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27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주최로 열린 ‘공공기관 이주여성노동자 평등임금’ 기자회견을 마친 이주노동자 등 참석자들이 청와대를 향해 행진을 시작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아픈 아이를 돌보다 체류자격 변경을 하지 못한 이주여성노동자에 대한 강제퇴거 명령을 중앙행정심판위원회(중앙행심위)가 취소결정했다.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심위는 “사증(비자) 면제 자격으로 입국한 뒤 체류 기간(90일)이 지난 이주여성노동자 ㄱ씨에게 내린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사무소 강제퇴거 명령처분을, 인도적 사정을 고려해 취소한다”고 14일 밝혔다.
중앙행심위 설명을 들어보면, ㄱ씨는 2017년 4월 입국해 한국인과 결혼했고, 2019년 3월 당국에 스스로 불법체류 사실을 신고하고 출국했다. 고향으로 돌아간 ㄱ씨는 곧바로 재입국을 위해 결혼비자(F-6)를 신청했다. 하지만 남편 재산 소명이 부족해 결혼비자를 받지 못했다. 결국 ㄱ씨는 출국 3개월 만에 사증면제 자격으로 다시 입국해야 했다. 사증면제 제도는 최대 90일간 한국을 관광·방문하는 외국인에게 비자 없이 입국이 가능하도록 편의를 제공하는 제도다. 입국 뒤 ㄱ씨는 두달 만에 아이를 낳았고, 산후조리, 아이 돌봄 등으로 경황이 없던 그는 이번에는 사증면제 자격을 결혼이민 자격으로 변경할 기회를 놓쳤다. ㄱ씨는 불법체류 신세가 됐고, 2020년 12월 출동한 경찰관에게 체포된 뒤 출입국 ·외국인사무소로부터 ‘출입국관리법 ’ 위반에 따른 강제퇴거 명령을 받았다.
하지만 ㄱ씨는 중앙행심위를 찾았다. 그는 “아이가 기관지염 등으로 병원에 계속 다녀야 하는데 강제퇴거를 당하면 몸이 불편한 남편이 아이를 보살펴야 하는데 인도적인 권리가 크게 침해된다”며 “강제퇴거 명령을 취소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번 결정에서 중앙행심위는 출입국·외국인사무소장의 강제퇴거 명령이 위법하지는 않다고 보았다. 다만 중앙행심위는 “강제퇴거 명령으로 인한 공익적 목적보다 ㄱ씨가 입는 불이익이 크다”며 “ㄱ씨에 대한 인도적인 고려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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