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학의 ‘짜임새 농구’가 프로농구 2연패를 일궈냈다. 모비스 선수들이 14일 정규리그 2연패가 확정된 직후 유재학 감독을 헹가래치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LG 1점차로 누르고 정규리그 2연패
“낮잠 자다 뱀이 손가락을 물던데 무슨 꿈이죠?”
어찌됐든 길몽이 됐다. 유재학(44) 울산 모비스 감독은 “오늘 억세게 운이 좋으면 우승하겠죠”라고 했는데, 모든 게 척척 들어맞았다. 모비스는 14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06~2007 프로농구 2위 창원 엘지와의 경기에서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78-77로 이겼다.
75-77이던 연장 종료 1분6초 전 양동근(24점)의 3점슛(4개 성공)이 짜릿했다. 엘지는 종료 직전 퍼비스 파스코가 슛할 때 심판이 모비스의 반칙을 불지않은 게 뼈아팠다. 여기에 같은 시간 3위 부산 케이티에프(KTF)가 서울 삼성에 82-94로 무너져 ‘우린 이기고, 케이티에프는 져야’하는 유 감독의 우승 시나리오가 완성됐다. 모비스는 남은 4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정규리그 2연패를 차지했다.
유 감독은 코트 안팎에서 끈끈한 조직력을 강조했다. 지난해 8월 미국 전지훈련에서 두 선수가 방에서 맥주를 조금 마셨다가 유 감독에게 냄새를 들켰다. 유 감독은 이후 5일 동안 둘에게 숙소에서 차로 10분 걸리는 훈련장과 식당을 뛰어다니게 했다.
“우린 대부분 중간급 선수들입니다. 원칙에서 벗어난 개인행동을 싫어합니다.” 유 감독은 조직력에 탄탄한 수비농구를 덧씌웠다. 그는 전술을 꼼꼼하게 가르치는 지도자로 유명하다. 모비스는 10개팀 중 최소실점을 기록한데다, 상대에 얻어맞은 3점슛도 가장 적었다. 굿디펜스(좋은 수비) 부문도 1위다. 모비스는 선수 연봉총합에서 10개팀 중 9위다. ‘저비용 고효율’이란 구단의 자랑은 그래서 나온다. “수비농구는 거칠다고요? 전 재미있는 농구라고 생각합니다. 수비도 다양한 전술이기 때문이죠.”
양동근은 가드이면서 매 경기 평균 15~16점을 꽂았고, 크리스 윌리엄스는 성실한 수비로 한몫했다. 우지원은 ‘식스맨’으로 신세가 바뀌었지만, “1분을 뛰어도 감사할 줄 알게 됐다”며 3점슛 외에 튄공잡기에 힘을 보탰다. 유 감독은 아들과 딸, 아내를 모두 미국에 보내 7년째 ‘기러기 아빠’다. “아들이 오늘 꼭 이길거라고 했거든요.” 챔피언결정전을 또 치러야 하지만, 유 감독은 헹가래를 사양하지 않았다. “우승이란게 또 언제할지 모르잖아요.”
“경기 끝나고 우승 얘기 들어”
모비스 유재학 감독=피말리는 경기였다. 2연패라 더 뜻이 깊다. 저쪽(부산 경기)이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몰라, 경기 끝나고 나서 우리가 우승했다는 얘기를 듣고 알았다. 너무 잘 나가니까 선수들이 정규리그 중반 이후 해이해진 것도 있었는데, 오늘 선수들이 집중력을 보여줬다. 남은 4경기에선 그간 잘 뛰지못했던 선수들을 투입해 플레이오프에서 2~3분이라도 뛰어야 하는 상황에 대비시키겠다.
울산/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울산/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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