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기 지났어도 고비서 펄펄
프로농구 정규리그 ‘식스맨상’
프로농구 정규리그 ‘식스맨상’
딸 서윤이가 5살이다. “작년에 딸이 직접 만든 카네이션을 달아주는데…. 나도 부모가 됐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4월2일이면 ‘코트의 황태자’ 우지원(울산 모비스)은 35번째 생일을 맞는다. 연세대 시절부터 농구 코트의 주연이었던 그의 배역은 나이가 들수록 조금씩 작아졌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선 벤치에 있는 시간이 훨씬 많았다. 수비 조직력을 중시하는 유재학 감독의 전술에서 종종 열외됐던 것이다.
“감독님을 찾아가서 힘든 마음을 토로했죠. 그러곤 생각했죠. 1분이든 10분이든 코트에 나가면 마치 40분을 뛰는 것처럼 쏟아붓고 나오자고.”
정말 그랬다. 우지원은 이번 시즌 1경기 평균 23분여를 뛰었다. 1쿼터부터 나오지못할 때도 많았다. ‘베스트5’가 아닌 후배들의 뒤를 받쳐주는 ‘식스맨’이 된 것이다. 그러나 우지원은 코트에 나서면 악착같이 수비했고, 튄공잡기(평균 3.06개·국내선수 12위)에도 적극 가세했다. 평균득점이 8.72점(3점슛 성공률 4위)이지만, 슈터답게 고비의 순간에 3점슛을 쏟아부어 20점 이상 넣을 때도 있었다. 대학 시절 동료들 사이에선 ‘된장’으로 불렸던 것처럼, 묵은 장맛같은 구수한 활약으로 팀의 정규리그 2연패를 도왔다.
“지난해는 못뛰면 볼안하고 초조한게 있었죠. 지금은 코트 밖에서 늘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요. 언제 들어가더라도 제대로 뛸 수 있게 말이죠.”
우지원은 지난 27일 프로농구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코트의 남우조연상인 ‘우수후보선수상’(식스맨상)을 받았다. 우지원이 기록부문 외에 처음 받은 상이 ‘식스맨상’이라는 것도 이채롭다. 우지원은 2002년 결혼 후 처음으로 100여명의 팬들과 최근 모임을 가졌다. 그 팬들 중엔 오빠부대에서 아줌마가 돼 아이들과 남편을 데리고 지방 원정응원을 오는 열성팬도 있다.
“아픈데도 없으니 몇년 더 뛰어야죠. 딸이 아빠만 믿고있는데…. 성실하고 자기관리 잘하는 모범적인 선수로 기억되고 싶어요.”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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