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핸드볼 문필희(맨 위)가 19일 중국과의 8강전에서 수비벽을 뚫고 슛을 하고 있다. 베이징/신화 연합
국내 14개팀 대중화 캄캄
‘유럽스타’ 윤경신 선수 등
“마케팅·시설 투자 필요”
‘유럽스타’ 윤경신 선수 등
“마케팅·시설 투자 필요”
베이징 올림픽을 타고 핸드볼 바람이 다시 불고 있다. 우리 국민들은 4년에 한 번씩 올림픽 때만 되면 핸드볼에 열광한다. 그런데도 정작 핸드볼의 대중화는 저만큼 뒤처져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때 여자 핸드볼 결승전은 손꼽히는 명승부였다. 이 경기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생순)이라는 영화로도 만들어져 4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올 초 벌어진 핸드볼 재경기 파동도 핸드볼에 대한 관심을 이어갔다. 핸드볼은 다른 비인기 종목이 남모르게 올림픽 출전권을 딸 때, 국제 스포츠계를 떠들썩하게 만들며 출전권을 다시 따냈다.
이렇게 보면 한국 핸드볼은 명승부와 드라마, 관중이라는 흥행요소를 모두 갖춘 셈이다. 하지만 핸드볼은 2004년 아테네 대회 이후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올림픽이 끝나면 ‘한데볼’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 리그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남자팀이 5개, 여자팀이 9개 있지만 지자체팀 등이 대부분이며 스타 선수도 배출하지 못했다. 독일 등 유럽에서 핸드볼이 축구, 테니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빅3’ 스포츠 반열에 드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독일 리그에 진출해 득점왕에 7차례나 오른 핸드볼 스타 윤경신은 “국내에는 미국 스포츠인 야구나 농구가 먼저 저변을 넓혔고 인기도 많기 때문에 유럽 쪽 스포츠인 핸드볼이 들어오기 힘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내 핸드볼계가 좀더 마케팅에 노력했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야구, 농구 등 미국 스포츠에 우리 국민들이 너무 길들여져 있다는 이야기다. 정규오 핸드볼협회 국제팀장은 “대부분의 체육관이 농구장 규격에 맞춰져 있는 것이 문제”라며 “핸드볼 자체가 시청자들이 보듯이 재미가 없지는 않은데 시설이 안 되니 관중들을 모으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비인기 종목이 학교 체육에서부터 배제되는 현실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스포츠기록분석학과)는 “초·중·고, 대학, 실업팀이 피라미드형으로 시장을 구성해야 하는데, 학교 체육시간이 줄어들고 실업팀이 없어지고 국가대표팀만 잠깐 반짝 인기를 끄는 우리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며 “실업팀이 한두 개 생긴다고 해서 해결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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