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환.
FC서울과 2군경기서 욕설 꾹 참다 결국 폭발
안정환(31·수원 삼성)은 요즘 1군 경기에도 나오지 못한다. 새까만 후배 하태균(20) 등에게 주전을 내줬다. 1군 경기가 열릴 때면 2군들과 관중석에서 경기를 본다. 차범근 감독은 “심리적 요인 탓에 살아나지 않고 있다”고 말해왔다. 안정환은 10일 서울월드컵 보조구장에서 FC서울과 2군경기에 나섰다. 올해 2군경기 두번째 출전이었다. 수원 관계자는 “안정환도 2군경기에 나오고 싶겠나. 코칭스태프에서 조만간 (1군)경기에 내보내기 위해 경기감각을 끌어올리게 하려고 출전시킨 것으로 안다”고 했다.
가뜩이나 심난한 안정환에게 이날 일부 FC서울 서포터들은 “네가 월드컵 스타냐?” “비싼 돈받고 2군에서나 뛰냐?” 뿐 아니라 심한 욕설까지 퍼부었다고 한다. 2군 경기는 무료입장이고, 대부분 관중석과 운동장 경계가 모호하거나 아주 가까운 경기장에서 이뤄진다. 꾹 참던 안정환은 서포터들이 자신의 아내를 거론하며 저질스런 말을 해대자, 전반 33분 심판에게 간단히 사인을 보내고 관중석으로 뛰어 올라갔다. 구단 직원들이 말렸고, 안정환은 위해를 가하지 않고, “이렇게 함부로 얘기해도 되느냐” “당신들이라면 참겠냐”고 말했다고 한다. 심판은 허락없이 경기장을 벗어난 안정환에게 퇴장명령을 내렸다. 프로축구연맹은 12일 상벌위원회를 열어 안정환의 추가 징계 여부를 논의한다.
수원쪽은 “참지 못하고 관중석으로 올라간 것이 잘한 행동은 아니다”고 했다. 그러나 “너무도 잘 들리는 운동장에서 도를 넘어선 욕설을 하는 서포터 문화도 반성할 부분”이라고 했다.
이운재(35·수원)는 체중이 좀 불어 1군 경기에 뛰지 못할 때 “뒤룩뒤룩 살찐 돼지가 무슨 골키퍼인가”라는 비난을 받았을 때를 떠올리며, “한-일월드컵 때는 그렇게 최고라고 하더니, 좀 부진하니까 욕을 할 땐 나도 사람으로서 좀 욕이 나오더라”고 했다.
2군으로 밀린 스타 안정환의 조급함, 그런 선수에게 가족까지 들먹이며 수치스런 욕을 해댄 어린 서포터들의 경솔함, 그런 분위기를 자제시키지 못한 안방 구단의 미숙함, 그걸 끝내 참지 못한 안정환의 성급함이 국내 축구 사상 첫 ‘관중석 진입’ 퇴장을 만들어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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