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근 베네딕토 신부님의 영전에故 이학근 베네딕토

이학근 베네딕토 신부님의 영전에

신부님, 저희 곁을 떠나신 지 두 달이 다 되어갑니다. 신부님 사셨던 지정면 월송리 근처를 지날 때마다 신부님의 환한 웃음이 떠올라 마음이 저릿해집니다.

20여년 전 신부님께서 저희 태장동 성당에 주임 신부로 오실 때까지, 사실 저는 신자들에게 먼저 선물을 주시는 사제를 본 적이 없었어요. 천주교 원주교구가 만들어진 뒤 배출한 첫 사제셨고, 지학순 주교님의 비서실장 격인 총대리 신부를 지내시는 등 경력이 화려하셨는데도 신부님처럼 신자들을 폭넓게 보듬어주시는 분이 없었습니다. 여행이나 출장을 다녀오시면 신부님은 스카프나 기념품 같은 것을 사오셔서 신자들에게 고루 나눠주셨지요. 은퇴하신 뒤에도, 과일이나 과자가 선물로 들어오면 태장동 성당의 옛 할머니 신자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나눠 주셨다는 얘기가 들려오곤 했어요.

마지막 주임신부를 지내셨던 용소막 성당에서의 일도 기억납니다. 벌써 18년이나 됐네요. 어느날 “데레사, 고기 좀 사줄까?” 하면서 불러내시더니 용소막 성당 100주년 기념 기도문을 써달라고 부탁하셨지요. 황송한 마음으로 고민고민하면서 기도문을 썼더랬습니다. 어릴 적 아버지가 안 계셔서 그랬을까요. 그날 고기를 사주시는 신부님이 마치 아버지처럼 살갑게 느껴졌어요.

신부님께서 여러 기저질환이 있으신 와중에도 코로나 고비를 잘 넘기시는 것 같아서 내심 안도했었는데, 결국 코로나가 신부님의 쇠약한 육신을 덮쳤을 때 너무나 마음이 아팠어요. 신부님, 저희 가족들에게 주신 살뜰한 사랑 너무 감사합니다. 하느님 품에서 평안하시길 두손 모아 기도합니다.

-강원도 원주에서 유민숙 데레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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