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에 프로그램·수강생 크게 늘어
일관련 기능 배우며 심리적 만족·행복감 증대
일관련 기능 배우며 심리적 만족·행복감 증대
평생교육원 수강생들이 소형 목조주택을 함께 지으며 목공 기술을 익히고 있다.
정원·목공·양봉… 다양한 기술에 도전 철저한 준비 없이 인생이모작에 나섰다가 실패한 뒤 평생교육원을 찾는 경우도 있다. 2018년 퇴직하고, 퇴직금으로 식당을 차렸던 오아무개(61·여)씨가 그런 사례다. 유명 프랜차이즈의 가맹점을 열었지만, 경영은 안정적이지 못했고 코로나19까지 확산하면서 적자로 돌아섰다. 프랜차이즈 본사와 분쟁까지 생겼다. 오씨는 돌파구 삼아 창원대 평생교육원 ‘정원 가꾸기’ 과정을 지난해 수강했다. 오씨는 “예전부터 꽃을 좋아해서 마당에 조그맣게 정원을 가꿨다. 꽃 가꾸기는 어느 정도 자신 있었고, 언젠가는 관련 일을 해보고 싶었다. 그렇지만 꽃 가꾸기를 체계적으로 배운 것은 아니어서 평생교육원을 찾았다. 비슷한 생각과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고 정보도 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가을 조경기능사 자격증을 딴 오씨는 식당을 정리하고 꽃집을 열었다.
평생교육원 요리 강좌 모습. 수강생 대부분이 은퇴를 앞둔 남성들이다.
평생교육원 양봉 과정 실습 모습. 도시양봉이 인기를 끌면서 양봉을 배우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디지털 격차 완화에 심리적 만족도 ‘100세 시대’를 맞아 평생교육을 통해 퇴직 이후 인생이모작을 준비하는 중장년층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이에 맞춰 평생교육 기관과 프로그램도 급증하고 있다. 초고령사회에서 △일자리로부터의 빠른 퇴직 △낮은 노후 준비율 △노령층의 높은 빈곤율과 낮은 고용률 등 노인인구 증가에 따른 사회적·개인적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퇴직준비 교육과 평생교육이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5060세대의 인생이모작 설계를 위한 도구로서 평생교육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 자료를 보면, 지난해 기준 전국의 평생교육 기관은 4541곳, 프로그램은 28만1420개, 수강생(중복 수강자는 중복 집계)은 2439만7282명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이후에도 프로그램과 수강생의 증가 추세는 꺾이지 않았다. 많은 프로그램이 비대면 방식으로 바뀌었고, 또 새로 개발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온라인 프로그램은 9만1850개, 수강생은 2015만2690명에 이른다.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인 2018년에 견줘 온라인 프로그램은 2만7천여개, 수강생은 770만명 늘어났다. 코로나19 사태가 평생교육의 디지털화를 가속화하는 촉매 구실을 한 셈이다. 최돈민 상지대 교수(생애개발상담학)는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더라도 예전의 오프라인 시대로 되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5060세대와 청소년층의 디지털 격차는 코로나19를 계기로 더욱 벌어지고 있다. 학습 격차는 지식 격차로, 지식 격차는 소득 격차로 이어진다. 평생교육만이 (각종 격차 확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이는 어쩌면 앞으로 평생교육의 가장 큰 역할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평생교육은 중장년층의 인생이모작 설계에만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평생교육 참여자 9776명을 대상으로 ‘평생학습 개인실태’를 조사한 결과, 평생교육 참여 이유로 ‘일에 필요한 기능 습득’(32.9%), ‘건강 관리’(23.5%), ‘자기계발’(13.0%) 순으로 응답했다. 그런데 교육을 마친 이후 응답자들은 학습 성과로 ‘심리적 만족과 행복감 증대’를 첫손에 꼽았다. 이런 심리적 효과는 나이대가 올라갈수록 커졌다. 허정옥 전 전국시도평생교육진흥원협의회 부회장은 “평생교육은 5060세대의 인생이모작을 위한 실질적인 기술과 직업 교육으로까지 연결되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는 교양습득·사회봉사·아르바이트 정도는 가능하지만, 새로운 직업을 구할 수 있는 수준의 교육은 어려운 상황이다. 앞으로 취미 차원에서 시간을 내는 수강생과 일자리·자격증이 필요해서 참여하는 수강생을 구분해서, 맞춤형 프로그램을 보다 다양하게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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