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향군인회 표창 이어 우석대 명예박사학위 받아
“진짜 영웅은 스스로를 구한 피난민입니다”
“그날의 진정한 영웅은 구조대원이 아니라, 목숨을 걸고 탈출한 북쪽 피난민들입니다.”
6·25 당시 미국 화물선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일등선원으로 ‘흥남 철수’ 작전을 도왔던 미국인 로버트 러니(79·변호사)씨가 24일 전북 우석대 졸업식에서 명예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김영석 우석대 총장은 이날 “상선인데도 불구하고 전쟁이 한창인 1950년 12월 위험을 무릅쓴 채 피난민을 구출한 그의 인도주의적 희생정신과 역사적인 기록을 제대로 확보한 성실함 등을 높이 평가해 학위를 수여했다”고 밝혔다.
1950년 12월22일, 7600t급 화물선 빅토리호는 중공군이 밀려오는 급박한 상황에서도 피난민 1만4천명의 피난민을 싣고 흥남항을 출발했다. 부산항에 다다랐지만 정박할 수 없는 형편이어서 25일 거제도에 무사히 도착했다. 물과 화장실도 제대로 없는 극한상황에서 기뢰를 뚫고 거제도에 도착하기까지 단 한 명의 희생도 없었다. 오히려 5명의 새 생명이 태어났다.
흥남 철수 작전을 도운 공로로 그는 1958년 대한민국 대통령 표창과 60년 미국에서 ‘용감한 배’ 표창을 받았다. 그는 또 2004년 9월 빅토리호가 ‘한 척의 배로 가장 많은 인명을 구출한 세계기록’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는데 앞장섰다.
빅토리호 구조대원의 인도주의를 기리려는 추모공원(세계 평화 밀레니엄 파크) 조성사업에 매진하는 그는 소중한 인명구조에 기여한 공로로 지난 23일 재향군인회로부터 ‘향군대휘장’을 받았다. 향군대휘장은 향군 명예를 빛낸 사람에게 수여하는 것으로 외국인에게 수여되기는 처음이다. 그는 지난해 5월 거제도에서 열린 흥남 철수 작전 기념조형물 준공식에도 참가했다.
전주/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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