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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게 반차 좀”…청주 한 보건소 의료진들의 ‘인간극장’

등록 2022-03-11 16:02수정 2022-03-11 16:36

결혼 미룬 신혼부부, 임종 못한 직원, 어깨 다친 직원 등 이야기 소개
코로나가 맺어준 김민성·김지은 부부(왼쪽부터). 이들은 코로나19 감염증 대응 업무를 하다 사랑을 키웠지만 일 때문에 결혼식을 미뤘다. 김민성 주무관 제공
코로나가 맺어준 김민성·김지은 부부(왼쪽부터). 이들은 코로나19 감염증 대응 업무를 하다 사랑을 키웠지만 일 때문에 결혼식을 미뤘다. 김민성 주무관 제공

“결혼하고 올게요. 반차 좀 내주세요.”

충북 청주 흥덕보건소 김민성(29), 상당보건소 김지은(26) 주무관은 새내기 부부다. 아직 결혼식은 하지 못했지만 함께 산다. 혼인신고는 지난 1월12일 했다. 이날 오전엔 근무하고, 오후에 잠깐 휴가(반차)를 내 흥덕구청을 찾아 혼인신고를 한 뒤 공식 부부가 됐다. 남편 민성씨는 “아내와 저 모두 보건소에서 코로나19 감염증 대응 업무를 하다 보니 너무 바쁘고 시간이 없어 결혼식을 못하고 혼인신고만 했다”고 했다.

이들은 코로나가 맺어준 부부다. 서울 아산병원 간호사로 일하던 민성씨는 지난 2020년 3월, 충북대병원 간호사였던 지은씨는 그해 10월 보건소에 취업했다. 민성씨는 “코로나 대응 인력이 부족하다는 말을 듣고 보건소로 이직했다. 성실하면서도 밝게 일하는 모습에 반해 사랑을 고백했고, 퇴근 뒤 밥을 먹으며 사랑을 키웠다. 확진자가 너무 많이 생기고, 일이 많아 힘겹지만, 코로나를 계기로 인생의 동반자를 만났으니 개인적으론 또다른 의미”라고 말했다.

이들 부부는 최근 ‘콩이’라 태명을 지은 아이를 얻었으며, 오는 5월8일 조금 늦은 결혼식을 계획하고 있다. 민성씨는 “아내도 저도 코로나 대응 업무를 하느라 2년 동안 거의 휴일 없이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일하고 있다. 코로나가 잠잠해져 맘 편히 결혼식을 하고, 태어날 아이는 코로나 없는 세상을 만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코로나19 환자를 이송하다 어깨를 다친 청주 상당보건소 신태건 주무관. 청주시 제공
코로나19 환자를 이송하다 어깨를 다친 청주 상당보건소 신태건 주무관. 청주시 제공

청주 상당보건소는 이들 부부의 결혼기 등 코로나19 감염증에 대응하는 보건소 직원들의 애환을 담은 ‘코로나 대응 직원들의 인간극장’이란 이야기를 소개했다. 상당보건소 감염병대응과 전병주(52) 주무관은 지난달 주말 당직근무를 하느라 아버지 임종을 보지 못하고 장례를 치렀으며, 직원들은 업무 때문에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보건행정팀 신태건(53) 주무관은 코로나 확진 환자를 이송하다 어깨 인대가 파열됐지만 지금도 보호대를 끼고 근무를 한다. 김혜련 상당보건소장은 “휴일 없이 긴박한 상황을 이겨내는 직원들이 고맙고, 또 미안하다”고 했다.

코로나19 감염증에 대응하는 직원들의 이야기 ‘인간극장’을 알린 상당보건소 감염병 대응2팀 윤혜정(45) 주무관은 “확진자 비대면 진료 안내 업무 등을 하는데 하루에 대략 650여통 정도 통화한다. 오후엔 환청이 들릴 정도다. 시민들도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보건소 직원들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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