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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보호사 상호 감염에 아비규환”…요양시설 ‘돌봄 붕괴’

등록 2022-03-30 04:59수정 2022-03-30 07:20

“일손 없어 증상 있어도 출근”
돌보던 어르신 결국 6명 확진
“목욕은커녕 겨우 식사배급만”
지난해 12월29일 광주 북구의 한 노인주간보호센터에서 북구보건소 코로나 대응 의료진들이 종사자와 센터 이용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광주 북구청 제공
지난해 12월29일 광주 북구의 한 노인주간보호센터에서 북구보건소 코로나 대응 의료진들이 종사자와 센터 이용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광주 북구청 제공

“코로나19 증상이 있다고 해도 ‘일할 사람 없다’며 나오라고 합니다. 출근 거부하면 해고됩니다. 그러다 보니 어르신·요양보호사 확진이 꼬리를 물고 있습니다. 요양시설은 아비규환 그 자체입니다.”

인천 한 요양원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 김아무개(54)씨는 “요즘 요양시설 어르신들은 언제 코로나에 걸린다고 해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어르신 상당수가 기저질환이 있다 보니 ‘살 사람은 살고, 죽을 사람은 죽겠지’라며 방치하는 느낌마저 든다”고 말했다. 김씨는 “예전엔 요양시설에서 확진자가 생기면 코호트(동일집단) 격리를 했지만, 이젠 오미크론에 노출된 채로 요양보호사들이 어르신을 돌보는 셈”이라고도 말했다.

질병관리청 자료를 보면, 지난 11~17일 일주일 동안 코로나19 사망자 1835명 가운데 요양병원·요양원에서 사망한 확진자는 647명(35.3%)에 이른다.

“가래 묻은 마스크도 갈아주지 못해”

가장 큰 문제는 요양병원 안 어르신과 요양보호사 상호감염이 일상이 됐다는 점이다. 실제 대구 한 요양원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 정아무개(54)씨는 지난달 확진자와 접촉 뒤 자가진단키트 검사를 했다. 음성이었지만 열이 있어 ‘하루 쉬겠다’고 했다. 하지만 요양원은 ‘일손이 부족하니 출근해달라’고 했다. 정씨는 출근해 어르신들을 돌봤고, 퇴근한 뒤 검사에서 양성이 나왔다. 그날 정씨가 돌본 어르신 6명이 확진됐다.

한달가량 하루 확진자 수가 30만명을 오르내리며 돌봄 인력 부족은 현실이 됐고, 이는 환자관리 소홀로 이어진다. 대전 한 요양병원에 장모를 모셨다는 인아무개(46)씨는 “장모가 확진자가 많이 나온 시기 욕창이 생겨 고생하셨다”고 말했다. 같은 지역 요양보호사 김아무개(61)씨는 “감염 우려로 목욕은 엄두도 못낸다. 제때 제대로 식사를 하시는지, 불편한 점은 없는지 등을 살펴야 하는데 다들 지치니 식사만 배급하고 그냥 치우는 게 현실”이라고 귀띔했다. 요양보호사 이아무개(64)씨는 “1명이 17~30명이나 되는 어르신들을 돌봐야 하는 상황이다. 원래는 아침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일하는데 이제 밤 10시까지 일한다”며 “현장에선 너무 힘들어 ‘차라리 코로나 걸리고 싶다’는 말까지 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인천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 이아무개(49)씨는 “어르신 마스크에 가래가 묻는 등 더러워져도 갈아주지 못한다. 방역복도 그때그때 갈아입어야 하지만 갈아입기 불편해 아예 입지 않기도 한다”고 했다. “보건소 등에서 점검하지도 않는다. 요양시설에 얘기해도 정부에선 ‘나중에 소급해줄 테니 먼저 사서 쓰라’며 방역물품 구매비를 내려보내지 않는다고 한다”며 “그러니 어느 요양시설에서 사비를 들여 방역물품을 사겠냐”고 덧붙였다.

김미숙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요양보호사노조 대구경북지부장은 “코로나19 초기에는 정부에서 방역물품 지급, 소독 등을 해줬는데 최근에는 시설에서 알아서 해야 하는 상황에 다다랐다”고 말했다. 최현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시립요양원 분회장은 “요양병원 구조가 독립된 격리공간이 없고, 확진자만 전담하는 인력운용도 불가능하다”며 “확진자를 병원으로 이송해도 사실상 어렵다. 119에 실려 간 어르신이 병원이 없어 몇시간 만에 다시 돌아온 적도 있다”고 말했다.

“요양병원은 시스템 붕괴 직전”

현장에서는 의료체계 붕괴를 우려할 상황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코로나19가 발생한 뒤 2년 동안 확진자가 없었다는 대구 남구 대구요양병원에서는 지난달 18일 의료진 가운데 첫 확진자가 나왔다. 발생 초기엔 확진자가 나오면 보건당국과 협의해 감염병전담병원으로 이송했지만, 누적 확진자가 76명에 이른 현재는 병원이 직접 확진자를 관리한다. 김현수 원장은 “확진자가 몇명 되지 않을 때는 전담병원으로 보내 다른 환자를 보호했지만, 지금은 그 임계점을 넘어섰다”며 “전담병원 이송이 무의미할 정도로 병원 내 확진자가 많아졌고, 전담병원에 다녀온 환자 상태가 오히려 안좋은 경우가 있어 어쩔 수 없이 자체 관리한다”고 말했다.

노동훈 대한요양병원협회 홍보위원장은 “현재 간호인력은 평소보다 2∼3배씩 더 근무한다. 인력이 워낙 부족하다 보니 매뉴얼도 만들기 어렵다”며 “지금 요양병원 의료시스템은 붕괴 직전”이라고 말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교수(감염내과)는 최근 요양병원·시설 등 집단감염 양상에 대해 “요양보호사 등이 감염됐는데 대체인력이 없거나, 발생한 환자를 감염병 전담요양병원 병상이 포화해 환자가 병원이나 시설에 남기 시작하면 일이 커진다. 이제는 집단으로 몰아넣기보다 집에서 생활할 수 있게끔 만들어주고 관리하는 식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위치한 종로구 광화문 인근에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요양서비스노조 조합원들이 장기요양 공공성 강화 등 새 정부에 전하는 요구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4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위치한 종로구 광화문 인근에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요양서비스노조 조합원들이 장기요양 공공성 강화 등 새 정부에 전하는 요구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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