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조심스럽지만…2년 만에 지역축제가 돌아왔다

지자체들, 전통시장·골목상권 살리기 행사
코로나 확산 우려에 축소·취소하는 곳도

지난 1일 충북 괴산에서 열린 사랑의 김장 나눔 행사에 참여한 시민 등이 함께 김장을 담그고 있다. 이들은 소외계층,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이웃 등에게 김장을 건넬 계획이다. 괴산군 제공

국밥·국수·국화, 그림책, 새우젓, 연어….

고향이 오라고 손짓한다. 그곳이 다시 들썩인다. 단계적 일상 회복을 위한 ‘위드 코로나’의 문이 열리자 기다렸다는 듯 축제·행사가 돌아온다.

2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감염증 영향으로 지친 시민을 위로하고, 지역으로 관광객을 유인하려는 지방자치단체들의 행사가 잇따라 열리고 있다.

충북은 15일까지 전통시장·골목상권 등에서 ‘굿 바이(bye·잘 가) 코로나, 굿 바이(buy·잘 사) 충북’ 행사를 한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경기가 침체한 전통시장 등이 참여하는 행사에선 상품 할인과 경품 지급, 농특산품 특판 등이 이어진다. 옥천은 관광객을 지역으로 유인하는 ‘일상으로의 초대 심(心)쿵 신(身)쿵 옥천여행 즐겨 찾기’ 행사와 함께 군이 직영하는 향수시네마에서 ‘천원 영화’를 운영한다. 누구나 1천원만 내면 영화를 볼 수 있다.

부산시는 다음달까지 관광객에게 부산행 교통수단과 숙박·여행 상품 등을 할인하는 ‘다시 찾는 부산’ 패키지 행사를 진행한다. 부산행 케이티엑스(KTX)와 국내선 항공기 요금을 50% 할인해준다. 부산지역 숙박시설을 예약하면 5만원 할인권을 주고, 부산 시티투어버스와 태종대, 낙동강 생태탐방선 등 관광 요금도 할인한다.

전북 완주군은 ‘어게인! 골목상권·전통시장 가는 날’을 운영하는 등 단계적 일상 회복을 위한 정책을 마련했다.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은 오는 6~20일 경기도 관광지 거리공연 프로그램 ‘여행’을 개최한다. 경기도에서 활동하는 공연예술인 48개 팀이 참여해 ‘코로나19 극복과 위로’의 의미를 더한다.

축제의 빗장도 열렸다. 서울 마포구는 5∼7일 온·오프라인으로 마포나루 새우젓 축제를 한다. 5일 오후 3시 월드컵공원 평화광장 무대에서 새우젓 배 입항을 재연하고, 유명 산지 새우젓을 온라인 장터, 전통시장과 연계해 현장에서 판매한다. 유동균 마포구청장은 “코로나19로 몸과 마음이 지친 구민과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 문화예술계에 위로와 희망을 전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제18회 백제고도 부여국화축제’가 열리는 충남 부여군 구드래 둔치에 지난 2일 국화로 만든 사비문이 선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3일 시작하는 이 축제는 단계적 일상 회복에 발맞춰 각양각색의 수많은 가을국화를 직접 보면서 즐길 수 있는 도보 관람 방식으로 오는 11일까지 열린다. 축제장에 우뚝 솟아 있는 백제사비 나성 조형물 국화 전망대에 올라서면 둘레에 펼쳐진 부소산성, 구드래 나루터, 백마강 생태공원까지 바라볼 수 있다. 부여군 제공

충남 예산군은 코로나19로 연기했던 ‘예산 장터 삼국축제’를 3~7일 연다. 예산을 대표하는 ‘3국’(국밥·국수·국화)을 곁들인 축제다. 전북 고창군은 5~7일 농생명 특화 영화제인 4회 고창농촌영화제를 개최한다. 개막작 <기적>(이장훈 감독)과 한국 장편 경쟁 공모작 6편, 고창 배경 영화 등 다양한 영화들이 관객을 만난다.

강원도 원주에선 4~21일 ‘2021 원주 그림책 프리비엔날레: 왼쪽 가슴의 어린아이’, 10~30일 도시문화축제 ‘닷 닷 다앗’이 열린다. 강원도는 10~14일 도내 15개 시군에서 강원도민체육대회 겸 강원도민생활체육대회를 분산 개최한다.

대전은 13~14일 엑스포과학공원 일대에서 사이언스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과학을 즐기자, 대전에서 놀자’ 주제로 강연, 공연, 과학실험 체험 등 5개 분야 48개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드론 250대가 벌이는 축하 비행, 열기구 체험, 도서관 과학체험 등이 눈에 띈다.

전북 고창 농촌영화제 홍보물. 고창군 제공

인천 중구는 5~7일 개항장 일대에서 ‘2021 인천 개항장 문화재 야행’을 개최하고, 경북 경주시도 5~7일까지 교촌 한옥마을 일대에서 ‘천년 역사를 품은 월성달빛에 노닐다’라는 주제로 경주 문화재 야행 행사를 연다.

축제·행사는 열지만 돌다리 두드리듯 조심스럽기도 한다. 제주시는 오는 13~14일 애월읍 새별오름 일대에서 2021 새별 힐링축제를 연다. 위드 코로나 시험대 구실을 할 축제에선 새별오름과 억새를 배경으로 트레킹(도보여행)과 힐링 콘서트(공연) 등이 이어진다. 하지만 트레킹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자나 음성 확인자 499명만 참여할 수 있고, 윤도현 밴드 등이 출연하는 공연은 차 100대만 입장해 차 속에서 즐기는 ‘드라이브인’ 형식으로 진행된다.

강원 속초시는 11일 열려던 농업인의 날 행사를 취소했고, 강원 양양도 연어 축제를 취소하는 대신 이달 말까지 농수산물 직거래 쇼핑몰을 통해 연어 1천마리를 특판할 참이다. 전선영 양양문화재단 대리는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여전해 축제는 취소하고, 어민들을 위해 판매 행사는 열기로 했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전국종합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