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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루페 “총으로 싸우는 전쟁은 그만…스포츠로 평화 함께 일궈요”

등록 2022-06-01 08:00수정 2022-06-01 08:45

‘올림픽 난민선수단장’ 테글라 로루페

마라톤 ‘세계신’ 2차례 세운 케냐 영웅
2003년 재단 세워 평화·여성인권 운동
2013년부터 케냐 난민촌에서 선수 발굴
리우·도쿄 올림픽 ‘난민팀’ 출전 시켜

2024강원동계올림픽 앞서 초청 방한
“남북도 스포츠 교류로 대화 나서길”

“서로 총으로 싸우는 전쟁이나 정치적 분쟁 대신 스포츠를 통해 경쟁하면 열린 마음으로 상대를 이해하게 되고 통합과 평화를 일굴 수 있습니다.”

여자마라톤 세계신기록을 두 번이나 경신한 케냐 육상계의 전설이자 세계적인 평화·여성 인권 운동가인 테글라 로루페(49·사진) ‘테글라 로루페 평화재단’ 대표는 ‘스포츠를 통한 평화’를 거듭 강조했다.

‘2024 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을 앞두고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13개 나라 청소년 선수단 113명과 함께 강원도를 방문 중인 테글라 로루페를 지난 30일 평창·강릉 일원에서 만났다. 강원도가 열대 지역 청소년 선수들을 초청해 평창과 북한의 마식령에서 전지훈련을 하기 위해 추진중인 ‘눈없는 나라 동계스포츠 청소년 지원사업' 1차 전지훈련에 참가한 것이다.

“시골에서 자라면서 7살 때부터 학교에 가기 위해 매일 10㎞를 달린 게 장거리 육상 선수가 된 계기가 됐어요. 그때만 해도 아프리카 여성 중 운동선수가 없어 아버지가 반대하셨고 케냐 선수협회에서도 아프리카 여성이 유럽 선수를 이길 수 없다며 대회 참가를 말렸지만 포기하지 않았죠. 어릴 때부터 단련이 됐고 기록에 관한 승부욕이 강해 편견과 장벽을 깨고 성공할 수 있었던 것같아요. 아프리카 여성 선수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 좋았습니다.”

로루페는 1994년 뉴욕마라톤대회에서 아프리카 여성 최초로 우승한 뒤, 1998년 로테르담대회와 1999년 베를린대회에서 잇따라 세계신기록을 경신하는 등 각종 세계대회를 휩쓸며 케냐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그는 은퇴 한 뒤 2003년 자신의 이름을 딴 평화재단을 만들어 스포츠를 통한 평화와 교육, 환경, 여성 인권, 난민을 위한 평화사업을 꾸준히 펼쳐오고 있다.

2015년 케냐에 400명 규모의 유치원·초등 과정의 학교를 세운 그는 “어려서부터 분쟁으로 피해를 겪는 아이와 여성들을 많이 봤지만 도울 수 있는 힘이 없어 안타까웠어요. 스포츠를 통해 서로 이해하고 용서하는 마음을 키우고 싶었고, 교육을 통해 아프리카 여성 인권을 유럽과 비슷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도록 돕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이 학교는 전원 기숙사 생활에 학비는 무료이며 운영비는 재단과 케냐 정부, 유엔개발계획(UNDP), 모나코 왕자, 슬로바키아 대사관이 십시일반으로 지원해준다.

테글라 로루페 평화재단은 내전을 피해 케냐로 몰려든 이웃 나라의 난민들을 훈련시켜 ‘2016 리우데자네이로올림픽’에서 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별도의 국가 단위 팀을 꾸려 ‘난민 올림픽 대표팀’(ROA)을 출전시켰다. 남수단, 시리아, 콩고민주공화국, 에티오피아 등 3개 종목에 출전한 10명의 난민 선수단은 국기 대신 오륜기를 들고 개막식에 입장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대회가 끝난 뒤 그는 “스포츠는 우리에게 현명함과 용기를 주었다. 우리는 이를 바탕으로 희망을 잃지 않기 위해 싸우는 법을 배웠다”고 역설했다. 난민 대표팀은 이후 ‘2021 도쿄올림픽’에서 아프가니스탄 등 11개 나라 출신 29명이 12개 종목에 출전해 선수단 규모가 3배가량 커졌다.

두 대회 난민팀 선수단장은 자연스럽게 출전을 처음 제안한 로루페 대표가 맡았다. 그는 2013년부터 케냐의 난민촌에서 남수단인들을 위한 육상대회를 열어 선수를 발굴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출전시켜달라고 졸랐고, 결국 토마스 바흐 아이오시 위원장으로부터 승락을 받아냈다.

그가 난민선수단 구성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어릴적 경험 때문이다. 그가 자란 케냐의 웨스트 포콧 마을은 우간다와 수단 사이에 자리해 크고 작은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케냐는 누구든 환영하는 평화로운 국가여서 난민이 많지요. 난민들이 본국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고, 본국에 돌아간 뒤 분쟁 대신 스포츠를 통한 평화 메시지를 전파해 본국에서 좋은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되도록 돕고 싶어요.” 그는 이어 “난민 선수들이 비자 발급 등 행정절차가 까다로운데다 부정적인 시선으로 상처를 많이 입었다. 앞으로는 난민이 아닌 선수로, 전체 선수단 중 하나의 팀으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유엔 스포츠연합대사를 맡으며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스포츠 평화 대통령'이라 불리는 로루페 대표는 두 차례 하계올림픽에 이어 사상 첫 난민팀의 동계올림픽 출전을 꿈꾸고 있다. 그동안 동계스포츠는 아프리카, 중동 등 눈이 내리지 않는 지역 출신이 많은 난민 선수들에게 진입 장벽이 높았다. “2024 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 지원위원회에서 난민을 포함해 동계스포츠에 취약한 눈없는 나라 청소년을 초청해 훈련을 지원해줘 매우 고맙게 생각해요. 전쟁과 분쟁 때문에 참여하지 못한 난민 청소년들이 동계스포츠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본국에 돌아가 동계스포츠 발전에 기여해주면 좋겠습니다.”

테글라 로루페는 “남과 북도 전쟁을 막기 위해 스포츠를 통한 대화가 필요하다”며 “2024 청소년올림픽을 남북한 공동개최 할 수 있도록 힘껏 돕겠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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