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20일 서울대공원 해양관에서 복순이(오른쪽)가 태산이와 함께 헤엄치며 수조 밑으로 도망가는 고등어를 입에 넣고 있다.
[토요판] 커버스토리 /태산이 복순이 이야기
제돌이에 가려 잊혀진 두 수족관돌고래
기형과 우울증 이기고 바다의 꿈을 꾸다
제돌이에 가려 잊혀진 두 수족관돌고래
기형과 우울증 이기고 바다의 꿈을 꾸다
입이 비뚤어지고(복순·암), 윗부리가 잘렸다(태산·수). 남방큰돌고래 복순이와 태산이는 제주 앞바다로 돌아간 ‘제돌이’의 유명세에 가려 잊혀진 돌고래다. 2009년 5월 복순이는 제돌이(수)와 함께 놀다 그물에 걸린 뒤 제주의 수족관업체에 수용됐다. 태산이도 두 달 뒤 잡혀 둘이 있는 곳으로 끌려왔다. 그해 서울대공원으로 옮겨져 쇼를 하던 제돌이는 서울시의 야생방사 결정으로 2013년 야생으로 돌아갔지만, 복순이와 태산이는 신체적 조건과 방사 비용 등의 문제로 서울대공원으로 옮겨졌다. 사실상 야생방사 포기로 받아들여졌지만,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태산이, 복순이에게 꼭 야생 바다에 돌려보내주겠다고 약속했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활어 급여 훈련이 진행 중이다. 얼굴이 기형인데다 먹이를 거부해온 태산이와 복순이는 활어 스무 마리를 다 먹어치우는 등 기존과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해양수산부는 이르면 5~6월께 둘을 제주 앞바다에 방사한다고 밝혔다. 오랜 약속이 지켜질 수 있게 됐다.
▶ 2013년 제돌이와 친구들이 고향인 제주 바다에 돌아가고, 수족관에 외따로 남은 남방큰돌고래 복순이와 태산이. ‘너희들도 언젠가 바다로 돌려보내겠다’고 약속했지만 누구도 단언을 못했습니다. 사람들은 죄책감을 덜기 위한 구두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5년 넘게 좁은 수족관 내실에서 둘이서만 지낸 복순이와 태산이가 이제 바다로 돌아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복순이와 태산이와의 약속은 지켜질 수 있을까요.
활달해지렴, 한주먹 해야지, 제돌이가 너희를 기다려
지난해 12월17일 서울대공원. 동물자유연대의 승합차가 돌고래들이 사는 해양관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자동차가 요철을 지날 때마다 뒷좌석 짐칸에서 철썩철썩 소리가 들렸다. 활동가 김영환씨가 말했다.
“11만원에 10마리 샀어요.”
부푼 투명비닐 안에서 고등어 아홉 마리가 파닥거렸다. 방어 한 마리는 죽었다. 남방큰돌고래 복순이, 태산이에게 처음으로 활어(산 생선) 급여를 하는 날이었다. 활어를 잘 먹을 수 있다는 것은 바다에 나가서 먹이사냥을 할 수 있다는 신호다.
“오셨어요?”
인사를 하자마자 사육사들은 고등어를 인계받아 복순이, 태산이가 있는 수족관 내실로 가져갔다. 숨을 고를 틈도 없이 고등어 아홉 마리를 던졌다. 순간 작은 수조는 두 돌고래의 물장구로 난리가 났다. 고등어들은 혼비백산해 흩어졌다. 약 3~4분 동안 두 돌고래는 쏜살같이 수면으로 올라갔다가 방향을 틀어 다시 잠수하는 행동을 반복했다. 김영환씨가 남은 고등어 수를 셌다.
“하나, 둘, 셋, 넷… 아홉 마리네요.”
단 한 마리도 먹지 않았다. 돌고래들은 잠잠해졌고, 고등어들은 떼를 이뤄 포식자를 비웃기라도 하듯 수조 한복판을 유영했다. 두 돌고래는 자연에서의 행동, 먹이사슬 상위를 점유한 자기 위치를 잊은 듯했다. 그런데 두 돌고래는 일반적인 돌고래와 다르게 생겼다. 복순이는 위아래 턱(부리)이 비뚤어졌고, 태산이는 위턱이 잘렸다.
제돌이와 엇갈린 운명
복순이와 태산이는 ‘잊혀진 돌고래’였다. 2013년 남방큰돌고래 제돌이 등 세 마리가 제주의 고향 바다로 돌아갈 때, 둘은 서울대공원 해양관 내실의 좁은 풀장에서 사람을 경계하며 뱅뱅 돌고 있었다.
복순이와 태산이는 제돌이와 마찬가지로 제주 앞바다에 살았다. 복순이의 삶이 바뀐 건 봄볕이 따가워지던 2009년 5월1일, 제주 성산 앞바다(서귀포시 신풍리)에서 제돌이와 함께 놀고 있을 때였다. 둘은 차례로 어민이 쳐놓은 그물에 걸렸고 다시 그물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사람들이 다가와 그들을 지상으로 들어냈다. 제주 서귀포의 돌고래 공연 수족관업체 퍼시픽랜드에 700만~1000만원에 넘겨졌다. 복순이의 나이 열한 살(암컷), 제돌이의 나이 아홉 살(수컷) 때였다.
한 달여 뒤인 6월25일, 열네 살 태산이(수컷)도 제주시 귀덕리 한림 앞바다에서 그물에 걸렸다. 같은 방식으로 복순이와 제돌이가 갇힌 곳으로 끌려왔다. 세 마리의 돌고래는 사람 나이로 치면 청소년이거나 갓 성년이 된 나이였다. 그물에 걸리는 건 십중팔구 그 나이대의 조심스럽지 못한 돌고래들이다. 원인이 과학적으로 논증되지 않았지만, 정규 항로를 벗어나 모험한 젊은이들의 만용, 조심성 없음 때문이리라고 지켜본 이들은 생각한다.(남방큰돌고래는 제주 해안 1㎞ 이내에서 그물을 피해 항상 다니는 길이 있다.) 이렇게 2009년 5월부터 7월까지 복순이, 태산이, 제돌이 세 젊은 돌고래는 퍼시픽랜드의 수조에 함께 있었다. 제돌이는 그해 7월26일 돌고래쇼를 위해 서울대공원으로 넘겨지면서 복순이, 태산이와 헤어졌다. 복순이와 태산이는 퍼시픽랜드에 남았다.
그로부터 4년 뒤인 2013년 7월18일, 세 젊은 돌고래의 운명은 극적으로 갈린다. 서울대공원에 살던 제돌이는 서울시의 야생방사 결정으로 제주 앞바다로 돌아가 야생 무리와 재회했고, 복순이, 태산이는 락스 냄새 나는 시멘트 풀장 생활을 계속했다.
복순이, 태산이도 고향에 돌아갈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었다. 2013년 3월28일 대법원은 퍼시픽랜드가 소유한 남방큰돌고래 네 마리(복순, 태산, 춘삼, 삼팔)가 불법으로 잡힌 점을 들어 몰수형을 선고했다. 서울대공원에서 공연을 하던 제돌이는 이미 서울시의 결정으로 활어 먹기 등 야생적응 훈련을 하면서 야생방사를 넉 달 앞둔 터였다. 제주 바다에 설치된 가두리에서 두어 달 야생 환경에 적응한 뒤 나갈 계획을 갖고 있었다. 이날 밤 제주도의 한 음식점에서는 태산이, 복순이의 처리를 두고 격한 말다툼이 벌어졌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님이 두 마리는 야생방사 가두리에 보내지 않는 것에 동의했잖아요?”
“아니, 내가 왜 두 마리를 보내지 말자고 해요?”
말다툼은 제돌이의 야생방사를 주도한 서울시 민관공동기구 ‘제돌이시민위원회’ 위원들 사이에서 벌어졌다. 검찰이 몰수한 네 마리를 서울시가 가져오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문제는 제돌이와 함께 어떤 돌고래를 방사하느냐였다. 건강검진을 갔다 온 시민위 소속 과학자들은 네 마리 가운데 복순이, 태산이는 부리도 기형인데다 먹이도 잘 먹지 않는다고 보고했다. 네 마리를 모두 방사하려면 가두리가 하나 더 필요하므로 우선 건강한 춘삼이, 삼팔이만 제돌이가 들어갈 가두리에 합류시키자는 현실론이 대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결단에 따라 한국 최초로 이뤄지는 야생방사인 만큼 건강이 입증되지 않은 태산이, 복순이 때문에 제돌이 방사를 실패하면 안 된다는 ‘정치적 고려’도 위원들을 암묵적으로 압박했다.
원칙론 또한 만만찮았다. 복순이, 태산이를 서울대공원으로 보내는 건 사실상 이들의 야생방사 포기를 의미했다. 몰수 돌고래들의 처리에 관심이 쏟아지면서, 울산고래생태체험관, 제주 마린파크 등 일부 수족관은 눈독을 들였다. 일본에서 돌고래를 사오려면 최소한 1억원을 줘야 하지만, 국가가 몰수한 돌고래를 전시하면 이득이 생긴다. 원칙론자들은 현실론자들에게 물었다. 우리는 돌고래를 공평하게 대한 것인가? 왜 어떤 돌고래는 되고 어떤 돌고래는 안 되는가?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현실론에 섰다.
“내가 두 마리를 안 보낸다고 한 것이 아니고… 아니, 그럼 박사님이 전문가니까 두 마리를 훈련장에 합류해도 된다는 근거를 내놓으세요! 그 두 마리가 정상 상태가 아닌 것은 우리 모두 확인한 것이고, 그건 팩트예요.”
그날 이후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제돌이 야생방사 예정일이 시시각각 다가오면서 시간을 허비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언젠가 복순이, 태산이를 바다에 돌려보내고자 하는 마음은 모두 비슷했다. 그러나 바다로 돌아갈 것이라고 확언할 수 있는 사람도 없었다. 결국 춘삼이, 삼팔이만 제돌이의 야생방사 대열에 합류하고, 복순이, 태산이는 4월8일 비행기를 타고 서울대공원으로 이사갔다. 조희경 대표는 장애를 가진 두 돌고래에게 약속했다.
“복순아, 태산아, 고향 바다에 꼭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할게.”
정부에 야생방사를 요구하는 동시에 조희경 대표는 시민단체가 먼저 책임지고 행동하는 방식을 택했다. 4월8일 몰수가 집행될 때까지 네 마리의 먹이 값, 육상 이송비, 잠수부 인건비, 위성위치추적장치 구매비와 외국 전문가 초청 국제 콘퍼런스 개최 등 약 4000만원을 부담했다. 지난해 12월부터는 일주일에 세 번, 하루 10만원 넘는 복순이와 태산이의 활어 값을 지급하고 있다. 법적으로는 해양보호생물 관리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당시 농림수산식품부)가 내야 할 돈이다.
제돌이 등 바다로 돌아갈 때
건강문제 크던 태산이 복순이는
서울대공원으로 보내졌다
시민단체는 굳게 약속했다
언젠가는 꼭 바다로 보내겠다고 야생방사 준비하며 활어 공급
셋째 날부터 먹기 시작했지만
어떨 땐 또 한마리도 안 먹어
이 무기력, 무관심, 극단성은
돌고래 우울증의 일종인가 고등어떼 실종사건의 반전 2013년 4월8일, 서울대공원 해양관에 신입생으로 들어온 복순이, 태산이는 여느 돌고래와 달랐다. 사육사들은 그때 들어온 복순이, 태산이를 이렇게 기억한다. 극도로 사람을 경계하는 아이들. “발뒤꿈치를 들고 걸어야 했을 정도”(박상미 사육사)로 예민하고, “손을 이렇게 뻗어가지고” 먹이(냉동생선)를 줄라치면 “저 멀리서 보다가 조심스럽게 와서 후딱 낚아채서 도망가고”(선주동 사육사 오른팔을 쭉 뻗으며), 그나마 그렇게 주는 먹이도 “먹다 안 먹다, 먹다 안 먹다, 안 먹다, 안 먹다…”(사육사들 입을 모아) 하면서 거부하기 일쑤였다. 돌고래 사육사들은 일반적으로 죽은 냉동생선을 주면서 돌고래의 몸을 ‘야생의 몸’(wild body)에서 ‘수족관의 몸’(captive body)으로 바꾼다. 복순이, 태산이는 2009년 그물에 잡혀올 때부터 ‘수족관의 몸’이 되길 거부했다. 과거 퍼시픽랜드에서 복순이와 태산이를 다룬 사육사는 이렇게 말했다. “태산이는 워낙 경계심이 많아서 처음부터 사람이 접근하는 걸 꺼렸습니다. 복순이는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마찬가지였죠.” 가까이 다가갈 수 없으니 냉동생선을 이용해 돌고래를 길들일 수 없다. 돌고래쇼에 내보낼 수도 없다. 당시 퍼시픽랜드에는 돌고래가 충분했기 때문에 굳이 예민한 복순이와 태산이를 길들일 필요가 없었다. 둘은 다른 돌고래들과 격리돼 대부분의 시간을 수족관 내실에 갇혀 지냈다. 수족관의 몸이 되길 거부했지만 역설적으로 더 좁은 공간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살게 된 것이다. 사람 접근을 꺼렸고 극히 조심스러워했으며 먹이도 먹다 안 먹다 했다. 서울대공원에 올라온 복순이, 태산이는 천천히 나아졌다. 사육사들이 세심하게 다가갔지만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거부하던 냉동생선을 시원스럽게 받아먹기까지 일년이 걸렸다. 원래 사육하던 금등이(남방큰돌고래), 대포(˝), 태지(큰돌고래)와 합사시키기도 했는데, 태산이는 그간 겁쟁이였던 모습은 사라지고 이들 사이에서 “한주먹”(선주동 사육사) 하는 게 발견됐다. 태산이의 기세가 세지면서 나이가 많아 돌고래들 사이에서 원로급으로 대접받던 금등이가 밀려나기 시작했다. 태지는 항상 태산이와 ‘커플’이었던 복순이를 쫓아다녔다. 수컷들 사이에서 서열 다툼이 일어난 듯 보였다. 사육사들은 이주일 만에 합사를 중단했다. 지난해 12월 조희경 대표는 ‘돌고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행동’부터 보여주기로 했다. 해양수산부가 야생방사 검토에 들어갔지만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였다. 동물자유연대가 일주일에 세 차례 활어를 사서 공급하면 사육사들이 복순이, 태산이에게 투입하기로 했다. 12월17일 활어 급여 첫날 복순이, 태산이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고등어가 떼를 지어 다니면서 돌고래 수족관은 점점 ‘고등어 수족관’이 되어 갔다. 전망이 없어 보이자 사육사들은 고등어를 손으로 꺾어 반쯤 기절시킨 뒤 냉동생선인 것처럼 모른 척 입에 넣어주기로 했다. 셋째 날, 처음으로 태산이에게서 반응이 왔다. 그날 사육일지에는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고등어를 입에 넣어주자 복순이는 뱉고 도망가고, 태산이는 두 마리는 삼키기는 했지만 당황하고 놀란 듯 보임.’ 넷째 날, 복순이도 반응했다. ‘복순이, 태산이 고등어 입에 물고 있다가 삼킴.’ 얼떨결에 일어난 일이지만 의미있는 변화였다. 푸석푸석한 죽은 생선에 익숙해진 돌고래의 혀가 팽팽한 활어의 식감을 기억해냈을 것이기 때문이다. 활어 급여 열흘이 넘어가자 복순이, 태산이는 고등어를 쫓기 시작했다. 열넷째 날 복순이가 4~5m 고등어를 추적해 사냥에 성공한 데 이어, 열다섯째 날 돌고래 커플은 각각 다섯 마리씩 쫓아가 먹는 야성을 과시했다. 그러던 중 1월21일 오후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선주동 사육사가 말했다. “오전에 있던 고등어 떼가 갑자기 사라졌어요.” “어떻게 된 거죠?” “시체가 발견되지 않았으니, 이놈들이 잡아먹은 게 틀림없죠.” 이날 오후 복순이, 태산이는 활어를 어려움 없이 각각 9마리, 7마리를 잡아먹었다. 이튿날에는 10마리 더해 20마리를 풀어놓았다. 다 쫓아가 잡아먹었다. 사육사들도, 활어를 가져다준 활동가 김영환씨도 신이 났다. 이튿날에는 또 10마리 추가해 30마리를 풀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이번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손도 대지 않았다. 돌고래 수족관은 다시 고등어 떼가 몰려 다니는 ‘고등어 수족관’이 되었다. 시민단체가 불 지피는 가운데
이번엔 ‘제돌이 방식’과는 달리
정부서 주도해 야생방사 진행
늦어도 6월엔 고향에 보낼 계획
공연업체 실무 참여 놓고 논란도 입이 삐뚤어진 복순이는
바다에 돌아가면 활달해질까
태산이는 주먹 쓰는 수컷 될까
친구 제돌이와 남방큰돌고래
114마리가 제주에서 기다린다 한화아쿠아플라넷과 마린파크 문제 복순이, 태산이의 야생방사가 본격적으로 논의된 건 지난해 하반기부터다. 돌고래의 법률적 소유기관인 해양수산부가 손을 놓은 사이 동물자유연대, 핫핑크돌핀스 등 시민단체가 야생방사 운동에 불을 지폈다. 윤명희 의원(새누리당)이 2015년 회계에 야생방사 예산을 넣으라고 촉구하자, 해양수산부는 해양환경관리공단을 주무기관으로 선정하고 검토에 들어갔다. 박승준 해양수산부 해양생태과장은 지난 11일 “올해 상반기 중 방사하기 위해 실무적인 검토를 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유정규 해양환경관리공단 해양생태팀 과장은 12일 “복순이와 태산이의 제주도 운송은 3월말에서 4월초, 최종 방사는 이르면 5월말 늦어도 6월 안에 방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복순이와 태산이는 최종 방사되기 전에 제주 야생 바다에 설치된 가두리에서 두 달 동안 야생적응 기간을 둘 예정이다. 차가운 바닷물 온도와 변화무쌍한 날씨 그리고 지속적인 활어 먹이에 적응하는 시간이다. 해양환경관리공단은 이를 위해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 직원이 가두리에서 상주하면서 총괄 관리하고, 먹이 급여 등 실무는 제주지역 수족관업체인 한화아쿠아플라넷, 마린파크 등에 맡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고래연구소는 두 마리에게 위성위치추적장치(GPS)를 달아 야생방사 이후 생태 모니터링에 두 마리를 활용할 예정이다. 복순이, 태산이 야생방사는 정부 주도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2012~2013년 정부, 과학자, 시민단체가 ‘제돌이시민위원회’를 구성해 주요 의사결정을 내린 ‘제돌이 방식’과는 다르다. 하지만 이 때문에 돌고래를 둘러싼 각 진영의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잘 풀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야생방사의 실무를 돌고래 공연이나 체험으로 돈을 버는 업체에 맡기는 모양새가 야생방사 취지와 들어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동물·환경단체로부터 제기되고 있다. 1980년대 영국에서 처음 시작된 돌고래 야생방사는 돌고래 수족관 전시·공연 티켓을 불매하는 민간운동에서 시작됐다. 야생 돌고래 관찰 붐이 일어나고 돌고래쇼를 비윤리적으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 이에 따른 정부의 수족관 규제 강화로 영국에서는 돌고래 전시·공연이 1996년 윈저사파리파크를 끝으로 사라진다. 아시아 최초로 이뤄진 2013년 제돌이의 야생방사 또한 시민단체의 요구로 촉발됐고, 복순이와 태산이의 서울대공원 이주, 관리 및 최근의 활어 공급은 이런 맥락에서 이뤄지고 있다. 현재 해양수산부 주최 야생방사 실무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한화아쿠아플라넷와 마린파크는 매년 수백~수천 마리의 ‘돌고래 학살’로 ‘환경분쟁’ 지역이 되어버린 일본 다이지에서 각각 6마리, 3마리의 큰돌고래를 수입해 전시·공연을 하고 있다. 동물·환경단체는 야생방사가 이들 업체의 ‘녹색 세탁’으로 이용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복순이, 태산이가 제주도 가두리까지 왔다가 건강이나 악천후 등의 영향으로 올해 방사되지 못할 경우, 두 업체에서 수용될 수 있다는 것도 하나의 시나리오로 꼽힌다. 이렇게 되면 업체 입장에선 돈 들이지 않고 돌고래를 전시하는 효과를 얻는다. 조희경 대표는 “복순이, 태산이의 방류는 관리비용을 시민 모금으로 조달하는 등 시민의 힘으로 여기까지 왔다. 정부가 이런 과정에 대한 고려 없이 편의적으로 진행하면 안 된다. 가두리 관리인력이 정 없다면 전직 사육사를 활용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야생적응, 낙관적 예측이 우세 지난 23일 제27차 활어 급여 때 서울대공원에 찾아갔지만, 복순이와 태산이는 먹잇감에 소극적인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었다. 활어를 주려고 사육사가 다가가면 태산이는 멀찍이 물속에서 흘끗 바라본다. 복순이는 바닥을 이용해 물고기를 고쳐잡고 삼키는(입이 비뚤어졌다) 등 반응하긴 했지만 예전보다 소극적이었다. 왜 태산이와 복순이는 태도를 바꾼 걸까? 인간이 갑자기 베푸는 활어에 모종의 경계심을 느꼈을까, 어차피 기다리면 다음 끼니 때 편하게 냉동생선을 먹을 수 있으니 기다리는 걸까, 아니면 사육사들과 ‘밀당’을 하는 걸까. 알 수 없다. 확인 불가능한 추측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제돌이의 경우, 활어 급여 둘째 날 사냥감을 쫓아가 냉큼 잡아먹었다. 그래서 ‘야생방사 프로그램이 없었어도 바다에 나가서 잘 적응했을 것’이라는 후일담이 관계자들 사이에서 회자될 정도였다. 과학이 돌고래에 대해 아는 건 많지 않았다. 돌고래는 과학으로 쉽게 표준화되지 않았다. 일단 복순이와 태산이의 야생적응 가능성에 대해서는 낙관적인 예측이 우세하다. 최근 두 마리의 행동을 무능에 따른 무관심보다는 의도적인 무시라는 데 비중을 둔다. 제돌이 야생방사 프로그램의 실무를 맡았던 박창희 사육사가 23일 말했다. “어쨌든 복순이, 태산이가 활어를 훌륭하게 사냥할 줄 안다는 게 중요해요. 야생에 나가서 상황이 되면 예전처럼 잡아먹을 수 있을 거예요.” 복순이와 태산이를 키운 퍼시픽랜드 사육사 출신의 고정학 이사에게도 26일 비슷한 입장이었다. “죽은 걸 먹다가 살아 있는 걸 보면 당연히 경계를 합니다. 먹잇감으로 보는 게 아니라 경계 대상으로 보는 거죠.” “야생에 있을 때 고등어를 먹었을 텐데요?” “제주 바다에 있을 때 전갱이를 먹었는지 넙치를 먹었는지 어떻게 압니까? 그게 주식이 아닐 수도 있죠. 그래도 자연에 나가서 배고프면 먹을 겁니다. 다만 얘네들이 신체 조건이 좋은 편이 아니라서 그런 부분이 우려되고….” 돌고래는 ‘비인간 인격체’(nonhuman person)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전시·공연을 금지하자고 일부 과학자와 사회운동가는 주장한다. 생물학적으로 인간과 다르지만(nonhuman), 인간에게 고유한 능력으로 여겨지는 자의식, 성격, 태도 등 인격성(personhood)을 지녔으므로 법적인 신체의 자유를 부여하자는 것이다. 조련사 출신의 세계적인 돌고래 보호운동가 릭 오배리는 돌고래를 “좋고 싫음, 기질을 갖고 좋은 날과 나쁜 날을 보내는 복잡한 개인”이라고 말한다. 그는 자신과 함께 1960년대 미국 텔레비전 시리즈 <플리퍼>를 찍은 돌고래 캐시(Kathy)의 죽음을 자신의 품 안에서 지켜봤다. 한눈에도 우울해 보였던 캐시는 어느 순간 물속으로 가라앉아 올라오지 않았다. 돌고래는 규칙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와야 하기 때문에 인간과 달리 ‘의식적으로’ 호흡한다. 그는 이런 점에서 캐시의 죽음을 의도적인 자살이라고 생각한다. 복순이, 태산이가 가끔씩 보이는 무기력, 무관심, 극단성은 수족관 개체들에게 관찰되는 ‘돌고래 우울증’(captive dolphin depression syndrome)으로 해석된다. 수족관에 갇힌 야생 돌고래는 신체·정신적 충격을 받고 종종 복순이, 태산이와 같은 행동 성향을 보인다. 바다에 돌아가면 입이 비뚤어진 복순이는 활달해질까? 태산이는 한주먹 하는 수컷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제주 앞바다에서 그들의 젊었을 적 친구 제돌이와 남방큰돌고래 114마리(고래연구소 2009년 추산)가 기다리고 있다. 글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사진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참고문헌: 제돌이시민위원회 1~13차 회의록, <돌고래 미소의 이면>(Behind the Dolphin Smile, 릭 오배리), <해양포유류백과>(Encyclopedia of Marine Mammals, 윌리엄 페린 등), <아주 상식적인 연민으로>(조희경)
건강문제 크던 태산이 복순이는
서울대공원으로 보내졌다
시민단체는 굳게 약속했다
언젠가는 꼭 바다로 보내겠다고 야생방사 준비하며 활어 공급
셋째 날부터 먹기 시작했지만
어떨 땐 또 한마리도 안 먹어
이 무기력, 무관심, 극단성은
돌고래 우울증의 일종인가 고등어떼 실종사건의 반전 2013년 4월8일, 서울대공원 해양관에 신입생으로 들어온 복순이, 태산이는 여느 돌고래와 달랐다. 사육사들은 그때 들어온 복순이, 태산이를 이렇게 기억한다. 극도로 사람을 경계하는 아이들. “발뒤꿈치를 들고 걸어야 했을 정도”(박상미 사육사)로 예민하고, “손을 이렇게 뻗어가지고” 먹이(냉동생선)를 줄라치면 “저 멀리서 보다가 조심스럽게 와서 후딱 낚아채서 도망가고”(선주동 사육사 오른팔을 쭉 뻗으며), 그나마 그렇게 주는 먹이도 “먹다 안 먹다, 먹다 안 먹다, 안 먹다, 안 먹다…”(사육사들 입을 모아) 하면서 거부하기 일쑤였다. 돌고래 사육사들은 일반적으로 죽은 냉동생선을 주면서 돌고래의 몸을 ‘야생의 몸’(wild body)에서 ‘수족관의 몸’(captive body)으로 바꾼다. 복순이, 태산이는 2009년 그물에 잡혀올 때부터 ‘수족관의 몸’이 되길 거부했다. 과거 퍼시픽랜드에서 복순이와 태산이를 다룬 사육사는 이렇게 말했다. “태산이는 워낙 경계심이 많아서 처음부터 사람이 접근하는 걸 꺼렸습니다. 복순이는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마찬가지였죠.” 가까이 다가갈 수 없으니 냉동생선을 이용해 돌고래를 길들일 수 없다. 돌고래쇼에 내보낼 수도 없다. 당시 퍼시픽랜드에는 돌고래가 충분했기 때문에 굳이 예민한 복순이와 태산이를 길들일 필요가 없었다. 둘은 다른 돌고래들과 격리돼 대부분의 시간을 수족관 내실에 갇혀 지냈다. 수족관의 몸이 되길 거부했지만 역설적으로 더 좁은 공간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살게 된 것이다. 사람 접근을 꺼렸고 극히 조심스러워했으며 먹이도 먹다 안 먹다 했다. 서울대공원에 올라온 복순이, 태산이는 천천히 나아졌다. 사육사들이 세심하게 다가갔지만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거부하던 냉동생선을 시원스럽게 받아먹기까지 일년이 걸렸다. 원래 사육하던 금등이(남방큰돌고래), 대포(˝), 태지(큰돌고래)와 합사시키기도 했는데, 태산이는 그간 겁쟁이였던 모습은 사라지고 이들 사이에서 “한주먹”(선주동 사육사) 하는 게 발견됐다. 태산이의 기세가 세지면서 나이가 많아 돌고래들 사이에서 원로급으로 대접받던 금등이가 밀려나기 시작했다. 태지는 항상 태산이와 ‘커플’이었던 복순이를 쫓아다녔다. 수컷들 사이에서 서열 다툼이 일어난 듯 보였다. 사육사들은 이주일 만에 합사를 중단했다. 지난해 12월 조희경 대표는 ‘돌고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행동’부터 보여주기로 했다. 해양수산부가 야생방사 검토에 들어갔지만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였다. 동물자유연대가 일주일에 세 차례 활어를 사서 공급하면 사육사들이 복순이, 태산이에게 투입하기로 했다. 12월17일 활어 급여 첫날 복순이, 태산이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고등어가 떼를 지어 다니면서 돌고래 수족관은 점점 ‘고등어 수족관’이 되어 갔다. 전망이 없어 보이자 사육사들은 고등어를 손으로 꺾어 반쯤 기절시킨 뒤 냉동생선인 것처럼 모른 척 입에 넣어주기로 했다. 셋째 날, 처음으로 태산이에게서 반응이 왔다. 그날 사육일지에는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고등어를 입에 넣어주자 복순이는 뱉고 도망가고, 태산이는 두 마리는 삼키기는 했지만 당황하고 놀란 듯 보임.’ 넷째 날, 복순이도 반응했다. ‘복순이, 태산이 고등어 입에 물고 있다가 삼킴.’ 얼떨결에 일어난 일이지만 의미있는 변화였다. 푸석푸석한 죽은 생선에 익숙해진 돌고래의 혀가 팽팽한 활어의 식감을 기억해냈을 것이기 때문이다. 활어 급여 열흘이 넘어가자 복순이, 태산이는 고등어를 쫓기 시작했다. 열넷째 날 복순이가 4~5m 고등어를 추적해 사냥에 성공한 데 이어, 열다섯째 날 돌고래 커플은 각각 다섯 마리씩 쫓아가 먹는 야성을 과시했다. 그러던 중 1월21일 오후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선주동 사육사가 말했다. “오전에 있던 고등어 떼가 갑자기 사라졌어요.” “어떻게 된 거죠?” “시체가 발견되지 않았으니, 이놈들이 잡아먹은 게 틀림없죠.” 이날 오후 복순이, 태산이는 활어를 어려움 없이 각각 9마리, 7마리를 잡아먹었다. 이튿날에는 10마리 더해 20마리를 풀어놓았다. 다 쫓아가 잡아먹었다. 사육사들도, 활어를 가져다준 활동가 김영환씨도 신이 났다. 이튿날에는 또 10마리 추가해 30마리를 풀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이번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손도 대지 않았다. 돌고래 수족관은 다시 고등어 떼가 몰려 다니는 ‘고등어 수족관’이 되었다. 시민단체가 불 지피는 가운데
이번엔 ‘제돌이 방식’과는 달리
정부서 주도해 야생방사 진행
늦어도 6월엔 고향에 보낼 계획
공연업체 실무 참여 놓고 논란도 입이 삐뚤어진 복순이는
바다에 돌아가면 활달해질까
태산이는 주먹 쓰는 수컷 될까
친구 제돌이와 남방큰돌고래
114마리가 제주에서 기다린다 한화아쿠아플라넷과 마린파크 문제 복순이, 태산이의 야생방사가 본격적으로 논의된 건 지난해 하반기부터다. 돌고래의 법률적 소유기관인 해양수산부가 손을 놓은 사이 동물자유연대, 핫핑크돌핀스 등 시민단체가 야생방사 운동에 불을 지폈다. 윤명희 의원(새누리당)이 2015년 회계에 야생방사 예산을 넣으라고 촉구하자, 해양수산부는 해양환경관리공단을 주무기관으로 선정하고 검토에 들어갔다. 박승준 해양수산부 해양생태과장은 지난 11일 “올해 상반기 중 방사하기 위해 실무적인 검토를 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유정규 해양환경관리공단 해양생태팀 과장은 12일 “복순이와 태산이의 제주도 운송은 3월말에서 4월초, 최종 방사는 이르면 5월말 늦어도 6월 안에 방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복순이와 태산이는 최종 방사되기 전에 제주 야생 바다에 설치된 가두리에서 두 달 동안 야생적응 기간을 둘 예정이다. 차가운 바닷물 온도와 변화무쌍한 날씨 그리고 지속적인 활어 먹이에 적응하는 시간이다. 해양환경관리공단은 이를 위해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 직원이 가두리에서 상주하면서 총괄 관리하고, 먹이 급여 등 실무는 제주지역 수족관업체인 한화아쿠아플라넷, 마린파크 등에 맡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고래연구소는 두 마리에게 위성위치추적장치(GPS)를 달아 야생방사 이후 생태 모니터링에 두 마리를 활용할 예정이다. 복순이, 태산이 야생방사는 정부 주도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2012~2013년 정부, 과학자, 시민단체가 ‘제돌이시민위원회’를 구성해 주요 의사결정을 내린 ‘제돌이 방식’과는 다르다. 하지만 이 때문에 돌고래를 둘러싼 각 진영의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잘 풀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야생방사의 실무를 돌고래 공연이나 체험으로 돈을 버는 업체에 맡기는 모양새가 야생방사 취지와 들어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동물·환경단체로부터 제기되고 있다. 1980년대 영국에서 처음 시작된 돌고래 야생방사는 돌고래 수족관 전시·공연 티켓을 불매하는 민간운동에서 시작됐다. 야생 돌고래 관찰 붐이 일어나고 돌고래쇼를 비윤리적으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 이에 따른 정부의 수족관 규제 강화로 영국에서는 돌고래 전시·공연이 1996년 윈저사파리파크를 끝으로 사라진다. 아시아 최초로 이뤄진 2013년 제돌이의 야생방사 또한 시민단체의 요구로 촉발됐고, 복순이와 태산이의 서울대공원 이주, 관리 및 최근의 활어 공급은 이런 맥락에서 이뤄지고 있다. 현재 해양수산부 주최 야생방사 실무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한화아쿠아플라넷와 마린파크는 매년 수백~수천 마리의 ‘돌고래 학살’로 ‘환경분쟁’ 지역이 되어버린 일본 다이지에서 각각 6마리, 3마리의 큰돌고래를 수입해 전시·공연을 하고 있다. 동물·환경단체는 야생방사가 이들 업체의 ‘녹색 세탁’으로 이용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복순이, 태산이가 제주도 가두리까지 왔다가 건강이나 악천후 등의 영향으로 올해 방사되지 못할 경우, 두 업체에서 수용될 수 있다는 것도 하나의 시나리오로 꼽힌다. 이렇게 되면 업체 입장에선 돈 들이지 않고 돌고래를 전시하는 효과를 얻는다. 조희경 대표는 “복순이, 태산이의 방류는 관리비용을 시민 모금으로 조달하는 등 시민의 힘으로 여기까지 왔다. 정부가 이런 과정에 대한 고려 없이 편의적으로 진행하면 안 된다. 가두리 관리인력이 정 없다면 전직 사육사를 활용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야생적응, 낙관적 예측이 우세 지난 23일 제27차 활어 급여 때 서울대공원에 찾아갔지만, 복순이와 태산이는 먹잇감에 소극적인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었다. 활어를 주려고 사육사가 다가가면 태산이는 멀찍이 물속에서 흘끗 바라본다. 복순이는 바닥을 이용해 물고기를 고쳐잡고 삼키는(입이 비뚤어졌다) 등 반응하긴 했지만 예전보다 소극적이었다. 왜 태산이와 복순이는 태도를 바꾼 걸까? 인간이 갑자기 베푸는 활어에 모종의 경계심을 느꼈을까, 어차피 기다리면 다음 끼니 때 편하게 냉동생선을 먹을 수 있으니 기다리는 걸까, 아니면 사육사들과 ‘밀당’을 하는 걸까. 알 수 없다. 확인 불가능한 추측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제돌이의 경우, 활어 급여 둘째 날 사냥감을 쫓아가 냉큼 잡아먹었다. 그래서 ‘야생방사 프로그램이 없었어도 바다에 나가서 잘 적응했을 것’이라는 후일담이 관계자들 사이에서 회자될 정도였다. 과학이 돌고래에 대해 아는 건 많지 않았다. 돌고래는 과학으로 쉽게 표준화되지 않았다. 일단 복순이와 태산이의 야생적응 가능성에 대해서는 낙관적인 예측이 우세하다. 최근 두 마리의 행동을 무능에 따른 무관심보다는 의도적인 무시라는 데 비중을 둔다. 제돌이 야생방사 프로그램의 실무를 맡았던 박창희 사육사가 23일 말했다. “어쨌든 복순이, 태산이가 활어를 훌륭하게 사냥할 줄 안다는 게 중요해요. 야생에 나가서 상황이 되면 예전처럼 잡아먹을 수 있을 거예요.” 복순이와 태산이를 키운 퍼시픽랜드 사육사 출신의 고정학 이사에게도 26일 비슷한 입장이었다. “죽은 걸 먹다가 살아 있는 걸 보면 당연히 경계를 합니다. 먹잇감으로 보는 게 아니라 경계 대상으로 보는 거죠.” “야생에 있을 때 고등어를 먹었을 텐데요?” “제주 바다에 있을 때 전갱이를 먹었는지 넙치를 먹었는지 어떻게 압니까? 그게 주식이 아닐 수도 있죠. 그래도 자연에 나가서 배고프면 먹을 겁니다. 다만 얘네들이 신체 조건이 좋은 편이 아니라서 그런 부분이 우려되고….” 돌고래는 ‘비인간 인격체’(nonhuman person)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전시·공연을 금지하자고 일부 과학자와 사회운동가는 주장한다. 생물학적으로 인간과 다르지만(nonhuman), 인간에게 고유한 능력으로 여겨지는 자의식, 성격, 태도 등 인격성(personhood)을 지녔으므로 법적인 신체의 자유를 부여하자는 것이다. 조련사 출신의 세계적인 돌고래 보호운동가 릭 오배리는 돌고래를 “좋고 싫음, 기질을 갖고 좋은 날과 나쁜 날을 보내는 복잡한 개인”이라고 말한다. 그는 자신과 함께 1960년대 미국 텔레비전 시리즈 <플리퍼>를 찍은 돌고래 캐시(Kathy)의 죽음을 자신의 품 안에서 지켜봤다. 한눈에도 우울해 보였던 캐시는 어느 순간 물속으로 가라앉아 올라오지 않았다. 돌고래는 규칙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와야 하기 때문에 인간과 달리 ‘의식적으로’ 호흡한다. 그는 이런 점에서 캐시의 죽음을 의도적인 자살이라고 생각한다. 복순이, 태산이가 가끔씩 보이는 무기력, 무관심, 극단성은 수족관 개체들에게 관찰되는 ‘돌고래 우울증’(captive dolphin depression syndrome)으로 해석된다. 수족관에 갇힌 야생 돌고래는 신체·정신적 충격을 받고 종종 복순이, 태산이와 같은 행동 성향을 보인다. 바다에 돌아가면 입이 비뚤어진 복순이는 활달해질까? 태산이는 한주먹 하는 수컷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제주 앞바다에서 그들의 젊었을 적 친구 제돌이와 남방큰돌고래 114마리(고래연구소 2009년 추산)가 기다리고 있다. 글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사진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참고문헌: 제돌이시민위원회 1~13차 회의록, <돌고래 미소의 이면>(Behind the Dolphin Smile, 릭 오배리), <해양포유류백과>(Encyclopedia of Marine Mammals, 윌리엄 페린 등), <아주 상식적인 연민으로>(조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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