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오병철 소장님(동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을 추모하면서
소장님! 소장님이 바라셨던 그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평등한 세상 즉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해 하실 일이 아직도 태산 같은 데 그렇게 갑자기 허무하게 떠나셨나요.
저와 함께 장애인이 지역사회에 자립적으로 참여하여 생활할 수 있도록 장애인에게 차별적인 사회 환경을 변화시키고,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비장애인과 동등한 삶과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서비스와 정보를 열심히 제공하자고 한 약속을 허무하게 저버리고 홀연히 떠나시면 저는 그 무거운 짐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까요.
본인이 시각장애인이면서 다른 장애인을 위해 일하시느라 거의 매일 휴일도 없이 사무실에서 열심히 생활하신 부지런한 당신의 모습이 눈앞에서 아른거리는군요. 때로는 사무실에서 주무시기까지 하여 사무실과 결혼했느냐고 농담을 했었는데 그 일을 어찌 잊고 가셨나요.
소아마비 바이러스에 의해 지체장애인이 된 저는 바이러스 병원체가 얼마나 무서운 녀석인지 익히 알고 있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소장님을 하늘나라로 데려갈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정부의 장애인에 대한 방역대책이 소홀하지 않았더라면 소장님과 저의 아픈 이별은 없었을 텐데 너무도 안타깝고 소장님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장애인의 치명률과 사망률이 비장애인보다 20배나 높기 때문에 장애인단체들이 코로나 확산 초기부터 장애인을 감염 고위험군으로 분류할 것을 요구했지만 의학적 이유가 없다는 이유로 PCR 검사를 받게 하는 등 장애인은 보호받는 대신 격리되거나 방치되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PCR 검사를 받으러 가던 중 소장님을 홀로 길에서 세상을 떠나게 했으니 미안하고 안타깝습니다.
소장님의 정신을 이어받아 못 다 이룬 소장님의 꿈 제가 이루어 놓겠으니 이제 그곳에서 편히 쉬세요. 소장님 존경하고 사랑했습니다.
-후임 소장을 맡은 주정수 올림
24분이 헌화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