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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침설’ 수업 누명 강성호 교사 32년 만에 ‘빨갱이’ 낙인 지웠다

등록 2021-09-02 15:47수정 2021-09-02 18:59

1989년 교실서 연행…재심 ‘전부 무죄’
강 교사 “누명 벗어 기쁘지만 서글프다”
32년 만에 국가보안법 위반죄 재심에 나선 강성호 교사가 2일 청주지법 앞에서 관련 기록 등을 보이고 있다. 오윤주 기자
32년 만에 국가보안법 위반죄 재심에 나선 강성호 교사가 2일 청주지법 앞에서 관련 기록 등을 보이고 있다. 오윤주 기자
수업시간에 미군 북침설 교육을 했다는 이유로 불법 연행돼 ‘빨갱이 교사’라는 오명 속에 살아온 강성호(59·청주 상당고) 교사가 32년 만에 누명을 벗었다.

청주지법 형사2부(부장 오창섭)는 2일 강 교사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재심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불법체포·구금 중에 작성된 일부 진술과 참고인 진술 일부는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 “학생 일부가 수사기관·원심 법정에서 한 진술은 스스로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는 내용을 일부 교사·수사기관이 의도하는 바에 따라 과장해 진술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워 신빙성이 없다. 강 교사가 수업시간에 한 발언은 교육목적으로 개인 의사를 표명한 정도이며, 반국가단체에 이익이 되거나 이롭게 하려는 게 아니었다”고 밝혔다.

강 교사는 교사 첫 발령 3개월 만인 1989년 5월24일 제천제원고(현 제천디지털전자고)에서 일본어 수업을 하던 중 경찰에 강제연행돼 수감됐다. 체포영장 제시나 미란다원칙 고지 등도 없었다.

수업 때 학생들에게 “6·25는 미군에 의한 북침이었다”고 말하고, 틈틈이 북한을 찬양·고무했다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씌워졌다. 당시 수사기관에서 학생 6명이 강 교사로부터 이런 내용의 수업을 받았다고 진술했지만, 2명이 당시 결석한 사실이 드러났다. 나머지의 진술도 흔들렸다. 강 교사가 구속되자 학생 600여명이 집회를 열어 “강 선생님을 좌경용공으로 모는 것은 완전히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그해 10월 강 교사에게 징역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고, 이듬해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교단에서 쫓겨난 그는 해직 10년4개월 만인 1999년 9월 복직했다. 2006년 7월 민주화운동보상심의위원회로부터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받기도 한 그는 2019년 5월 국가보안법 위반죄 재심을 청구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충북지부가 청주지법 앞에서 강성호 교시의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전교조 충북지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충북지부가 청주지법 앞에서 강성호 교시의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전교조 충북지부
지난해 1월부터 재심 재판을 받아온 끝에 32년 만에 ‘빨갱이 교사’ 낙인을 벗은 강 교사는 이날 판결 뒤 “저는 이제 누명을 벗지만 스승을 고발한 고통 속에 살아온 제자는 어떻게 하나요. 체제 유지의 희생양이었던 제자를 용서하고, 따뜻한 손길을 보내달라”고 했다. 이어 “8개월을 감옥에서 보낸 뒤 1990년 10월 집행유예로 나올 때 아버지께서 하신 ‘기쁘고도 서글프다’는 말이 떠오른다. 누명을 벗어 기쁘지만 ‘이념’으로 빨갱이 멍에를 씌운 못된 검찰과 국가보안법이 아직도 살아있는 게 서글프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 뒤 전교조 충북지부는 청주지법 앞에서 강 교사 무죄 판결 환영 집회를 열어 “강 교사가 1989년 재판장에 들어서며 손바닥에 쓴 문구인 ‘진실·승리’가 32년 만에 입증됐다. 당시 진실 은폐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던 교육계 관계자는 강 교사와 학생들에게 사과하고, 국가는 정신적·신체적 보상하라”고 주장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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