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E1%%] 충북·전남·강원지역 농가들이 조류인플루엔자(AI),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 가축전염병 확산으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인간전염병 위기(코로나 팬데믹)까지 더해 ‘트리플데믹(삼중 대유행 위기)을 겪는 중’이라는 말도 나온다.

28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의 자료를 보면, 이달 들어 전국 농장 8곳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병했다. 충북 음성 4곳, 전남 나주 2곳, 전남 강진·담양 각 1곳에서 발생했다. 이들 농장에서 100만마리 넘는 메추리·닭·오리 등이 매몰 처분됐다. 음성에서 20여년째 양계농장을 하는 정문화(60)씨는 “인간이나 가축이나 전염병에 사실상 속수무책이다. 이웃에까지 다가온 조류인플루엔자는 연례행사가 됐다. 뾰족한 수도 없어 닭 건강하게 하고, 하늘만 쳐다보며 하루하루 보낸다”고 말했다.

조류인플루엔자는 지난 23일 담양 오리농장 확진 뒤 확산세가 주춤했지만, 철새 등 야생조류에게서 바이러스가 잇따라 검출되면서 확산 우려는 커지고 있다. 지난 9월 이후 지난 26일까지 야생조류에게서 50건 넘는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검출됐는데 고병원성 7건, 저병원성 37건, 검사 중 9건 등이다. 지난해 겨울엔 조류인플루엔자 109건(2020년 11월26일∼지난 4월6일)이 발생했는데, 철새 도래기와 겹친다.

본격적인 철새 도래기를 앞두고, 철새 개체 수가 크게 늘고 국외 조류인플루엔자가 급증하고 있어 불안을 키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유럽은 지난해 1~8월 사이 31건이던 조류인플루엔자가 올해 같은 기간 1237건으로, 아시아는 14건에서 44건으로 크게 늘었다”며 “국립생물자원관이 지난 9월 경기·충청 등 철새도래지 10곳에서 조사했더니 83종 3만8927개체가 확인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2만8277개체에 견줘 37.7% 늘었다. 조류인플루엔자 관련 안팎 상황이 매우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IMAGE2%%]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는 내년 2월까지 전국 철새도래지 109곳을 대상으로 축산차량 출입금지, 분변검사 등을 진행하기로 했다. 또 29일부터 다음달 26일까지 전국 가금농장과 축산시설·차량 등의 특별관리를 당부했다. 변정운 충북도 조류인플루엔자방역팀장은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대부분 야생조류한테서 오기 때문에 철새 도래가 본격화하면 발병·확산도 늘 수 있어 긴장하고 있다. 아직 철새 도래기 정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강원, 경기, 충북 등을 중심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우려도 커진다. 강원에선 지난달 인제군의 한 양돈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했다. 야생에선 지난 26일 영월 등에서 8건이 발생하는 등 이달 들어 강원에서만 43건이 발견됐다. 충북 제천·단양에서도 8건 발병했다. 2019년 10월 이후 누적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은 강원 1066건, 경기 653건, 충북 8건 등 1727건이다.

두 가축전염병은 가축질병 위기관리 ‘심각’ 단계가 발령된 상황이다.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조류인플루엔자와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동시에 발병하고 있다. 확산 방지를 위해 방역수칙을 준수해달라”고 당부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사진 음성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