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의료기기산업은 2005년부터 2017년 사이 연평균 매출은 18.7%, 고용은 15.1%, 기업 수는 7.3%씩 증가했다. 강원도는 의료기기 분야에서 고용 기준 전국 3위, 생산액 기준 전국 4위를 기록하고 있는데(2019년 기준), 이런 실적의 대부분은 원주 덕분이다.
원주 의료기기산업의 탯줄은 연세대학교 의공학부가 있는 흥업면에 닿아 있다. 1998년, 지역 인재 일자리와 지역 성장 동력에 관한 대학과 지자체의 고민이 창업보육센터 개소로 이어졌다. 그즈음 중앙정부 지원사업에서 탈락한 ‘좌절’은 외려 ‘우리끼리라도 해보자’는 결의를 다지게 했다. 원주시는 수도권 등 다른 지역 기업들을 유치하는 데도 팔을 걷었다.
2000년대 초반, 지역 곳곳에 산업단지가 증축·신설됐고, (재)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 등 지원기관도 들어섰다. 2005년엔 의료기기클러스터 시범단지로 지정되며 국내 의료기기산업 중심 도시로 발돋움했다. 2009년 국가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사업 선정에 실패하면서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지만, 2013년 의료기기종합지원센터를 준공하는 등 관련 산업을 지키려는 노력을 꾸준히 이어갔다.
남은 과제도 있다. 클러스터 규모가 커지며 대학, 지자체, 지원기관 간 결합이 느슨해졌다. 산업 비전을 제시해야 할 대학 역할은 위축됐다. 대학에서 수행하는 첨단기술 중심 연구와 기업이 요구하는 실전기술 사이에 ‘어긋남’도 빚어지고 있다. 인재 유출로 인한 지역 기업 인력난 역시 문제다.
원주 의료기기산업의 주춧돌은 △지역 대학 내 연구인력에서 실험실 창업 주체가 되고 △그 기업을 규모 있게 성장시킨 지역 내 대학(원) 졸업생들과 △관련 기업에서 마케팅 등 실무를 맡다가 지역 기업으로 이직하거나 창업에 나선 전문인력들이다. 지역 소생은 해당 지역 출신 인재들을 어떻게 응원하고 성장시키는지에 달려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인 셈이다.
홍한솔 희망제작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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