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단양 가곡초 대곡분교 학생들이 지난 5월 도서관과 연계한 ‘책으로 여는 세상’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가곡초 제공
ㄱ(13)군은 충북 단양군 가곡면 가곡초등학교 대곡분교에 다닌다.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다 지난해 여름방학 때 단양군 가곡면 한드미 마을이 운영하는 ‘한드미 농촌유학’을 체험한 뒤 2학기부터 아예 대곡분교 학생이 됐다. 현재 유학센터에서 생활하는데, 내년 졸업 뒤에도 서울로 돌아가지 않고 이웃 중학교에 진학할 예정이다. “휴대폰 게임을 끼고 살았고, 우울증세도 조금 있었지만 지금은 그야말로 펄펄 날아다닐 정도로 이곳 생활에 젖어들었”(이은숙 한드미 농촌유학센터 팀장)기 때문이다.
올해 초 대곡분교로 전학 온 ㄴ(10)양도 유학생활이 만족스럽다. 김봉규 가곡초 대곡분교장은 “처음엔 잘 어울리지 못했지만 이젠 발표도 잘하고, 또래 친구들과 놀이활동도 하며 잘 적응하고 있다. 도시 학교에서 받지 못한 관심을 받아가며 사교육 등에 휩쓸리지 않아 학업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니 아이들이 좋아한다”고 밝혔다.
대곡분교생은 35명으로 본교인 가곡초(19명)보다도 두배가량 많다. 이는 2007년 전국에서 처음 시작한 농촌유학 때문이다. 분교생 35명 가운데 27명(77%)이 한드미 농촌유학생이다. 한드미 유학센터에는 이웃 소백산중학교에 다니는 유학생 19명도 생활하고 있다. 부산·대구·충남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학생들이지만, 70%는 서울·경기 등 수도권 출신이다. 정문찬(63) 한드미 마을 대표는 “돌아오는 농촌, 지속가능한 농촌을 위해 학교가 구심점이 돼야 한다는 뜻에서 농촌유학을 했다. 전국의 농촌유학은 폐교를 막고 마을을 살리기 위한 고육지책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현재 전국 농산어촌 유학센터 29곳에 324명이 생활하면서 주변 학교에 다닌다. 농산어촌 유학이 뿌리내린 것은 도시와 다른 시골만의 교육·생활 특성 때문이다. 휴대전화·인터넷·텔레비전과 거리를 두는 대신 자연 속에서 뛰놀고, 밴드·사물놀이·피아노·요리 등 특기·적성 활동 등을 하기 때문이다. 정문찬 ㈔농산어촌유학전국협의회 이사장(한드미 마을 대표)은 “농촌유학은 지역을 살리는 가장 효과적인 길이다. 정부와 자치단체가 ‘농촌유학지원법’을 제정하는 등 농촌유학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농촌유학은 경남, 제주지역 등에서도 활발하다.
경남 함양 서하초등학교는 2019년 14명이던 전교생이 올해 35명으로 불어났다. 병설유치원생도 4명에서 10명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33명(73%)이 외지에서 들어왔다. 2019년 말부터 학교에 자녀를 전입시키는 가정에 집·직장을 제공하는 서하초등학교 살리기 운동을 벌인 결과다. 지난해까지 빈집을 새로 단장한 집 7채를 제공했으며, 지난 2월엔 임대주택 12채도 지었다. 2024년 완공 목표로 100가구 규모의 임대주택을 더 짓고 있으며, 청년들의 농촌체험과 창업지원교육 공간인 ‘서하다움 청년레지던스 플랫폼’도 조성하고 있다. 이동호 서하초 교감은 “전입학 문의가 줄을 잇지만, 집을 무한정 제공할 수 없어 이웃 거창군 등 다른 지역 학교를 안내하고 있다. 전교생 해외 어학연수와 장학금 지급 등 지원책을 더 실속있게 운영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제주에서는 제주시 함덕초등학교 선흘분교가 건강생태학교로 지정한 뒤 2014년 20명이던 학생수가 110명으로 늘었다. 1997년 폐교 위기에 몰렸던 애월읍 납읍초등학교도 마을 공동재산으로 공동주택을 지어 학부모·학생을 유치하는 등 노력 끝에 현재 학생수가 135명으로 늘었다. 애월읍 더럭초등학교도 주변 주민 등의 노력으로 2009년 학생수 17명의 분교에서 2018년 본교로 승격했고, 현재 학생수는 100명이 넘는다.
서울교육청과 전남교육청은 농촌유학 협약을 하고 서울 학생 150여명을 일정 기간 전남으로 보내 생활하도록 하고 있다. 교육청은 학생들에게 유학비 일부를 지원한다.
오윤주 최상원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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