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수도권의 한 오피스텔에 혼자 사는 직장 여성 ㄱ씨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저녁시간 쓰레기 분리배출을 하러 현관문을 여는 순간 낯선 남성 두 명이 현관문을 잡고 “경찰인데 성매매 단속을 나왔다”며 집안으로 들이닥치려 한 것. 깜짝 놀란 ㄱ씨는 112에 신고했고, 두 사람에게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신분 확인 뒤 단속에 협조한 ㄱ씨는 찝찝한 기분이 남아 국민권익위에 민원을 제기했다.
28일 권익위는 이 민원 제기 건과 관련해 “ㄱ씨의 사전 동의도 없이 혼자 사는 집 내부를 확인하려고 했고, 신분증 제시도 건성으로 하는 등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며 경찰청에 ‘경찰관 직무규정을 준수하라’고 권고했다. 이미 경찰청 ‘불심검문 관련 현장 매뉴얼’ 등에는 검문검색을 할 땐 ‘대화를 통해 피검문자가 거부감을 초래하는 일이 없도록 유의하라’고 명시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잘 지켜지지 않고 있으니 이를 준수하하라는 지적이다.
이에 경찰청은 “‘불심검문 관련 현장 매뉴얼’ 등 직무규정 교육을 철저히 하겠다”고 권익위에 회신하고, 해당 경찰관에게는 ‘주의’ 등 경징계를 했다고 한다.
권익위 손난주 경찰옴부즈만은 “불심검문 과정에 국민기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며 “특히 사복을 입은 경찰관의 경우 외관으로 경찰임을 구별하기 어렵기 때문에 신분을 명확히 밝히는 등 관련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