 보여줬고 설명을 들은 적이 있다. (과제제안요구서가 미리 공개되는 것은) 너무나 이례적인 일이고 아직도 입수 경로에 대해선 의문이 든다”라고 말했다.

공고 한달 전 사업과 관련된 각종 정보를 취득해 준비 작업을 시작했던 세종대는 2017년 12월14일 서울대, 고려대 등 5개 신청 기관을 모두 제치고 연구사업 주관기관으로 선정돼 3년간 80억원을 지원받았다. 다른 신청 기관에 소속됐던 한 연구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통상 예비 공고가 뜨기 전에 구체적으로 무슨 내용으로 (사업이) 나오는지 알 수 없고, 과제제안요구서도 받아보지 못한다”고 말했다.

국민참여형 앱 ‘위해[시험판]’ 화면. 제품별 성분을 확인할 수 있고 노출시 위험 정도를 표시해 두었다.
국민참여형 앱 ‘위해[시험판]’ 화면. 제품별 성분을 확인할 수 있고 노출시 위험 정도를 표시해 두었다.

해당 사업은 가습기살균제, 생리대 등 각종 제품에 포함된 화학 물질의 독성 정보를 모아 ‘위해성 분석 플랫폼’(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구축하는 게 목표였다. 소비자들의 앱 이용을 바탕으로 각종 제품에 사용된 화학물질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효과도 노렸다. 그 결과 실제 휴대전화를 이용해 특정 화학제품의 바코드·큐아르(QR) 코드를 스캔하면, 제품에 들어간 화학물질 성분 정보를 알려주고, 노출시 위험 정도를 ‘안심’부터 ‘주의’까지 등급화해 알려주는 앱이 개발됐다. 세종대는 지난해 말 사업을 마무리 짓고 최종 보고서를 한국연구재단에 제출해 평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국민참여형 앱 ‘위해[시험판]’ 화면.
국민참여형 앱 ‘위해[시험판]’ 화면.

하지만 업계에서는 연구 결과물과 관련해 “80억원을 투입한 것치고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업의 대표 성과물인 국민참여형 앱 ‘위해[시험판]’는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약 5개월간 시험 사용 기간을 거쳐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로 사용권한이 이관됐지만, 다운로드 횟수는 ‘1천회 이상’에 그쳤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새로운 제품을 많이 올려서 데이터가 쌓여야 하는데 (다운로드 횟수가) 부족하다”며 “개인정보를 요구하다 보니 소비자들이 활발하게 이용하지 않아, 대책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세종대 내부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업에 관여한 ㄴ씨는 “당시 해외에 유사한 앱이 많고 국내 업체에서도 개발 중인 것을 알았다. 80억원이라는 국가 예산이 투자된 대형 과제의 결과물을 놓고 참여 교수들이 불안해했다”고 털어놨다. 세종대 관계자 ㄷ씨는 “국민 안전과 직결된 사업이라 무엇보다 연구 윤리가 중요했는데,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불법으로 연구사업을 수주한 것부터가 부적절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국연구재단은 “세종대가 사업과 관련된 사전 정보를 입수했다는 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지금껏 과제제안요구서가 유출된 사례는 단 한건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연구재단) 내부 직원에 의해 사업 관련 정보가 미리 유출됐다는 사실이 명확하다면, 관련 법령 또는 내규에 따라 징계조처를 해야 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기획회의를 처음 소집한 세종대 교직원 장씨는 “공고가 뜨기 전부터 사업의 방향성과 관련된 정보는 충분히 알 수 있다. 아르앤디(R&D) 생태계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연구사업 연구책임자인 이 교수와 세종대 홍보실에 미공개 정보유출 의혹에 대해 수차례 질문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알려왔습니다] “‘정부 연구비 80억’ 따낸 세종대, 미공개 사업정보 사전 취득 정황” 관련

본지는 4월20일 위 제목의 보도에서 세종대학교가 2017년 한국연구재단 공고 한달 전 미공개 정보를 사전에 취득하고 사업주관기관으로 선정돼 연구비 80억원을 지원받았다는 의혹을 보도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세종대학교는 “해당 연구주제는 학계에 회자되었던 내용이고, 연구자라면 충분히 추론 가능한 것이어서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사업정보를 사전에 취득한 것은 아니다”라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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