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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대, 50억 기증 ‘김밥 할머니’ 건물명서 이름 떼내

등록 2006-02-06 21:02수정 2006-02-06 21:03

충남대가 국제화단지를 추진하면서 ‘정심화 국제문화회관’ 이름에서 ‘정심화’를 떼기로 결정해 ‘배은망덕’한 개악이라는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충남대는 최근 학무회의를 열어 정심화 국제문화회관 이름을 국제문화회관으로 바꾸고 새로 지은 외국어교육원과 국제교류원 등을 묶어 국제화단지를 꾸리기로 했다고 6일 밝혔다.

‘정심화’는 지난 1990년 김밥을 팔아 평생 모은 50억원대 재산을 이 대학에 기증(사진)한 고 이복순 여사의 법명이자 이 대학 발전기금 역사의 상징이다.

대학 쪽은 “장기적으로 대학 발전을 이끌 국제컨벤션단지를 활성화하려면 건물 이름을 표준화해야 한다고 판단해 이렇게 결정했다”며 “문화회관의 제일 큰 공연장 이름은 ‘정심화홀’을 유지해 김밥할머니의 뜻을 기리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전지역은 물론 이 대학 구성원들마저도 “학교가 발전기금 등을 모집하는 데는 혈안이 돼 있지만 정작 기부자들의 숭고한 뜻은 외면하고 있다”며 “국제화단지를 꾸리는데 ‘정심화’가 걸림돌이 된다는 식의 학교 쪽 결정은 고 이복순 여사의 기부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지역민과 대학 구성원들은 “충남대가 2000년 이 건물을 개관하면서 ‘김밥할머니’의 뜻을 기리는 대신 ‘국제문화회관’으로 명명했다가 비난 여론에 밀려 ‘정심화 국제문화회관’으로 바꾼 전력이 있다”며 “새 건물을 짓는데 한 제약회사 회장이 10억원을 기증해 기증자 이름 등을 건물에 일일이 붙이기 어렵자 아예 빼버린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한 졸업생은 “이번 결정은 충남대 발전기금의 상징이자 가난한 학생을 돕고 학생들이 좀 더 좋은 여건에서 공부하기를 바라던 김밥할머니의 정성을 학교가 기리기는커녕 앞장서 훼손하는 개악에 다름 아니다”라며 “개관 당시에도 학교 쪽은 ‘이복순 여사의 뜻에 따라 기증받은 재산을 팔아 건물 기초공사를 시작했으나 여러 사정으로 짓던 시설을 철거한 뒤 교육부에서 200억원을 지원받아 건물을 지어 이 여사의 기증과는 무관하다’고 밝혀 비난받았다”고 지적했다.

한 재학생도 “학교 쪽이 ‘국가 예산으로 지어진 건물에 개인 이름 등을 붙인 예가 없다’고 버티다 ‘건물의 특색도 없고 김밥할머니의 기증이 국가가 예산을 지원한 바탕이 된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자 1년여 만에 건물 이름에 ‘정심화’를 붙였다”며 “학교 쪽은 여론과 상징성을 감안해 이번 결정을 재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학 홍성표 기획처장은 “이번 결정은 고 이복순 여사의 숭고한 뜻을 훼손하려고 이름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학교 발전 등을 위한 것”이라며 “재논의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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