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직접 영향권에 든 5일 오후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해안가에서 집채만 한 파도가 지나던 차량을 덮치고 있다. 연합뉴스
초강력 태풍 11호 힌남노가 한반도에 접근하면서 제주와 남해안 일대를 중심으로 전국에 피해가 잇따랐다. 강풍과 폭우를 동반한 태풍이 한반도를 통과하는 6일 오전을 정점으로 크고 작은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힌남노는 6일 오전 경남 해안 지역에 상륙해 내륙을 통과한 뒤 동해상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전역에 태풍경보가 내려진 제주를 비롯한 남해안에선 5일 잇따라 피해가 보고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밤 11시 현재 제주에서 주택 2채와 차량 2대가 물에 잠기는 피해가 났다고 집계했다. 밤 10시 현재 제주 윗세오름엔 859.5㎜의 비가 내리고, 삼각봉에선 초속 34.5m의 강풍이 관측됐다. 지난 4일 시간당 106㎜의 폭우가 쏟아진 서귀포시 대정읍 지역과 인근 제주시 한경면 지역에선 주택과 농경지, 도로 등이 침수되고 주택 담장이 무너지는 등 50건의 크고 작은 피해가 잇따랐다.
최대 600㎜의 폭우가 예상되는 부산·경남·경북 등에선 태풍 피해에 대비해 취약 지역 주민 2900여명을 대피시켰다. 전북 지역에선 어선 3173척이 군산·부안·고창 지역의 항·포구로 대피하는 등 출항을 자제하고 항구에 모여 선체를 결박하면서 태풍 피해에 대비했다. 제주와 호남 지역에선 한라산과 다도해, 무등산 등 22개 국립공원의 609개 탐방로가 전면 폐쇄됐다. 제주에서 출발하는 항공편 전체를 비롯해 국내선 항공기 수백편이 통제됐고, 72개 항로를 운항하는 여객선 99척의 발이 묶였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5일 저녁 8시부터 6일 오후 3시까지 힌남노 피해가 예상되는 케이티엑스(KTX)와 무궁화호 등 일반열차 317편의 운행을 중단했다.
각급 학교도 휴교 또는 원격수업으로 전환해 피해 예방에 나섰다. 서울에선 6일 모든 유치원과 초등학교의 등교수업이 중단된다. 중학교도 휴교 또는 원격수업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제주도 278개 학교가 원격수업을 하고 24개교는 휴교, 8개교는 단축수업을 한다. 이밖에 부산·울산·경남·광주·전남·충북 등의 대다수 학교도 원격수업이나 단축수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기상청은 6일 “제11호 태풍 힌남노는 오전 0시10분 제주 성산 남남동쪽 약 60㎞ 해상에서 중심기압 940헥토파스칼, 중심 부근 최대 풍속 169㎞/h, 47m/s를 유지한 채 ‘매우 강’ 상태로 시속 32㎞의 빠른 속도로 북동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상청은 힌남노의 중심이 6일 오전 7시께 부산과 양산에서 각각 40㎞, 20㎞ 지점을 지날 것으로 예상했다. 한상은 기상청 총괄예보관은 “태풍 힌남노가 제주를 지나 경남 남해안에 상륙하는 시점까지도 강한 위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순간최대풍속이 초속 15m가 넘는 강풍은 반경 400㎞ 이상을, 순간최대풍속이 초속 25m가 넘는 폭풍은 반경 150㎞ 이상을 유지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전종휘 기자, 이근영 선임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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