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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을 안아준 진천…‘기적같은’ 여정 푼 아프간인 377명 환영 펼침막

등록 2021-08-27 15:29수정 2021-08-27 15:37

아프간 탈출 기여자 차량 14대 나눠타고 도착
진천·음성 주민 환영, 길목 곳곳에 환영 펼침막
현지서 집계 혼선 378→377명…추가 입국자 13명도 진천으로
미성년자 61%, 6살 이하 어린이 110명…임시 보육시설 운영
코로나 검사 360명 ‘음성’, 경계선 17명 재검, 퇴소 전 2차례 추가 검사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을 도운 아프간 가족 377명이 탄 버스가 27일 충북 진천 혁신도시 안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으로 향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을 도운 아프간 가족 377명이 탄 버스가 27일 충북 진천 혁신도시 안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으로 향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현지에서 한국정부 활동을 도왔던 아프간인과 가족 377명이 충북 진천 혁신도시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국가 인재원)에 여장을 풀고 ‘기적같은’ 한국 생활을 시작했다.

아프간인 377명을 태운 버스가 27일 낮 12시8분께 비 내리는 국가 인재원에 도착했다. 이들은 전날 오후 4시24분께 인천공항에 도착한 뒤 김포에서 첫날밤을 보낸 뒤 이날 오전 9시20분께 버스 14대에 나눠 타고 인재원으로 향했다. 교통 여건 등으로 애초 예정시간보다 30여분 늦게 도착했다.

아프간 기여자를 태운 버스가 27일 낮 충북 진천 국가 인재원으로 향하고 있다.
아프간 기여자를 태운 버스가 27일 낮 충북 진천 국가 인재원으로 향하고 있다.

경찰·군 호송차를 앞세우고 5대가 먼저 도착했으며, 30분 뒤 다시 5대, 마지막 4대는 오후 1시55분께 도착했다. 아프간인들은 이시종 충북지사, 송기섭(진천)·조병옥(음성) 군수와 진천·음성군청 공무원·주민 등 100여명의 환영 속에 인재원에 내렸다. 이날 오후 1시7분께 인천공항에 도착한 아프간 추가 입국자 13명도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고 인재원에 합류한다. 이들은 앞으로 6~8주일 동안 이곳에 임시 체류할 예정이다.

이들을 태운 버스가 통과한 국가 인재원 앞길에는 ‘여러분의 아픔을 함께 합니다’(덕산읍 기업체협의회), ‘머무는 동안 편하게 지내다 가시길 바랍니다’(덕산읍 발전협의회) 등 환영 펼침막이 걸렸다. ‘따뜻한 마음으로 아프가니스탄 가족들을 맞아주신 주민 여러분 고맙습니다’(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등 이들의 임시 체류를 받아들인 진천·음성 군민들의 결정을 칭찬하는 펼침막도 더러 보였다.

이날 환영 펼침막을 들고 아프간인들을 맞은 진천 주민 박요한(65)씨는 “정치·종교적 이유로 생명의 위협을 받다 한국으로 온 이들에게 용기를 주려고 나왔다. 편안한 마음으로 잘 지내다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프간 기여자들이 6~8주일 동안 임시 체류할 국가 인재원 앞길에 걸린 환영 펼침막.
아프간 기여자들이 6~8주일 동안 임시 체류할 국가 인재원 앞길에 걸린 환영 펼침막.

이날 국가 인재원에는 애초 알려진 378명이 아닌 377명이 도착했다. 이는 긴박한 현지 상황 속에서 인원 집계에 혼선을 빚었기 때문에 생긴 착오로 알려졌다. 이들은 모두 76가구로 남성이 194명(51%), 여성 183명(49%)이다. 미성년자가 5분의 3가량인 231명(61%)이며, 6살 이하 어린이도 110명(29%)이었다.

정부는 국가 인재원 안에 이들 어린이가 이용하는 임시 보육시설을 설치·운영할 계획이다. 주은주 국제라이온스클럽 음성지역 부총재는 “아이들 많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이들이 지루하지 않게 크레파스·스케치북·학용품 등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성국 법무부 차관이 27일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 앞에서 아프간 기여자들의 임시 체류 생활 일정 등을 설명하고 있다.
강성국 법무부 차관이 27일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 앞에서 아프간 기여자들의 임시 체류 생활 일정 등을 설명하고 있다.

이들은 도착 뒤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았으며, 17명을 뺀 360명은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17명은 재검을 받을 예정이다.

강성국 법무부 차관은 이들이 입소한 뒤 국가 인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코로나 검사에서 17명은 경계선상으로 판정돼 24시간 뒤 재검을 한다. 이들을 포함해 모두 2주간 격리 생활을 하고, 7일째 2차, 입소 해제 직전 3차 코로나 진단검사를 진행하는 등 면밀하게 살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가족 단위로 배정된 방에서 생활하고, 인재원 직원 등 외부 접촉 우려를 고려해 식사는 도시락으로 방에서 한다. 아프간인 가운데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이를 통역으로 선발해 정부 대책반 등과 소통하게 할 참이다. 강 법무부 차관은 “진천·음성 주민 등 국민의 이해·포용으로 이들을 맞을 수 있었다. 경찰 3개 중대와 법무부 직원 등을 상주시켜 주민들의 치안 불안을 해소하겠다. 필요하면 추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충북도 등은 진천군에 종합상황실을 설치하고 아프간 기여자들의 생활 등을 지원할 참이다.

최용우 진천군 행정지원과 주무관은 “법무부 등 정부 대책반과 협의·소통하면서 아프간인들을 지원할 계획이다. 할랄 음식이나 기호품 등 공급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재윤 진천군 이장단 연합회장은 “이들이 한국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하면 주변 사회단체 등과 협의해 이들을 도울 수 있는 방안을 협의해볼 계획이다. 지난해 중국 우한 교민이 왔을 때처럼 성금·물품 전달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진천/글·사진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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