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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학생지도비’ 받으려고…옷 바꿔 입어가며 ‘인증샷’ 채운 교직원들

등록 2021-05-11 14:23수정 2021-05-12 02:32

학생들도 모르는 ‘멘토링’, 메일 보낸 것도 실적 인정
국공립대 12곳 가운데 10곳 부정집행…3곳 수사의뢰
김기선 국민권익위원회 심사보호국장이 11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일부 국공립대 교직원의 학생지도 활동비 실태조사 결과를 브리핑을 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 제공
김기선 국민권익위원회 심사보호국장이 11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일부 국공립대 교직원의 학생지도 활동비 실태조사 결과를 브리핑을 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 제공

국립대학들이 학생상담과 안전지도 실적에 따라 교직원에게 지급하는 학생지도활동비가 제대로 된 증빙없이 지급된 사실이 국민권익위원회의 실태조사 결과 적발됐다. 권익위는 94억원이 부정집행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교육부에 전면감사를 요구하고, 대학 3곳은 수사의뢰하라고 통보했다.

11일 권익위는 보도자료를 내어 “학생 수업료로 전국 국립대에서 연 1146억원 남짓 지급되는 학생지도활동비(학생지도비)가 방만하게 운영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학생지도비는 교직원이 매년 상반기 활동계획서를 제출하고, 이에 따른 활동실적을 제출하면 실적평가를 거쳐 다음해에 지급되는데, 조사대상 12곳 가운데 10곳에서 하지도 않은 상담을 했다고 하거나 실적을 부풀린 것으로 나타났다.

ㄱ대학 교직원들은 캠퍼스 적응 관련 활동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옷을 바꿔 입어가며 허위로 증빙사진을 찍어 첨부하거나, 참석하지 않은 직원도 대리서명을 하는 등 방식을 통해 학생지도비 11억7천만원을 받았다. ㄴ대학은 간부가 학생 멘토링 활동을 했다며 실적을 제출했지만, 정작 학생들은 멘토링 진행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ㅁ대학은 학생 490명과 멘토링을 진행하면서, 1회당 학생 6명, 학생 1명당 20만원 지도비를 받았지만 정작 이를 증빙할 자료는 없었다.

ㅇ대학은 교수 멘토링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학생들이 학과 누리집 게시판에 올린 단순 질의·응답을 실적으로 인정해, 답변 50건에 500만을 지급했다. 연구년이나 국외연수를 간 교수도 예외없이 학생지도비를 받았다. 또한, 교직원들이 학생 30명을 팀으로 묶어 학교 누리집에 공지하거나 전자우편을 보내고 이 가운데 1명이라도 수신하면 멘토링 실적으로 인정해, 전자우편 50건에 500만원을 받기도 했다. 이밖에도 근무시간이 아닌 시간에 통상적인 업무가 아닌 활동만 실적으로 인정하는 지침을 위반한 사례들도 많았다. 조교의 본래 업무인 수업·학적·장학업무 관련 상담을 활동실적으로 포함하거나, 퇴근 이후에 활동을 했다고 해놓고선 실제로는 활동을 하지 않은 사례 등이다.

이러한 광범위한 부정수급 이유를 권익위는 “지도비를 급여보조성 경비로 인식해 관행적으로 지급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국립대학은 학생들이 수업료와 별도로 내는 ‘기성회비’를 바탕으로 교직원들에게 ‘기성회회계 수당’을 지급해왔는데, 2015년 ‘국립대학 회계 설치 및 재정 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시행에 따라 기성회 회계가 없어지고 수당도 사라졌다.

이에 따라 공무원 신분인 교직원들 보수가 줄어들게 돼 일종의 ‘타협’으로 생긴 수당이 교직원들의 교육·연구·학생지도활동 실적에 따른 수당이다. 그러나 통상적인 업무수행과 별도로 이뤄진 활동에만 지급되기 때문에 허위청구가 발생하는 것으로 권익위는 파악했다. 일부 공무원들이 낮은 급여를 보전받겠다며 허위 초과근무수당이나 출장여비를 청구하는 것과 유사하다.

이번 조사는 권익위가 국공립대 12곳만 표본으로 지난 3~4월 진행한 것으로, 부정집행 사례가 광범위하게 발생함에 따라 교육부에 전체 국립대를 감사할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직원차량 출입기록을 삭제하거나, 개인정보를 이유로 멘토링에 참여했다고 기록된 학생명단을 제출하지 않은 등 조사에 협조하지 않은 대학 3곳은 수사기관에 ‘사기’ 등의 혐의로 수사의뢰하라고 교육부에 통보했다.

교육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전체 38개 국립대학에 대한 조사 및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특별감사를 실시하겠다”며 “ ‘교육‧연구 및 학생지도비’ 예산이 부당 집행되는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태우 이유진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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