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이 주민들에게 서명을 받았다는 ‘호소문’의 일부. 독자 제공
전북 전주에서 사회복무요원의 신고로 주민센터 직원들의 초과근무수당 부당수령, 사회복무요원에게 금지된 업무지시 등이 드러나 징계를 받게 됐지만, 지역 일부 공무원들과 통장들은 공익신고자인 사회복무요원 탓을 하고 나섰다.
4일 <한겨레> 취재 결과, 전주시 여의동 일부 통장과 주민자치위원들은 사회복무요원(공익근무요원) ㅇ씨를 비난하는 내용이 담긴 ‘호소문’을 주민들에게 돌리며, 징계에 회부된 공무원들의 선처를 부탁한다는 서명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쪽(A4 용지) 분량의 호소문에는 “(징계 요구된) 직원들의 선처를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문제를 제기한 ㅇ씨가 “지속적으로 직원들과 마찰을 빚”었고, “공무원들의 상전인 것처럼 행동”하며 근무에 태만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지난해 ㅇ씨의 공익신고 뒤 여의동장이 ㅇ씨를 무고·명예훼손으로 고소한 내용과도 비슷하다. 하지만 전주지검은 지난 4월 ㅇ씨를 무혐의 처분한 바 있다. 전주시 관계자는 “(호소문 서명은) 여의동 주민자치위원장이 개인 자격으로 통장과 함께 받은 것으로, 동장은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여의동의 한 주민은 “작성자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호소문에 서명을 받고 있기에, 누구 요청으로 서명을 받는지 통장에게 물었지만 답변을 해주지 않았다”며 “단순히 공무원을 선처해달라는 것을 넘어 이미 무혐의 처분받은 공익요원을 비방하는 내용이어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통장은 동장이 위촉한다.
여의동장에게 ㅇ씨 고소 비용을 지원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주시지부 누리집에도 ㅇ씨를 비난하는 일부 공무원들의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한겨레> 보도 이후 노조의 변호사비 후원을 문제삼는 글들이 노조 게시판에 오르자 “조직에 화합하지 못하고 분란만 일으킨다” “자기 이익을 위해 타인의 약점을 물어뜯는다” 등 ㅇ씨를 비난하는 반박글이 여럿 올라왔다고 한다. 5급(사무관)인 여의동장은 노조 조합원은 아니지만 명예조합원 자격으로 ㅇ씨 고소 변호사 비용을 노조에서 지원받았다. 변호사비 지원과 관련한 <한겨레> 문의에 전국공무원노조 전주시지부장은 인터뷰 거부 뜻을 밝혔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주시지부 누리집 익명게시판에 여의동주민센터 ㅇ씨가 올린 글에 달린 댓글. 누리집 갈무리
한편, ㅇ씨의 문제제기와 관련해 전주시 감사가 진행됐고, 일부 비위 혐의가 사실로 인정된다며 동장 등 2명은 경징계를, 4명은 주의, 4명은 훈계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들의 초과근무수당 부정수령액 인정금액은 8만여원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주민센터와 같은 건물에 있는 무인민원발급기 관리 명목으로 수십차례 관내 출장을 다녀오거나 ‘현안업무’, ‘당면업무’ 등 애매한 목적의 출장이 수백차례 확인됐지만, 이는 징계사유에 포함되지 않았다. ‘봐주기 감사’가 이뤄진 것 아니겠냐는 지적과 관련해 전북도는 초과근무수당·출장여비 부정수령 부분은 추가 감사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이후 서울로 근무지를 옮긴 ㅇ씨는 “처음 문제를 제기했을 때부터 공무원들은 나를 나쁘고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갔다. 감사를 통해서 문제가 해결될 줄 알았지만, 아직도 나에게 손가락질하는 게 너무 억울하고 답답하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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