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평택 미군기지 이전 확장 반대 ‘3차 평화대행진’에 참여하려고 온 일본 시민운동가와 학생들이 대추리의 ‘평화와 통일을 여는 집’ 앞에서 “올해도 농사 짓자”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평화로운 촛불집회 깊은 감동 받았다”
“주민들과 평화활동가들이 활기차더군요” 지난 12일 경기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에서 미군기지 이전확장을 반대하는 ‘3차 평화대행진’에 참여하고 13일 출국하는 미야게 아키코(21·여·도시샤대 현대사회학과 3년)는 “한국 평화운동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아키코를 비롯해 평택을 방문한 일본인은 모두 13명. 갓 스물을 넘긴 대학생들에서부터 중년의 여성과 50대 시민운동가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이들은 ‘아시아 와이드 캠페인’(AWC) 일본 사무국의 주선으로 자비를 들여 입국했다. 아시아 와이드 캠페인은 일본이 캄보디아에 자위대를 해외 첫 파견할 당시 이를 반대하는 평화운동을 벌였던 단체로, 아시아의 6개국이 연대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입국과 함께 ‘캠프 험프리스’(K-6)가 있는 대추리의 주민들과 함께 먹고 자며 김영제 민주노총 대외협력국장의 안내로 평택 빈집지키기 등 미군기지 반대 싸움을 벌이는 주민들의 현장을 꼼꼼히 둘러봤다. 오키나와에서 미군 해상기지 신설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는 도미야미 마사히로(51)는 이번 방문을 비롯해 평택에만 벌써 10번째다. 일본 ‘본토’의 오키나와 차별을 강조한 그는 “오키나와나 평택 모두 현지 주민들의 기지반대운동과는 달리, ‘미군의 존재가 어쩔 수 없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다른 지역의 의견도 있다”며 “하나의 사회 안에서도 ‘온도차’는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평택기지로 미군기지를 재편하는 것은 ‘북한 남침을 막겠다’는 방어적 의미가 아니다”며 “일본에 이어 한국에서도 ‘아시아 민중에 대한 침략기지로 활용하겠다’는 미국 의도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500여일 넘게 이어지는 대추리 주민들과 함께한 촛불집회는 이들에게도 특별한 기억이었다. 아키코와 함께 온 한 남자 대학생(24)은 “촛불집회에서 가수(정태춘 박은옥)가 나와서 노래 부르며 하나가 되는 모습은 일본에서도 보기 힘든 광경”이라고 말했다. 특히 경찰과 긴장된 대치속에서 벌어진 12일 평화대행진에 참여했던 이들은 “일본에서도 경찰과 물리적 충돌이 잦다”며 이날의 평화 시위에 놀라는 눈치였다. 아시아 와이드 캠페인의 사코다 히데흐미(43) 사무국장은 “평택 농민들은 올해도 농사 짓겠다고 들었는데 이들 농사가 한국 평화운동의 씨앗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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