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는 밤 12시(한국시각)가 다 돼 끝났다. 한국에 잠시 들어와 있는 박지성(26)의 아버지 박성종씨는 늦은 시간인데도 지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술 한잔 합시다.” 기쁘기는 앨릭스 퍼거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안방에서 4골을 넣다니 대단하다.” 상대팀 샘 알리아스 볼턴 윈더러스 감독에겐 기가 찰 일이다. “(전반 초반) 연속 3골을 얻어맞다니, 이해할 수 없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오른쪽)이 17일 밤(한국시각) 올드 트래퍼드에서 열린 프리미어리그 볼턴 원더러스와의 안방경기 전반 14분 선제골을 넣은 뒤 마이클 케릭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형엔진’ 박지성의 2골은 여러 사람의 표정을 엇갈리게 만들었다. 17일 영국 맨체스터 올드 트래퍼드에서 열린 볼튼과의 2006~2007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경기. 지난 14일 유럽올스타와 맨유의 경기에 90분을 뛴 박지성은 오른쪽 날개로 나와 또 90분을 소화했다.
박지성의 골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도움이 있었다. 전반 14분 호날두가 골지역 왼쪽까지 치고가 땅볼로 먹기좋게 건네주자, 박지성은 오른발 인사이드킥 선제골로 화답했다. 웨인 루니(전17분)의 추가골로 2-0으로 앞선 전반 25분. 박지성은 호날두의 왼발슛을 문지기가 쳐내자, 재빠르게 달려들어 발끝으로 공을 찍어 골망을 흔들었다. 맨유는 후반 29분 루니의 쐐기골로 4-1 대승을 거뒀다. 박지성은 네덜란드 페에스베(PSV) 에인트호번 시절이던 2005년 3월 이후 2년 만에 1경기 2골을 넣었다. 잉글랜드 무대에선 처음이다.
박지성은 ‘신형엔진의 승리방정식’도 이어갔다. 박지성이 2005년 10월1일 풀럼전(2도움) 이후 공격포인트를 기록한 9경기에서 맨유는 모두 승리했다. 박지성이 선발로 나왔을 때 골 감각이 번뜩인 것도 눈길을 끈다. 박지성은 네덜란드와 잉글랜드에서 지금까지 총 23골을 기록했는데, 그 중 22골이 선발출전 때 터졌다. 박지성이 지난 2월11일 찰튼 애슬레틱전 이후 34일 만에 시즌 3~4호골을 연달아 작렬한 덕분에 맨유는 24승3무3패(승점75)로 2위 첼시(승점69)의 추격을 뿌리쳤다. 박지성도 잉글랜드 스포츠 전문채널 〈스카이스포츠〉가 뽑은 주간 베스트11에 들었다.
미들즈브러의 이동국이 18일(한국시각) 맨체스터 시티와의 안방경기에서 선발 투톱으로 나서 상대 수비 마이클 볼과 공을 다투고 있다. 연합뉴스
이동국(28·미들즈브러)은 맨체스터 시티와의 안방경기에서 잉글랜드 진출 후 첫 선발로 뛰었지만 이렇다 할 활약없이 전반만 뛰고 나왔다. 팀도 0-2로 졌다. 이영표(30·토트넘 홋스퍼)는 왓포드전에서 80분을 소화해 20경기 연속 정규리그 출전을 이어갔다. 토트넘의 3-1승. 레딩FC는 포츠머스와 맞붙었으나 설기현(28)은 리그 6경기째 모습을 감췄다. 팀은 0-0 무승부.
송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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