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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70여년 전 사라졌던 황새, 예산에 돌아왔다

등록 2022-04-21 16:51수정 2022-04-22 02:48

예산 대술면에서 번식한 방사 2세대 황새 부부 둥지
일제강점기 ‘황새 번식지 기념비’까지 있던 마을
한국전쟁 뒤 자취 감춘 황새…70여년 만에 돌아와
충남 예산 대술면 궐곡리에 있는 인공 둥지에서 부화한 황새 새끼들. 예산황새공원 제공
충남 예산 대술면 궐곡리에 있는 인공 둥지에서 부화한 황새 새끼들. 예산황새공원 제공

일제강점기 ‘황새 번식지’로 기념비까지 세워졌던 마을에 70여년 만에 다시 황새가 찾아와 둥지를 틀고 새끼를 낳았다.

충남 예산군은 21일 예산황새공원에서 방사한 황새의 자식들(방사 2세대)이 대술면 궐곡리에 있는 인공 둥지에 자리를 잡고 새끼 2마리를 부화했다고 밝혔다. 번식한 황새 부부는 모두 방사 1세대 부모로부터 태어난 야생 황새다. 수컷 ‘행운’이는 2018년 예산에서 태어나 2∼3년 러시아와 중국에서 지내다 번식 연령이 돼 우리나라로 돌아왔다. 암컷 ‘현황’이도 2017년 예산에서 태어나 북한과 우리나라 전역을 여행하며 지내다 예산으로 돌아와 행운이를 만났다.

충남 예산 대술면 궐곡리에 있는 ‘천연기념물 황새 번식지’ 기념비. 예산황새공원 제공
충남 예산 대술면 궐곡리에 있는 ‘천연기념물 황새 번식지’ 기념비. 예산황새공원 제공

‘행운이와 현황이’ 부부가 둥지를 튼 궐곡리는 1940년대까지 황새가 살던 마을로 일제강점기 총독부가 ‘천연기념물 황새 번식지’라며 기념비까지 세운 곳이다. 하지만 한국전쟁 이후 이 마을에선 황새가 종적을 감췄다. 천연기념물 199호인 황새는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자료목록에 위기종으로 분류된 국제보호조로 지구상 생존 개체 수도 2500마리 이하다. 우리나라 전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텃새였지만, 1970년 충북 음성에서 번식하던 황새가 희생된 뒤 야생 텃새는 완전히 사라졌다.

이후 1996년 한국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이 러시아·독일 등에서 황새를 들여와 인공 번식, 자연 부화 등에 성공해 황새 개체 수를 늘리고 있다. 예산군·문화재청 등은 2015년 예산군 광시면에 황새공원(13만5669㎡)을 조성한 뒤 해마다 황새를 자연 방사하고 있다.

김수경 예산황새공원 선임연구원은 “한국전쟁이 끝나고 이 마을에서 황새가 사라졌다는 주민들 증언이 있다”며 “60∼70년대 박제용으로 황새가 밀렵의 대상이 되며 개체 수가 줄었고, 그나마 남아 있던 황새는 농약 중독 등으로 폐사했다”고 설명했다.

궐곡리 주민들은 돌아온 황새에 들뜬 분위기다. 번식 기간 인공 둥지탑이 있는 마을 길을 피해 돌아다니며 주의를 기울이기도 했다. 신양순 궐곡리 이장은 “우리 마을에 다시 황새가 둥지를 트는 역사적인 일이 생겨 매우 뿌듯하다”며 “청정한 우리 고장에서 황새와 사람이 다시 어우러져 살게 된 것이 뜻깊고, 길조인 황새가 다시 찾아와 마을이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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