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그냥 만보기를 차고 다니는 것 아닙니까?”
서울시 은평구에 사는 김예찬씨는 지난 1일 서울시의 ‘온서울 건강온’ 프로그램 참여자 1차 모집(1만명) 때 참여를 신청했다. 스마트폰에 ‘온서울 건강온’ 앱을 설치하고 서울시에서 지원하는 스마트워치(서울온밴드)를 착용하면, 서울온밴드에서 수집된 걸음수·거리와 같은 운동량, 소모 칼로리, 심박수 등 정보를 건강온 앱에서 확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건강관리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온밴드를 받아 착용해본 김씨는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스마트워치의 기본적인 기능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스마트워치라면 당연히 전화알림이나 심박측정 등이 휴대전화에 있는 애플리케이션이랑 연동돼야 하는데, 그게 안되니 깡통”이라며 “나중에 기능이 추가될 수 있다지만 처음부터 잘 만들고 참여자를 모집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실제 김씨 스마트폰의 건강온 앱에 들어가면, 스마트워치를 차고 다니면서 측정한 하루 동안의 걸음 수와 운동시간이 뜬다. 하지만, 전화와 메시지 알림, 심박측정, 목표달성, 오래앉음 설정, 야간모드, 자동설정, 알림설정, 핸드폰 찾기, 뮤직플레이, 손씻기설정 등은 메뉴에만 표시돼 있을 뿐 실제 기능이 지원되지는 않는다. ‘헬스앤유’라는 온서울 건강온의 바탕이 된 앱을 깔면 이들 기능을 활용할 수 있지만, 이때 온서울 건강온 앱은 사용이 불가능하다.
이는 김씨만의 사례가 아니다. 이달 초 온서울 건강온 프로그램 시작 뒤 시에 관련 민원이 수백여건이 접수됐는데, 이 중 20% 이상이 김씨 사례처럼 스마트워치와 휴대전화 앱이 연동되지 않는 문제를 지적하는 내용이다.
앱 후기를 적는 게시판에도 프로그램 참여자들의 불만섞인 글들이 쌓이고 있다. 한 참여자는 “기기연동이 죽어도 안된다”며 “핸드폰도 껐다 켜보고, 스마트밴드(스마트워치)도 껐다 켜보고 다 시도했지만 안된다. 지쳐서 리뷰 남긴다”고 했다. 또 다른 참여자는 “초기 베타버전이라고 생각해도 많이 부족하다”며 “스마트워치와 앱이 연동되는 기능이 거의 없을뿐더러 그마저도 때에 따라 연동이 아예 안된다”고 했다.
이에 이정진 시 스마트헬스케어 팀장은 “사업 초기라 앱이 불안정했던 부분은 있지만 주기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잡아가고 있다. 처음에 하루에 90건이 넘게 접수되던 민원도 이제는 30건 수준으로 줄었다”며 “메시지 알림 등 기능은 곧 있을 2차 사업 참여자 모집 때 업데이트될 예정”이라고 했다.
온서울 건강온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후보 시절부터 “건강관리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밴드를 전 시민에게 보급하겠다”고 했던 공약사업이다. 시는 오 시장 취임 뒤 추가경정예산으로 관련 예산 약 44억원을 편성했으며, 지난 1일부터 ‘오세훈표 헬스케어 구축’ 사업을 시작했다. 내년엔 사업을 확대해 예산 60억7600만원을 편성해 시의회에 제출한 상태지만, 시의회는 “기본적으로 실시해야 할 시범사업에 대한 평가도 없이 무작정 사업을 확대하려 한다”며 현미경 심사를 예고한 상태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