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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표의 꿈, “강원FC 슈퍼볼보다 매력 있게 만들겠다”

등록 2021-02-17 16:10수정 2021-02-18 02:38

[‘찐’한 인터뷰]이영표 강원FC 대표
축구 스타, 해설가 거쳐 행정가 인생 ‘3막’
“슈퍼볼, EPL보다 내 아이 경기에 열광”
“강원은 내 팀” 충성도 올릴 장기 구상
지도자 가능성엔 “자격도 능력도 안 돼”
이영표 강원FC 대표이사. 강원FC 제공
이영표 강원FC 대표이사. 강원FC 제공
확 깼다. 역시 “다르다”라는 말이 나온다. 설날 전 ‘초롱이’ 이영표(44) 강원FC 대표와 한 오랜만의 전화 통화. 그는 ‘경기장 안’에서나, ‘경기장 밖’에서나 톡톡 튀었다. 어려운 도민구단 살림? 구단 마케팅? 경기력? 까다로운 질문에도 막힘이 없다. 그에겐 벌써 생각이 있었다.

“인간은 추억을 먹고 사는 존재” 구단 운영을 책임지는 자리를 맡았다. 하지만 그는 우승을 꿈꾸지 않는다. 그것보다 훨씬 더 소중한 게 있다. 바로 “팬들이 매력을 느끼는 팀 만들기”다. 그는 이렇게 비유했다. “미국프로풋볼 슈퍼볼은 회당 광고가 수십억원이다. 너도나도 보고 싶어 한다. 난 일도 관심이 없다. 반대로 내 아이가 동네 농구대회에 나갔을 때, 난 미친듯이 응원했다. 다른 학부모도 마찬가지다. 나와 연관이 있을 때 사람들은 열광한다.” 슈퍼볼보다 매력있는 ‘내 팀’의 경기. 그럴듯하다. 팬들이 강원FC를 자기와 연관있는 팀으로 만들면, 그야말로 대박이다.

어떻게? 이 대표는 다소 철학적으로 얘기했다. “인간은 추억을 먹고 산다. 6살~10살 어린 시절부터 강원FC 유니폼을 입거나, 그걸 입고 한두 경기 본 기억이 있다고 하자. 대학생이 됐을 때 축구 재미를 알아 어떤 팀 응원할까 찾을 것이다. 그때 바로 추억의 사건들이 떠오르고 강원FC의 팬이 된다.” 이 이야기는 경험의 산물이다. “유럽에선 할아버지가 손자를 데리고 축구장에 간다. 라이벌 팀에 지면 할아버지, 아버지가 운다. 그 모습을 본 아이가 커서 어떻게 하겠는가. 자기 아들 손잡고 경기장 간다.” 이것은 리그의 수준과도, 팀의 강등과도 상관이 없다. 내 팀이라는 고리가 생기면 사랑은 열배, 백배 커진다.

스토리, 역사, 전통 3개의 키워드 새로운 패러다임 정착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가령 강원도에서 태어났다고 강원FC 응원하지 않는다. 스토리와 역사, 전통은 자연스러운 것도 있지만, 만들어내야 한다. 강원FC는 최근 강릉 문성고 출신의 전 국가대표 한국영(31)과 2024년까지 장기계약을 했다. 이 대표는 “그동안 이근호, 정조국 등 좋은 선수들이 많이 강원FC를 거쳐 갔다. 하지만 ‘강원의 대표선수가 누구지?’라고 물으면 막상 떠오르는 선수가 없었다. 한국영은 비즈니스로 접근한 선수가 아니다. K리그 강원에서만 뛴 그는 강원에서 은퇴하고, 팀의 스토리와 전통이 한 부분이 될 것”이라고 했다. 역사와 전통은 반짝스타로 만들 수 없다. 미역국 진하게 우려내듯 풀뿌리 팬 마케팅에서부터 고유한 팀 색깔 형성까지 오랜 시간에 걸쳐 이뤄진다. 이 대표는 “문화를 바꾸는 일이다. 10년~15년 앞을 내다보고 준비한다”고 설명했다.

김병수 감독과 찰떡궁합 점유율과 공격축구로 ‘병수볼’을 만든 김병수(51) 강원FC 감독은 저예산에도 팀을 강호로 만든 지략가다. 이 대표한테는 강원도 홍천 고향 선배이기도 하다. 둘은 지금 현장과 행정의 양대 축으로 짜임새 있는 팀을 만들고 있다. 이 대표가 부임하면서 선수단에 변화가 많았다. 이영재(수원FC), 김지현(울산)이 나갔고 김승대(전북)는 원소속팀으로 돌아갔다. 대신 김대원, 임창우, 윤석영, 루스탐 아슐마토프, 이시다 마사, 실라지 블라디미르 등이 새로 들어왔다. 이 대표는 “선수를 붙잡고 싶어도 프로세계에서 이적을 막을 수는 없다. 새 선수를 영입해 전력 누수를 막으려고 했다. 나는 조력자다. 감독님이 뽑아달라고 하면 시장에서 찾아내는 게 나의 일이다”라고 말했다.

그럼 이 대표가 생각하는 강원FC 축구는 어떤 것일까? 그는 “팬들이 재밌게 느끼고 기대감을 가질 수 있도록, 매 경기에 최선을 다해 뛰는 팀이 돼야 한다. 경기장 시설도 좋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1만석 규모의 전용구장 건설 추진을 위해 이 대표가 백방으로 뛰는 이유다. 과거 자신의 팀이었고, 현재 손흥민이 소속한 토트넘을 초청하는 이벤트도 상상해 보곤 한다.

지도자 꿈 질문에 “자격, 능력 없다” 이영표 대표의 트레이드 마크는 현란한 헛다리 짚기 개인기다. 1999년 코리아컵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대표선수로 데뷔해 이전에 볼 수 없었던 환상적인 드리블을 선보인 이후 그는 A매치 125경기를 치르면서 기술축구에 목말라하던 팬들의 관심을 독차지했다.

사실 현역 은퇴 때 가장 아쉬웠던 것은 “더 이상 그라운드를 밟을 수 없다”는 현실이었다. 오죽하면 축구가 너무 하고 싶어 동네 아이들과 붙기까지 했을까. “1년 전 고교생들과 2 대 5로 미니게임을 한 적이 있다. 처음 졌지만 내기를 건 뒤부터 다 이겼다”고 했다.

지도자가 된다면 “꿈에도 그리는” 잔디밭에 돌아가게 된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그는 “자격증도 없고, 능력도 없다. 지금 하는 일도 벅차다”라고 했다. 스타에서 해설가로, 이어 행정가로 인생 3막을 여는 그의 말에는 늘 초롱초롱한 통찰이 있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이영표 강원FC 대표이사가 김병수 감독(왼쪽)과 얘기하고 있다. 강원FC 제공
이영표 강원FC 대표이사가 김병수 감독(왼쪽)과 얘기하고 있다. 강원F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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