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청주공예비엔날레 본전시작 인도네시아 물야나의 ‘심연속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시대 공예를 통해 일상 속의 나를 찾고, 더 나아가 다 함께 행복한 삶을 위한 공생의 도구로서 공예를 조명하려 합니다.”
임미선(54) 2021청주공예비엔날레 예술감독은 오스트리아 사상가 이반 일리치(1926~2003) 역저 <자율적인 공생의 도구>에서 12회 청주공예비엔날레의 주제를 떠올렸다. “일리치는 성장·발전·효율의 산업사회에서 사람들이 잃어버린 가치를 반성하면서 공생을 떠올렸다. 비대면, 거리 두기 등 코로나19가 빚어낸 이상 사회 환경 속에서 ‘공생의 도구’로서 공예의 기능, 가치, 역할, 미래 등을 공예비엔날레에 담았다.”
그는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장, 평창 동계올림픽 한국공예전 전시 감독 등을 지냈다.
임미선(54) 2021청주공예비엔날레 예술감독.
2021청주공예비엔날레가 8일 청주 문화제조창에서 ‘공생의 도구’를 주제로 개막한다. 다음 달 17일까지 이어지는 비엔날레에는 32개국 309명 작품 1192점이 전시된다.
비엔날레 주 무대는 옛 청주연초제조창이다. 이곳은 1946년 경성 전매국 청주 연초공장으로 문을 연 담배공장이다. 연간 100억 개비 이상의 담배를 생산해 17개국으로 수출했고, 노동자 2000여명을 먹여 살렸다. 1999년 문을 닫았지만 여전히 담배 향이 배어 있다. 면적 1만㎡, 천장 높이 6.5m, 길이 200m 안팎의 전시장은 어떤 작품도 수용할 수 있다. 화력발전소가 탈바꿈한 영국 테이트모던, 해군기지에서 거듭난 이탈리아 베네치아 아르세날레 못지않은 전시 공간이다. 2018년 12월엔 국내 최초로 개방형 수장고를 갖춘 국립현대미술관이 들어서기도 했다.
24개국 100명의 작가가 600여점을 선보이는 본 전시는 노동, 생명, 언어, 아카이브 등 네 부문으로 구성됐다. 인고의 노동이 빚어낸 공예, 생태적 관점의 작품, 세계화·산업화 시대 공예의 감성적 언어, 1~4차 산업혁명 시대 공예품과 공예의 역사 등을 만날 수 있다. 벨기에 작가 피에트 스톡만의 도자, 인도네시아 물야나의 섬유, 한성재 작가의 스피커 등의 공예품이 전시된다. 임 감독은 “전통과 현대, 미술과 디자인 등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던 공예의 관례를 벗어나고 싶었다. 시대적·사회적·문화적 도구로서의 공예를 본 전시에 담았다”고 했다.
2021청주공예비엔날레 국제공모전 대상 정다혜작 말총 빗살무늬.
초대 국가관은 프랑스 작품이 전시된다. 청주국제공예공모전에선 대상작 정다혜 작가의 말총 빗살무늬 등 수상작 115점을 만날 수 있다. 국제공모전에는 85개국 858점이 접수됐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으로 남아있는 <백운화상 초록 불조직지심체요절>(직지)의 본향 청주와 충북의 공예도 만날 수 있다. 네덜란드 작가 노아 하임은 지역 예비 공예 작가 10명과 진행한 공동 작품을 선보이고, 충북 시·군 작가 60명은 문화제조창 광장에서 작품 시연을 한다. 임 감독은 “청주비엔날레에선 공예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기술과 예술, 나와 우리, 사회와 환경 등을 아우르는 다양한 시도가 진행된다. 국·공·사립 미술관을 다리로 연결하는 아트 브릿지, 공생 사회·공유 공예·공예 재생 도시 등을 주제로 한 학술 행사 등도 볼만하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사진 2021청주공예비엔날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