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조항숙 세종시 한글사랑위원회 시민위원
세종시 제1기 한글사랑위원회 시민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조항숙씨. 조항숙 제공
조씨는 세종시인재육성평생교육진흥원의 세종글꽃서당에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문해교육을 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인재육성평생교육진흥원이 문해교육을 위한 제반 준비를 마치고 세종시 문해교육센터로 지정됨과 동시에 곧바로 개강을 하려 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9월에서야 수업이 시작되었다. 이후 코로나 상황에 따라 휴업을 반복하다 지난 5월부터 강의가 다시 시작됐다. 현재 64살부터 85살까지 어르신 7명이 조씨의 수업을 듣고 있으며, 초등문해 교육과정 편제상 1~2단계로 초등학교 1학년에서 4학년 수준의 국어와 수학, 기초 영어 등을 통합교과로 배우고 있다.
“평생 글을 모르고 살아온 어르신들이 그동안 얼마나 답답하셨을까요. 학령기도 되기 전 어린 나이부터 가족의 생계를 위해 학교 근처에도 가보지 못하고 살아오시다, 이제부터라도 자신을 위해 뜻깊은 일을 해보겠다고 열정을 보이시는데 즐거운 마음으로 기꺼이 도와드려야지요.”
공부의 시수가 늘어감에 따라 어르신들이 글을 더듬더듬 읽고 자신의 이름과 전화번호 등 필요한 것을 삐뚤빼뚤 쓰며 일상생활에 활용하는 것을 보면서 가슴 벅찬 보람을 느낀다는 조항숙씨는 특히 농사를 지으며 시간을 쪼개 공부하여 ‘성인문해교육 시화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75살 어르신이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조씨는 수업만 하는 것이 아니라 쉬는 시간에 어르신들이 두런두런 풀어놓는 인생 얘기도 귀담아 들어주며 선생님이 아닌 친구가 되기도 하고 한편으론 어르신들께 삶의 지혜를 배우기도 한다고.
조씨는 최근 또 다른 직함을 얻었다. 세종시가 시민과 함께 ‘한글사랑도시’로 만들어가기 위해 조직한 ‘한글사랑위원회’ 시민위원으로 참여하게 된 것이다. 정년퇴직 2년차인 조씨에게 가르치는 일은 평생의 사명이 됐고 결국 한글사랑위원회를 통해 시 행정에까지 참여하게 됐다.
지난달 19일 한글사랑위원회 첫 모임에 참석한 조항숙씨는 “회의는 매우 학구적이며 진지했어요. 시장님께서도 직접 참석해 한글사랑도시 추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히셨고 이에 대한 고민과 정책 방향 등이 ‘한글사랑 5개년 추진계획’ 안에 고스란히 녹아 있었습니다. 일방적으로 시 행정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과 소통하며 명실상부한 한글사랑도시 세종을 만들어가자는 데 의견을 모았습니다”라며 당시 회의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이날 위원회 첫 업무로는 한글사랑 글씨체 선정과 행정용어 순화였다. 일반 시민에게 어렵거나 잘 쓰지 않는 행정용어 순화를 심의하는데 10개 안을 놓고 어떻게 하면 이해하기 쉽고 위화감이 들지 않게 할지 고민이 많았다며 강제성이 아닌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쪽으로 순화하려 애썼다고 한다. 시민에게 좀 더 다가갈 수 있는 그야말로 시민 주권 행정이 실현되는 현장이구나 하는 감동과 함께 우리 글과 우리 말의 가치와 소중함에 대해 새삼 깨닫는 계기가 되었고 더욱 바르게 사용해야겠다는 다짐이 섰다고 한다.
또한 세종시가 한글사랑 추진 사업의 일환으로 한글사랑 글씨체를 보급하기 위해 공모를 했는데 그 대상이 다름 아닌 세종글꽃서당에서 공부하고 있는 어르신들이 처음 한글을 배우며 정성스레 꾹꾹 눌러쓴 글씨체여서 의미가 깊었다고 조항숙씨는 전한다.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였어요. 최종 후보에 올랐던 몇 작품은 한글을 써본 경험이 짧은 어르신들의 글씨라기보다는 오랜 세월 글씨를 써온 사람에게서 볼 수 있는 연륜이 느껴졌으며 인쇄체에 가까울 만큼 달필이었어요. 필체의 균형감과 안정감, 강약 등에서 개성이 드러났으나 각 글씨체가 모두 자연스러우면서도 손글씨의 정감이 살아 있어 하나만을 선정하기에 아쉬움이 많았죠.”
마지막으로 조항숙씨는 문해 수준이 낮은 학교 밖 청소년, 결혼이주여성, 외국인 근로자 등에게까지 문해교육의 범위를 넓혀 제공했으면 좋겠다는 제안과 함께 “내가 살고 있는 세종을 위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다는 자부심에 설레기도 하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책임감에 부담스럽지만 2년간의 위원회 임기가 문해강사로서의 자신과 한글사랑도시 세종에 좋은 열매를 맺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지윤 기획콘텐츠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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