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님글방/원철스님]밥을 담을 수 있는 건 그릇이 비어있기 때문문이 없는 열린 집 … ‘빈자의 미학’ 실천해 비 내리는 날 인사동에서 점심을 먹고 조계사 일주문과 마주한 ‘템플스테이 통합정보센터’에 들렀다. 입구에서 계단을 올라가는데 머리 위로 비가 후둑후둑 떨어진다. 접었던 우산을 다시 폈다. 고개를 치어...
이른 아침 빗자루 자국이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있는 정갈한 조계사 마당 한켠에 마련된 빈소에 들렀습니다. 이미 하얀 국화꽃을 들고 줄을 서서 조문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출근길의 선남선녀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합장하고 고개숙여 고인의 명복을 빌었습니다. 방명록을 대신하여 고인께 하고싶은 말을 남...
[벗님글방/원철스님]‘꽃대궐’ 봄세상 새 것이 태어나듯 조화롭게 다시 살자 눈 닿는 곳마다 떠나는 길마다 꽃천지다. ‘나도 꽃’이라며 연초록 잎새도 질세라 함께 다투어 피어난다. 푸른 산과 붉은 꽃이 어우러져 봄세상은 그야말로 꽃대궐이다. 더불어 숨어있던 우리 마음속 꽃잎 한 장 까지 마침내 덩달아 활짝 피어...
[원철스님] 창덕궁 기오헌 궁궐 속 고졸한 온돌방 하나 효명세자의 절제된 삶 보여돌마저도 세월에 시들고 늙어…생물적 불사란 불가능해 무르익은 봄날 오후 창덕궁 비원에는 꽃비가 흩날리고 있었다. 그 화려함 속에서 감춰진 소박함을 만난다는 것은 또 다른 감동을 준다. 아무 군더더기 없이 고졸한 기오헌(寄傲軒)...
허물 돌아보는 수행과 적선 계기로 삼았는데‘기상특보’감으로 전락한 것은 결국 자업자득 동북아불교문화권에선 중국은 전탑, 한국은 석탑, 일본은 목탑의 나라라고 구분하여 부른다. 그 말처럼 벽돌, 석재, 목재가 그 나라 불탑의 주재료가 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한국에 전탑이 없는 건 아니다. 많은 숫자는 아니...
[벗님글방/원철스님] 천태산 영국사잠시 내 이름으로 살 뿐 세상에 정해진 건 없어 영국사로 갔다. 지인들의 모임 때문이다. 구성원의 신분도 다양하고 또 나이 편차가 크다보니 세대간의 언어감각에 대한 차이도 있기 마련이다. 한글영어세대는 ‘영국사’라는 절이름을 들으면 유럽의 잉글랜드가 떠오른다고 했다. 한술...
[벗님글방/원철스님] 매화경계 넘어 피는 매화처럼 좌·우 구분 말고 함께 하길 누비옷을 벗었다. 2월인지라 아직 겨울이지만 성급한 봄의 기운을 먼저 만난 까닭이다. 예전에 어떤 성급한 이는 앉아서 꽃이 피길 기다릴 것이 아니라 꽃피는 곳까지 먼저 찾아가겠다고 길을 나섰다. 하지만 신바닥이 닳도록 헤매도 봄을...
홍련암에서혼자 보긴 아깝고 아무에게 보여줄 수 없는하늘과 바다와 달이 오묘하게 어울려 ‘장관’ 저녁 무렵 낙산사에 도착했다. 어둠이 내리면서 수평선 너머 둥근달이 이내 하늘 속으로 두둥실 떠오른다. 겨울 차가운 달이 푸른 파도 위에 금빛물결이 부서지는 장관을 연출한다. 송강 정철(1536~1593)은〈관동별곡〉...
[벗님 글방/원철 스님] 의상대 일출정철도 의유당 김씨도 일출 놓칠까 ‘안절부절’화마도 태우지 못한 굳은 의지와 희망 ‘해오름’ 낙산사의 객실 취숙헌에 여장을 풀었다. 송진냄새가 아직 채 마르지도 않는 새로 지은 한옥이다. 구석구석에 만든 이의 정성이 켜켜이 쌓여 있고 그 정성이 눈에 보일 만큼 제대로 만들어...
방 한칸에 다상만 달랑 있는 청아한 방노-소 자화상 두 점에 ‘자학적인 자찬’ 온 산하대지가 있는 그대로 자기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겨울의 참맛은 이것이다. 청간당의 창호너머 보이는 만수산도 그랬다. 경내의 몇 그루 커다란 감나무는 얼어버린 감을 그대로 달고 서있는 것이 오히려 더 어색해 보였다. 그 감은 ...
‘대궐(禁:대궐 금)의 꿈’을 ‘금(禁:금할 금)’으로 감춰 이지러지는 게 있으면 채워지는 것도 있는 게 이치 양력으로 섣달이다. 잎새를 떨군 나무만큼이나 강원도 땅 영월의 발본산도 모든 걸 비워버린 모습으로 한 해를 마무리 중이다. 그 바람에 자작나무를 닮은 은사시나무는 도리어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늘씬하...
청백가풍 죽림정사미닫이 문에 기와까지 옛운치가 지방문화재감 올곧은 선비정신에 둘러싸여 고풍스러움 더해 박경리 〈토지>의 무대인 최참판이 살았다는 곳에서 멀지않은 곳에 그 토굴이 있었다. 암주는 늘 참판 집 일부를 옮겨온 것이라고 자랑스럽게 늘어놓았다. 빤질빤질 윤이 나도록 닦아놓은 나무계단을...
성묵 스님 입적 정동길은 덕수궁 돌담길을 휘돌아 감으면서 백여 년 된 근대문화유산이 여기저기 자리를 잡고 있는 운치있는 문화의 거리이다. 해질 무렵 그 길을 걸었다. 떨어진 잎새들이 걸음을 옮길 때 마다 발끝에 채였다. 도심도 조락(凋落)의 계절임을 비로소 느끼게 된다. 가을바람은 나무들로 하여금 불필...
[벗님 글방/원철 스님] 공무원 종교 중립법 공청회 “정치기독교는 이단” “차라리 정당 만들라”비판 “타종교 합법적 비판·반대도 종교 자유” 주장도 한강을 건넜다. 여의도로 가기 위함이다. 정치인들이 종교인까지 배려해준 ‘공무원 종교 중립법 제정의 필요성’ 공청회 모임을 주최한 까닭이다. 하지만 가는 길 내...
[벗님 글방/원철 스님] 소박한 절에 일부러 화려한 꽃 심은 뜻은… 가야산 중턱에 자리잡은 해인사는 지대가 높은 탓에 무슨 꽃이든지 한 박자 늦게 핀다. 더위가 시작될 무렵에야 작약꽃을 볼 수있다. 산문을 걸어 잠근 채 그림자 마저 일주문 밖을 향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정진하는 여름 안거가 반쯤 지난 어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