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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새해, 단식을 해봤다…체지방률이 늘었다

등록 2022-01-21 09:43수정 2022-01-21 10:05

2022 새해 단식 체험기

전단식-본단식-후단식 2주 동안 건강 위해 도전
“유용성 완전 입증” “효과 크지 않다” 의료계 맞서
음식 끊고 3㎏ 감량했지만 체지방률은 되레 늘어
단식은 예부터 이어진 인류의 보편문화였다. 기독교, 불교, 이슬람교, 힌두교 모두 단식을 수행과 종교생활의 방편으로 삼았다. 플루타르코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도 단식의 유용성을 강조했다. 게티이미지뱅크
단식은 예부터 이어진 인류의 보편문화였다. 기독교, 불교, 이슬람교, 힌두교 모두 단식을 수행과 종교생활의 방편으로 삼았다. 플루타르코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도 단식의 유용성을 강조했다. 게티이미지뱅크

단식을 하기로 했다. 새해니까, 뭐라도 해야겠기에. 지난 연말 건강검진에서 체성분·골격근·지방을 분석하는 ‘인바디’ 검사 결과 체중은 2.4㎏을 감량하고 지방은 5.7㎏이나 줄이라는 권고를 받았다. 몇달간 ‘혼술’과 스낵을 사랑한 대가였다. 결과상담 때 단식을 하겠다고 하자 의사는 체수분만 빠질 것이라며 찬성하지 않는다고 했다. 결과지를 들고 조합원으로 있는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의원을 찾았다. 단식 계획에 이곳 주치의 원장님 또한 단호히 반대했다. 며칠간 식사를 멈추면 근손실 위험과 요요현상 등 부작용이 예상되므로 근력운동 2주 프로그램을 하는 게 낫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이미 회사에 단식체험기를 쓰겠노라 호언장담해버리지 않았나. 못 먹어도 고(go)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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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간의 본단식 시작

지금까지 사흘 정도의 단식을 세번 했다. 시민단체 단식 프로그램에도 참여했고 단식프로그램 키트만 사서 집에서 혼자 하기도 했다. 대부분 보식에서 실패했다. 맵고(아귀찜) 단 것(초콜릿)을 먹거나 보식 기간에 술을 마셔서 위가 망가졌다. 이번엔 철저히 실천하기로 다짐했다. 음식을 줄여가는 전단식 6일, 생수·효소물·감잎차·소금만 먹는 본단식 3일, 미음부터 조금씩 양을 늘려가는 보식 4일의 계획을 세웠다. 본단식 기간 동안 소량의 선식·된장국·조청까지 허용하는 프로그램도 있지만 그보다는 더 엄격하게 하기로 했다. 회원 수 9만명이 넘는 온라인 단식 커뮤니티에 가입했고, 비슷한 시기에 단식을 시작하는 친구와 서로 용기를 북돋웠다.

1월3일 단식 첫날. 아침에 맹물을 500㎖ 마셨다. 효소물, 감잎차, 생수를 합쳐 하루에 2ℓ 정도 허용했다. 세끼 식사 시간에 맞춰 10 대 1로 희석한 산야초 효소물을 마시기로 했는데 저혈당 증세가 와서 미리 들이켰다. 두통이 심했고, 우울감, 졸음이 쏟아졌다. “긍휼심은 당질에서 나온다”고 하더니, 짜증이 솟구치고 달달한 것이 미치게 당겼다. 마음속에선 전투가 벌어졌다.

단식 관련 서적들을 미리 공부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한겨레> 자료사진
단식 관련 서적들을 미리 공부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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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의 메커니즘

단식은 예부터 이어진 인류의 보편문화였다. 기독교, 불교, 이슬람교, 힌두교 모두 단식을 수행과 종교생활의 방편으로 삼았다. 플루타르코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도 단식의 유용성을 강조했다. 내적 성찰에 힘을 주고 주의력도 길러진다는 것이다. 마크 트웨인은 1911년에 단식 체험기를 책으로 썼다. (<1일無식> 참고)

단식의 종류는 다양하다. 종교적 영성 단식, 비폭력 저항 투쟁으로서 단식, 일반적인 생활 단식, 다이어트와 건강을 위한 간헐적 단식, 탄수화물 단식 등. 세계적으로 가정과학 발전이 이뤄진 1920년대엔 한국에서 위장병 치료 등에 단식요법이 적극 쓰였다. 1930년대에는 단식요법이 체질까지 바꾼다는 내용의 기사들이 국내 신문에도 종종 등장했다. 1980~90년대엔 자연요법과 민족 의학에 관심을 둔 이들이 신체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양생법으로 단식 붐을 일으켰고 1990~2000년대엔 다이어트를 위한 단식요법이 유행했다.

한국 ‘자연요법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단식법은 ‘니시 의학’이다. 일본 자연의학자 니시 가쓰조(1884~1959)가 1927년에 발표한 이 방법은 음식을 끊어 자연치유력을 되찾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단식법은 단식 때 관장을 권한다. 미국 쪽 단식법엔 관장이 포함되지 않지만 동양이나 독일 자연의학계에선 관장이 권장된다. 가장 큰 차이는 ‘숙변’에 관한 견해차인데, 단식 중 관장으로 “숙변이 쏟아졌다”는 체험 사례들이 실제로 많다. 반면 주류 의학계는 숙변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본다. 대장내시경을 통해 보더라도 꼬불꼬불한 내장 주름 사이에 때처럼 끼어 있다는 숙변은 없다는 것이다.

단식 치료 선구자인 구스타프 리들린은 단식을 가리켜 ‘메스 없이 하는 수술’이라고 말했다. 단식을 지지하는 이들은 단식이 세포의 재활용과 청소를 촉진하는 ‘오토파지’ 작용을 일으킨다고 본다. 단식의 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는 것이다. 이들의 견해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인류 역사에서 굶주림은 반복돼왔고, 현대인들은 달달하고 기름진 식사에 심하게 노출돼 있다. 그러나 인류의 몸은 10만년 전과 큰 차이가 없다. 단식은 나쁜 식생활 습관에 브레이크를 걸고 몸이 스스로 치유하게 한다.’

하지만 아직도 의학계 다수는 급격한 단식이 수분과 근육만 잃게 할 뿐, 건강에 큰 이득이 없다는 견해를 편다. 결국 선택은 본인의 몫.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전문가들은 단식 때 의사와 꼼꼼히 상의하길 추천한다.

간이 혈당검사기로 혈당을 측정할 수 있다.
간이 혈당검사기로 혈당을 측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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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 이틀째 만난 ‘깔딱고개’

단식 전날 밤, 관장을 하는 대신 배변에 도움을 주는 차전자피(psyllium husk)를 먹었다. 본단식 중엔 잠들기 전에 마그밀을 다섯알씩 먹었다. 마그밀은 위·십이지장궤양, 위염, 위산과다와 변비증에 효과가 있는 약으로, 단식인들은 이 약으로 관장을 하거나 4~6알 정도를 한꺼번에 먹어 대장을 비운다. 신장기능 장애가 있는 사람은 복용을 피해야 한다.

본단식 이틀째 아침, 어지러워 간이 혈당검사기로 재보니 혈당은 83㎎/㎗였다(공복혈당 70~99㎎/㎗면 정상). 효소물 350㎖를 마시고 나니 117㎎/㎗로 껑충 뛰었고 어지럼증도 사라졌다. 탄수화물 중독이 심할수록 두통, 어지럼증, 메슥거림, 무력감 등 금단증상이 생길 수 있다. 근손실을 막으려면 단식 때도 운동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하지만 무력감에 할 수가 없었다. 만성 위염이 있어서 조금만 스트레스를 받아도 통증이 강하게 느껴졌다. 편두통, 식은땀, 우울감은 이틀간 계속되었다. 세끼 때마다 효소물을 마셨고 감잎차를 많이 마셨다. 감잎차는 비타민C 보충 때문에 권고하는데, 위통이 심해져 도중에 겨우살이차로 바꿔 마셨다. 힘들 때 아로마 향기를 맡는 것은 크게 도움이 됐다.

본단식 때 먹은 것들. 왼쪽부터 물, 소금, 효소.
본단식 때 먹은 것들. 왼쪽부터 물, 소금, 효소.

보식 첫날 먹은 선식.
보식 첫날 먹은 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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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면 이루고 살도 빠졌지만

단식 사흘째. 모든 것이 편안해졌다. 배고픔도, 식욕도, 두통, 우울감도 사라졌다. 사흘 단식 뒤 첫 보식은 미음을 찻숟가락으로 떠먹었다. 환상적인 잣죽 맛이 났다. 그 뒤 선식 섭취를 끼니때마다 조금씩 늘려갔다. 된장국, 박하차, 동치미 국물, 효소물도 먹었다. 보식 기간에 출장도 다녀왔고, 요가 수업도 참여했다. 몸이 가볍고, 동작은 자유로웠다. 체중은 본단식 사흘 동안 2㎏, 보식을 할 때 1㎏ 더 빠졌다. 복부 둘레는 일주일 동안 5㎝가 줄었다. 역류성 식도염이 없어져 깊은 잠을 이루게 되었고, 무릎 통증도 사라졌다. 에밀리 디킨슨의 시구가 생각났다. “처음엔 ― 오한이 나다가 ― 이윽고 황홀 ― 이윽고 해방이 오는 것을.”(<고독은 잴 수 없는 것>(에밀리 디킨슨 지음, 강은교 옮김)

단식을 마치고 부푼 마음으로 다시 의원을 찾아 인바디 검사를 했다. 검사 결과는 생각과 달랐다. 골격근량은 20.9㎏에서 19.6㎏으로 1㎏ 넘게 줄어들었고 체수분도 28.6ℓ에서 26.9ℓ로 감소했다. 체지방량은 차이가 없었으며 체지방률은 32%에서 33.7%로 오히려 증가했다. 지방 대신 수분과 근육이 빠진 것으로 결론 내려야 했다. 단식 전 체지방률은 ‘경도비만’이었지만 이번 결과지엔 ‘비만’에 표시가 돼 있었다. 앞으로는 두유 등 단백질을 균형 있게 섭취하고 계단 오르기와 빨리 걷기를 통해 근육을 키울 것을 처방받았다.

곧 요요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그래도 성과가 있다면 술을 끊은 것. 이번엔 한달 금주를 할까? 간헐적 단식을 해야 할까? 끝없이 도전하면 나는 ‘건강체’가 될 수 있을 것인가? 갑자기 피로가 몰려왔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단식 유지 시간을 쉽게 알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단식 유지 시간을 쉽게 알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단식에 앞서 볼만한 책
<1일無(무)식>(안드레아스 미할젠 등 지음, 박종대 옮김) <잠시 먹기를 멈추면>(제이슨 펑 등 지음, 이문영 옮김) <지방대사 켜는 스위치온 다이어트>(박용우 지음) <먹고 단식하고 먹어라>(브래드 필론 지음, 박종윤 옮김) <1일1식>(나구모 요시노리 지음, 양영철 옮김) <음식을 끊다>(스티븐 해로드 뷰너 지음, 박준식 옮김) <최강의 단식>(데이브 아스프리 지음, 엄성수 옮김)

단식 애플리케이션
단식 지속시간을 체크할 수 있는 앱이 다양하게 출시돼 있다. ‘단식 추적기’(168 단식-간헐적 단식 추적기) ‘간단’(간헐적 단식 다이어트 식단관리) 등은 단식 시작 시각과 마침 시간을 편하게 체크할 수 있어 간헐적 단식을 하는 데 도움을 준다. 식단관리 등 프리미엄 버전은 유료가 많으니 따져보고 사용할 것.

단식 관련 커뮤니티
단식하는 사람들(cafe.naver.com/fastian)
저탄고지 커뮤니티 키토카페(cafe.naver.com/ketogenic)
성공 다이어트/비만과의 전쟁(cafe.daum.net/s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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