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199호 황새를 모시고 보살피려는 지방자치단체들의 구애가 뜨겁다. 충북 청주·충남 서산·경남 김해 등은 황새 단계적 방사장을 짓고 황새 번식과 자연 방사에 나섰고, 충북 음성군은 황새 복원과 생태공원 조성을 추진한다.
음성군은 생극면 금정저수지에 생태공원을 조성하고, 황새 복원사업을 추진한다고 9일 밝혔다. 음성군은 2024년까지 20억원을 들여 금정저수지 2만5146㎡를 생태공원으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황새 복원을 위해 생태 경작지, 생태 둠벙, 갈대습지, 생태 초화원, 생태 탐방로 등을 설치한다. 하윤호 음성군 환경과장은 “금정지 환경을 보전하고, 주민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공간을 만들 계획이다. 황새 복원사업이 성공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 주민 등의 협조를 당부한다”고 밝혔다.
황새재단 설립을 준비하는 박시룡(70) 한국교원대 명예교수는 음성군에 황새 정원, 황새 습지, 황새박물관 조성을 제안했다. 박 교수는 한국교원대 부설 황새생태연구원 1~3대(2013~2017년) 원장을 맡아 황새 복원에 힘쓴 바 있다. 박장순 음성군 환경과 주무관은 “금정저수지는 황새의 마지막 서식지였다는 상징성이 있어 황새 복원을 염두에 두고 생태공원을 조성하려 한다. 황새생태연구원, 문화재청 등에 황새 입식 등을 건의할 계획”이라며 “박 교수의 제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음성군은 황새 테마 공원을 추진하면서 황새를 기르고 방사하는 기관, 천연기념물을 관리하는 문화재청 등과 황새 입식 등에 관해 제대로 협의를 진행하지 않았다. 충남 예산군이 운영하는 예산황새공원 김수경 선임연구원은 “황새 모니터링 결과를 보면, 자연 방사 이후 음성에 황새가 찾아간 적이 없었다. 황새에 관한 관심이 늘어가는 것은 반기지만, 중요한 것은 황새가 살 수 있는 서식 환경을 함께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운 문화재청 천연기념물과 주무관은 “생태공원을 조성하는 것은 자치단체의 판단이지만, 황새는 천연기념물이기 때문에 입식·사육 등을 위해서는 반드시 문화재청과 협의해야 한다. 아직 아무런 협의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밖에 충북 청주, 충남 서산, 경남 김해 등은 황새 단계적 방사장을 조성해 황새 번식과 자연 방사를 추진한다. 문화재청과 황새생태연구원 등은 이들 3곳을 황새 방사 후보지로 정하고, 황새 사육과 관리법·황새 서식환경 조성방법 등을 전수하고 있다. 김수경 예산황새공원 선임연구원은 “모니터링 등을 통해 황새가 자주 찾는 지역을 중심으로 서식 여건, 위험 요소 등을 살펴 방사 후보 지역을 선정했다. 황새 자연 방사를 늘려 우리 산하 곳곳에서 노닐게 하려고 단계적 방사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청주는 문의면 괴곡리에 120㎡ 규모로 황새 단계적 방사장을 마련하고 황새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더불어 청주시는 지난 2018년 9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48억원을 들여 새로 단장한 한국교원대 안 청람 황새공원(1만1880㎡)을 상반기 안에 시민에게 개방할 참이다. 서산은 천수만에 황새 방사장을 짓고 황새를 입식할 참이다.
김해는 봉하마을 봉하 뜰에 2949㎡ 규모로 황새 방사장을 만들었다. 애초 지난해 충남 예산 황새마을에서 황새 한 쌍을 입식할 계획이었지만 조류인플루엔자 우려 등을 이유로 미뤘다. 정지운 김해시 수질환경과 주무관은 “봉하마을 봉하뜰은 철새도래지인 화포천과 1㎞ 남짓 떨어져 있는 데다, 친환경 농사를 짓고 있어 황새가 서식하기 좋은 곳이다. 황새와 김해 봉하의 친환경 이미지가 맞아 떨어져 황새 방사를 추진한다”고 말했다.
2015년 예산군 광시면 일대 14만9천㎡에 전국에서 유일한 황새공원을 조성한 예산은 오는 9~10월께 이들 자치단체에 황새 한쌍씩을 보내는 계획을 세웠다. 황새생태연구원에서 번식한 황새를 들인 예산황새공원은 지금까지 황새 155마리를 자연으로 돌려보냈다. 자연 방사가 늘면서 우리 산하에서 황새 개체도 늘었다. 전국황새모니터링 네트워크가 전국에서 황새 수를 살폈더니, 지난 10월 38마리, 11월 59마리, 12월 73마리가 확인됐다. 정우리 예산군 황새팀 주무관은 “황새공원에서 자연 방사를 한 이후 황새 개체가 늘고 있다. 황새 방사는 황새가 서식할 친환경 공간 조성, 유전적 다양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단계적으로 이뤄진다. 가장 중요한 것은 황새가 살 터전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몸길이가 1m를 넘어 큰 새라는 뜻의 ‘한새’로도 불린 황새는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1968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전 세계 개체수가 2500마리 미만으로 러시아와 중국 사이 아무르와 우수리강변과 한국,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다리는 붉은색, 부리와 날개 끝 부분 검은색을 제외하면 온 몸이 흰색이다. 성대가 없어 울음소리를 못내지만, 긴부리를 빠르게 부닥쳐 따다다다닥 소리를 내어 의사소통을 하는 것을 알려져 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사진 예산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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