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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자대 배치도 승진도 화장실도 ‘불이익’…남성위주 군대서 여군 ‘이중고’

등록 2021-06-13 17:16수정 2021-06-13 17:56

여군 FGI 논문 살펴보니
군 내 소수자로서 고립
부대 배치·진급 등 불이익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난 자대 배치도 못 받았어요. 각 부대 지휘관이 다 안 받으려고 했어요. 여군이라서…그래서 비편제로 1년을 지냈어요.” (육군 여군 간부 ㄱ)

“기본적인 (생리현상 등) 욕구에 부딪혔을 때 (힘들다). 행군을 하다 화장실을 가려고 해도 제가 말도 못하는 상황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물을 마실 수 없으니까 입만 헹구고 뱉고, 걸어 다닐 수 있을 만큼만 먹고…”(육군 여군 간부 ㄴ)

성추행 피해 신고 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공군 부사관 사건으로 군내 성폭력 문제가 도마에 올랐지만, 여성군인은 그동안 군 생활 전반에서 소수집단으로서의 고립되고, 부대 배치나 진급에서도 불이익을 받는 등 각종 피해를 경험하고 고통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한국심리학회지>에 게재된 서울시청 힐링센터 김재은 센터장 등의 ‘여군의 군생활 경험과 적응 과정’ 논문(지난 2월 게재)을 보면 여군들은 크게 △소수집단의 소외감 △신체적 다름에서 오는 어려움 △여성에게 고정된 성역할에 대한 부당함 △임무수행에서의 장벽 등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연구진은 2017년 군에서 복무한 20∼50대 예비역 장교 5명과 현역 장교 4명, 현역 부사관 3명 등 여군 12명을 심층 면담한 결과를 분석했다. 이들은 4년 이상 군생활을 한 중·장기복무자로, 평균 복무기간은 15년 5개월이며 계급은 중사부터 소령에 이른다.

연구에 참여한 여군들은 군내 소수자로서 다수 남군들에게 ‘불편한 존재’로 인식되면서도 동시에 과도한 관심의 대상이 되는 현실을 지적했다. 한 군인은 “평소에 담배를 피우던 분이 제가 지나가면, 제가 평소에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한 적도 없는데 급하게 끄시면서 ‘에이 이제 담배도 못 피우겠다’고 해 (나도) 눈치를 많이 보게 된다”고 했다. 또 다른 군인은 “(여군은) 밖을 나가면 나갔다는 소문이 나고 들어오면 몇시에 들어왔다더라, 뭐하고 왔다더라 (소문이 난다). 처음에 전출 가면 여군에 대한 소문이 쫙 퍼진다. 남군도 그렇지만 여군에 대한 (정보 파악이) 더 심하다”고 말했다.

‘여성’이기에 쉽게 성적 대상화에 노출돼 여성성을 숨기고 부정하는 이중적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저희는 여자 티가 나는 거 입으면 안 된다. 그렇게 교육을 받았습니다. 색깔도 항상 무채색. 화장품도 무향무취로…저는 그렇게 배웠습니다”라고 말한 한 군인의 대답이 여군이 처한 상황을 보여준다. 여군이 나약한 ‘보호의 대상’으로 여겨지는 군에서 군인으로서 인정받기 위해 스스로 여성성을 지우는 등 분투하지만 군복무 중에도 훈련과 가사, 육아에 대한 책임감은 모두 여군의 몫이 되는 것도 현실이다. 이와 관련해 여군들은 “눈치와 잔소리를 들으면서 탄력근무제를 활용했다”거나 “부부군인의 경우 여자가 육아를 위해 군인을 포기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자대 배치와 함께 본격적인 임무 수행을 해야 하는 시기 남성중심적 군대문화에서 배제돼 진급이 어려워지는 등 직접적인 차별을 겪는 경우도 있다. 한 군인은 “우리(여군)는 소령까지다, 그것도 보직은 참모직이다. 이런 얘기가 나중에 들리더라고요. 남자들은 소대장하고 중대장할 때 우리는 진급 케이스에 들어갈 수 없는데…그래서 어떤 보직을 주는지가 지휘관에 따라 달라졌다”고 짚었다. 또 다른 군인은 “처음 자대에 갔는데 하지 못하게 하는 것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훈련하는데 열외를 시켜놓고 나간 적도 있었습니다. 그냥 ‘저쪽 가서 뭣 좀 챙겨와’ 해서 챙겨오니까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 텅 빈 중대에서 모든 게 스쳐 지나갔습니다”라고 과거의 경험을 전하기도 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바로가기: 전·현직 여군들 “군 성폭력, 스스로 해결 못한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9873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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