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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시민대군 모아 ‘쉽고 재미있게’ 언론개혁 불씨 살려야죠”

등록 2022-02-09 19:29수정 2022-02-10 02:31

[짬] 언론소비자주권행동 오한흥 공동대표

충북 옥천에서 22년 전 ‘안티조선 운동’을 시작했던 오한흥 오비엔 대표가 ‘언소주’ 공동대표로 다시 언론개혁 선봉에 나섰다. 사진 오비엔 제공
충북 옥천에서 22년 전 ‘안티조선 운동’을 시작했던 오한흥 오비엔 대표가 ‘언소주’ 공동대표로 다시 언론개혁 선봉에 나섰다. 사진 오비엔 제공

“이제 언론개혁이다. 언론이 스스로 바로 서지 못하면 소비자인 독자·시청자가 바로 세워야 한다. 이게 저와 이 시대의 사명이다.”

언론소비자주권행동(언소주) 공동대표로 언론개혁운동에 귀환한 오한흥(64) 전 <옥천신문> 대표의 일성이다. 오 전 대표는 지난 5일 언소주 정기총회에서 전자투표를 통해 새 대표로 추대받아 기존 김종학·이원영 대표에 더해 삼각편대를 이루게 됐다.

1988년 충북 옥천 ‘한겨레’ 지국 운영
89년 군민주 독립언론 ‘옥천신문’ 창간
2000년 ‘조선바보’ 꾸려 안티조선 발화
‘싸워 본·싸울 줄 아는 언론개혁가’

옥천 공동체라디오 ‘오비엔’ 개국 대표
최근 ‘언소주’ 공동대표로 ‘운동’ 복귀

2008년 창립된 언소주는 조·중·동 광고 불매운동을 비롯해 ‘시청자 주권운동’ ‘공정언론 교육’ 등 언론개혁에 앞장서 왔다. 지난해 ‘네이버·카카오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연합뉴스>의 기사형광고를 송출을 이유로 포털의 뉴스콘텐츠 제휴계약 해지를 결정한 배경에도 언소주의 활동이 있었다.

“자동차 등 공업제품은 하자가 있으면 제조사에서 사과도 하고 리콜도 하지만, 우리 언론은 아직 못된 관행이 그대로 남아 있어 잘못된 기사도 좀체 고치려 하지 않아요. 상품구매 고객이 왕이듯, 구독자·시청자가 언론의 왕이자 주체입니다. 언소주가 조금 더 성장하고, 언론소비자 시각에서 언론에 당당하게 개혁을 주문하고, 바뀌게 하는 게 제 임무입니다.”

오 전 대표는 ‘언론과 싸워 본, 싸울 줄 아는 언론개혁가’로 불린다. 자신이 나고 자란 충북 옥천을 독립언론 성지로 키운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그는 22년 전인 2000년 8월15일 정지용 시인 동상 앞에서 옥천 주민 33명과 ‘조선일보 바로 보기 옥천시민모임’(조선 바보)을 꾸리고 <조선일보> 안보기 운동을 주도했다. 이내 전국으로 번진 ‘안티조선 운동’의 도화선이었다. “조선일보는 신문으로 가장한 범죄집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에요. 적어도 제가 사는 옥천에선 조선일보의 뿌리를 제대로 뽑으려고 독립운동하듯 치열하고, 치밀하게 접근했죠.”

그와 ‘조선 바보’의 싸움은 ‘옥천전투’로 불렸다. <조선일보>의 친일행각을 낱낱이 담은 책 <조선일보 없는 아름다운 세상>을 발간·배포했고, 2003년 전국언론문화제와 ‘조선일보 반대 마라톤대회’를 옥천에서 열었다. 언론개혁을 바라는 전국의 시민, 언론학자, 시민단체 등이 옥천으로 몰려들었다. 옥천군의원이 ‘조선 바보’에 가입하고 언론문화제 때 해병전우회에서 교통을 정리하는 안내원으로 참여할 정도로 똘똘 뭉쳤다.

그는 ‘안티조선 운동’을 시작했던 22년 전처럼 다시 옥천에서 언론개혁의 불씨를 살릴 참이다.

“언론개혁이 무겁고 어려운 주제 같지만 가볍고, 쉽고, 재미있게 다가가려 합니다. 언소주도, 저도 초심으로 돌아가 옥천에서 안티조선 운동의 불을 지폈듯, 옥천에 언소주 지부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하려 합니다. 그다음엔 이웃 영동·보은·대전을 넘어 영호남, 수도권 등으로 넓혀 가야죠.”

그는 옥천전투를 선봉에서 이끈 장수답게 언론개혁 전장에 나설 ‘100만 시민 대군’ 양병을 떠올렸다. 언소주와 시민사회단체 회원 등이 참여하는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 언론문화제, 옥내외 집회 등 온-오프 라인을 통해 언론개혁 열망을 모아나갈 생각이다.

“코로나19가 엄혹한 상황이지만 광활한 에스엔에스를 통해 언론개혁 열망을 하나둘 모아가면 100만명은 순식간에 모입니다. 언소주 등이 주도할 언론개혁에 뜻있는 언론이 나서주면 100만명 모집은 꿈이 아닙니다. 우린 이미 촛불집회 때 수십만, 수백만을 모아본 저력이 있잖아요. 이 100만명이 못된 신문을 끊고, 나쁜 방송의 채널을 돌리는 소비자운동을 해야 비로소 우리 언론지형이 바뀝니다.”

그는 옥천에 청암 송건호(1926~2001) 선생의 곧은 정신을 담은 ‘언론 스트리트’(언론거리)를 조성하는 꿈도 가지고 있다. 옥천군 군북면 비야리에서 나고 자란 청암은 <동아일보> 편집국장이던 1975년 박정희 유신정권의 광고탄압에 맞서던 기자 150여명이 강제해직되자 사표를 던져 항의했고, 이후 <한겨레>를 창간해 초대 사장과 회장을 지냈다.

“한겨레 창간 때 옥천에서 분국을 운영하면서 대전역 옆에서 한겨레 창간호를 받자마자 독자 40여명과 함께 읽었던 그 감격을 지금도 잊을 수 없어요. 우리 언론의 사표인 청암 선생의 뜻을 옥천에 길이 새기고 싶어요.”

그는 1988년 국민주로 탄생한 <한겨레>를 본보기로, 이듬해 군민주 독립언론 <옥천신문>을 창간했다. 현재 주간지인 <옥천신문> 발행부수는 3200~3400부가량이다. 옥천군 전체 2만5280가구(지난달 말 기준) 가운데 예닐곱에 한 집은 구독하는 셈이다.

그와 옥천 주민 등이 꾸린 청암송건호기념사업회(이사장 김병국)는 지난해 12월21일 ‘옥천 에프엠(FM) 공동체라디오’ <오비엔>(OBN)을 개국해, 청소년 등 주민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있다. 그는 정든 <옥천신문>을 떠나 <오비엔> 대표를 맡았다.

20년 넘게 한 지역에서 언론개혁 한길에 매진할 수 있는 저력은 무엇일까. “옥천신문, 오비엔 등이 옥천에 뿌리를 내릴 수 있었던 것은 옥천에 청암의 곧은 정기가 서려 있는 덕분입니다. 청암과 옥천을 언론개혁의 아이콘으로 키워나가는 게 저의 또 다른 숙제입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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