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와 같은 분이 없기 바라며 이 글을 남깁니다.
81살 어머니가 2월24일 확진 받으시고 별증상 없으시길래 집에 머무셨습니다. 격리 해제 후 힘이 없으셔서 누워만 계셨는데, 예삿일이라 병원 이송이 늦었습니다. 3월6일 저녁에야 119불렀네요. 여기저기 전화 끝에 H대학병원에 가기로 했습니다. 이후 음압병동입소했습니다.
(격리해제일 3월1일 이후 5일이나 지났지만 pcr검사를 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첫번째 검사 후 음성이 나오자 고개를 갸우뚱 하면서 또 하더군요. 이게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격리해제 이후 PCR 재검요구는 의료법 위반임에도, 악착같이 하는 이유는 대충 짐작은 갑니다. 그렇지만 이 부분이 사망자 폭증을 불러일으키는 주범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들 검사 기준일로부터 매뉴얼에 따라 치료하니, 폐렴 치료를 받아야 할 시기에 바이러스를 치료하니까 위중증 환자를 폭증 시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후 매일 통화하며 안부 묻고 언제 병실 오시나만 기다렸습니다. 3월21일 기다림 끝에 병원에서 일반병실로 옮긴다고 뛸듯이 기뻐하며 이것저것 챙겨서 병원에 갔습니다. 하지만 어머니 상태는 안 좋았고 폐가 많이 딱딱해졌다고(?) 했습니다.
(폐섬유화는 코로나 폐렴에서 아직 연구가 덜 된 부분임에도 의사의 필요에 따라 고령의 많은 환자에게 치료를 포기하게 만들게 하고 있습니다.)
고유량 산소 쓰고 계셨고 저는 알아보시고 이름도 부르고는 주무시더군요. 일반병실로 가서 한 시간 있으니 처치실로 가라고 하더군요.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중환자실로 가려다 자리가 없어 대기타는 중이었나봅니다.
주치의가 부르더군요. 어머니 상태를 저대로 두면 내일이나 모레, 일주일 이내에 돌아가십니다, 이러더군요. 이후 전공의가 부르더니 '연명의료 동의서'를 작성하겠냐고 묻더군요.
(여기가 운명의 갈림길이었나 봅니다. 만약 전공의가 어머니 상태가 더 나빠질 수 있습니다. 그러면 중환자실 가서 치료하셔야 합니다. 중환자실 가서 치료받으시려면 '연명의료 동의서' 작성하셔야 합니다. 이렇게 얘기해줬더라면, 무조건 동의 했겠지요. 보통 메이저병원 의사는 보호자가 연명의료라는 말에 오해를 하면 인공호흡기 쓰면서 시간을 벌며 2주에서 4주정도 회복을 기다리는 것이다라고, 치료행위임을 명확히 알려주더군요. ?※ 코로나 환자에게 인공호흡기 삽관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의미없는 연명의료가 아니고 코로나 폐렴 환자가 더 이상 산소치료를 할 수 없을 때 할 수 있는 마지막 치료단계인 것입니다. 이것을 연명의료라는 말로 호도하여 많은 분들이 오해하여 스스로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심장이 멈추는줄 알았습니다. 인공호흡기… 드라마에서 보던 뇌사자들이 생명연장 수단으로 하던 인공호흡기 줄을 떼느냐 마냐 법적공방도 많이 봐왔고, 한번하면 영원히 뗄 수 없는 줄 알았습니다.
전공의: "연명의료동의서 작성하시겠습니까?"라고 물으며, 인공호흡기, 기관절개, 에크모(에코모는 젊은 사람들 장기이식할 때, 대기 탈 때, 체외로 피 뺄 때 쓴다. 어머니는 고령이시라 뇌졸증, 뇌출혈이 올 수 있다 등등) 설명하며 부작용만 설명하시더군요.
본인: "인공호흡기착용 하신분들 많이 좋아지시는 편인가요?"
전공의: "제가 코로나 환자 쭉 보면서 이 병원에서 퇴원하신분 두 분 봤어요. 거의 다 돌아가세요. 어머니 폐가 거의 기능을 못해요. 아시겠지만 폐가 딱딱해지면 불가역적이라 치료가 힘듭니다(이 부분도 코로나 환자에게 아직 확정할수 없는 부분입니다). 연세가 있으셔서 에크모 치료도 부작용이 많을 거라고, 에크모는 장기이식 할 때 생명유지로 돌리는 겁니다."
본인: "그러면 의미 없는 연명의료는 안 하겠습니다."
이후 회진 때마다 어머니가 내일이나 모레 넘기기 힘드실 겁니다, 이러고 가니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별다른 치료도 없이 일반병실에서 하루하루 고통스러워 하시던 어머니. 밤마다 좀 편해지시면 제 이름을 부르고 손을 꼭 잡아주시고, 제 몸에 땀도 털어주시고 누워자라고 저를 걱정하시던 어머니가 3월26일 고유량 산소의 부작용으로 고통 받으시며 돌아가셨어요.
피눈물이 납니다. 과거는 되돌릴 수 없지만 너무 아쉬워 자꾸 뒤돌아보게 되네요.? 인공호흡기와 에크모가 코로나 중증환자가 마지막 할 수 있는 치료다, 이렇게 얘기했더라면 누가 인공호흡기 치료를 마다하겠습니까? 중환자실 가서 인공호흡기 치료받으셔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연명의료 동의서 작성 해주셔야 합니다. 이리 알려줬더라면…
피눈물이 납니다. ?회진 때 와서는 저희가 50L 90%가 저희가 줄 수 있는 최고량입니다. 더 이상 할 수가 없다(더 이상 할 수 있는 치료가 없다는 줄로 착각했습니다). 이러더군요. (기망행위입니다.) 아마, 이번주 넘기기 힘드실 겁니다. 산소호흡기와 인공호흡기의 차이를 모르는 일반인에게 연명의료라는 말을 써가며 중환자 치료를 거부하게끔 유도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환자가 폭증하던 3월 중순경에는 고령 위중증 환자 위주로 연명의료 거부를 30%~50% 정도 받던 시기였습니다. 3차 병원임에도 중환자 병실이 모자랐는지, 알아듣기 힘든 연명의료란 말로 기망행위를 하여 코로나 중증환자에게 마지막 치료인 인공호흡기 치료도 못해본 채 고통스럽게 돌아가셨습니다. 결국 병원에 못가서 돌아가신 게 아니라 병원에 가서 돌아가신 겁니다.
연명치료 안 한다니 더 이상 오지도 않고 잠깐 불러내서 아마 내일이나 이번주 넘기기 힘드실거예요. 치료는 안 하고 날짜만 카운팅 해주니 제가 얼마나 피가 마르고 화가 나겠습니까? 여기는 왜 치료는 안 해주고 날짜만 셀까? 이런 생각만 하고 어머니에 대한 사형선고로 받아드리고 울기만 했습니다. 더 이상 치료방법은 없는건가? 연명의료 동의서라는 말이 너무 크게 들어와서, 인공호흡기 치료가 무슨 돌아가신 자를 심장 전기충격기로 살려내서 이후 인공호흡으로 의미없는 생명연장으로 알아들었네요. ?이렇게 무지몽매한 자식이 어디있을까요? 마지막 치료 과정도 못 시켜드렸으니…이제 와서 어머니에 대한 죄책감으로 피가 마르고 죄송해서 죽을 것 같네요.
아,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요? 마지막 치료를 못 받게 해서 온몸이 저리도록 괴롭네요. 어머니, 이 못난 자식을 용서하세요. 죄송합니다, 또 죄송합니다. 어머니, 사랑해요.
177분이 헌화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