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통화故 윤상규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통화

아빠가 코로나로 돌아가실 줄은 상상도 못했었다. 사실 내가 2년 전 유방암 판정을 받았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우리가 인생에서 마주치는 예측 불허한 일들은 삶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는 생각이 든다.

2022년 3월14일, 강릉 아산병원 코로나 병동에서 아빠는 78년의 인생에 마침표를 찍으셨다. 울릉도에서 위암과 투병하시던 중, 급성 폐렴으로 인해 의료헬기로 강릉에 이송되신 지 14일 만이었다. 코로나라는 특수 상황 때문에 가족들은 중환자실에 계신 아빠를 방문하기도 어려웠고 오로지 엄마만이 아빠 곁에 계실 수 있도록 허락되었다.

가족의 일원으로 그리고 딸로서, 내가 도움을 드릴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무기력함을 느끼던 중, 오래된 가족 사진들을 꺼내어 보게 되었다. 20여년 간을 가족들과 떨어져 해외에서 살았던 나에게 아빠와의 추억은 사실 희미하기만 했다. 하지만, 낡고 빛바랜 사진들에서 엄마와 아빠 두 분의 특별하고 무수히 많은 추억들과 이야기들을 엿볼 수 있었다.

5장

아빠가 운명하시기 전날 밤, 코로나 병동의 담당 간호사는 전화 통화라도 할수 있게 해달라는 엄마의 간곡한 요청에 도움을 주셨다.

“… 50년 동안 당신의 아내여서 행복했어요. 하나님 품에 먼저 가 있어요. 나도 조만간 따라갈테니 그때 만나요…” 라는 엄마에게 아빠는 “응”이라며 대답하시며 두 분은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통화를 나누셨다고 했다. 두 분께서는 헤어져야 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렇게 추억을 만들고 계셨나보다 그리고 딸인 나조차도 범접할 수 없는 두 분만의 특별한 이야기가 있음을 깨달으며 아빠와의 추억이 떠오르지 않아 서운하던 마음을 접었다.

코로나로 인해 문병 한 번 제대로 할 기회도 없이 아빠를 보내드린 후, 나의 일생에서 반드시 해야하는 것이 남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엄마와의 추억을 만들자며…

2022년 5월

고 윤상규의 장녀 윤경원

(엄마와 아빠의 마지막 통화에 도움을 주신 강릉아산병원 코로나 병동의 간호사님께 감사드리며…)

134분이 헌화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