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유람선에 오른 어린이들이 마른 멸치를 들고 갈매기들을 부르고 있다. 서울한강공원사업소 제공.
[도시와생활] 새우깡 대신 영양만점 멸치로 유혹
아이들이 손에 마른 멸치를 한 줌씩 쥐고 있다. 멸치를 물 위에 흩뿌리자 갈매기 떼가 유람선 뒤를 따랐다. 하늘은 흐릿하고 빗방울이 떨어졌지만 아이들은 괘념치 않았다. 갑판 위로 몰려나와 갈매기떼를 좇는 눈길이 분주하다. 지난달 28일 여의도선착장에서 출발한 한강유람선은 아이들의 재잘거림으로 가득찼다. 서울시한강시민공원사업소가 올봄 ‘한강 철새와 함께 하는 청소년 유람선 투어’에 아동복지시설의 어린이 140여명을 초청한 것이다. 봄을 맞은 한강엔 특별히 반가운 손님이 있다. 봄 소식을 전해주는 괭이기갈매기다. 우리나라 바닷가에서 사는 텃새인 괭이갈매기는 해마다 3월께면 번식지인 서해안 무인도로 가기 직전 한강으로 몰려든다. 올해는 일주일여전부터 괭이갈매기가 한강에서 어른거렸다고 한다. 아이들이 마른 멸치를 던져 괭이갈매기를 찾았으나, 아직은 겨울 철새인 재갈매기가 대부분이었다. 괭이갈매기보다 재갈매기는 덩치가 크지만 겁이 많아 아이들 손바닥에 앉을 만큼 대담하지 않다. 반면 괭이갈매기는 영리하고 호기심이 많아 사람들에게 서슴없이 다가온다. 인천 앞바다에서 새우깡을 들고 있으면 덥석 낚아채는 놈들이 괭이갈매기다. 갈매기와 더 가까워지고 싶었던 아이들은 아쉬운 표정이었다. 하지만 금세 다른 놀거리가 나타났다. 유람선이 밤섬 근처에 이르자, 청둥오리, 고방오리가 떼를 지어 떠 있다. 서로 보겠다며 망원경 뒤에 길다랗게 줄을 섰다. 바닥에 떨어진 멸치 부스러기를 알뜰하게 주워 물위에 뿌려주던 이재성(10)군은 “한강 유람선을 타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한강에서 갈매기를 직접 보는 것이 제일 신기하다”고 말했다. 홍유진(13)양도 “청둥오리가 귀엽다”며 망원경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경희대학교 자연사랑 동아리 ‘아리’에서 나온 학생 2명이 도우미로 나섰다. 지승재(20·생물학과)씨가 마이크를 잡고 설명을 시작했다. “갈매기가 나타나면 망원경으로 잘 살펴보세요. 부리 끝에 검은색 띠가 보이면 괭이갈매기입니다. 보이시나요?” 퀴즈도 냈다. “세상에서 제일 작은 새가 뭘까요?” “병아리요!” 천진한 답이 되돌아온다. 지씨는 “갈매기들이 많아서 떼로 몰려들면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는데, 오늘은 날씨가 좋지 않아 새들이 잘 안보여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새들은 기압이 낮고 흐린 날에는 잘 활동하지 않는다고 한다. 한강대교와 밤섬, 양화대교를 거쳐 다시 여의도로 돌아오는 코스가 모두 1시간 30여분 만에 끝났다. 아이들은 나중에 초봄 한강유람선에서 보낸 이 짧은 시간을 어떻게 기억할까. 봄비처럼 추억도 방울방울 맺히면 좋겠다. 서울시한강관리사업소는 이달 31일까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괭이갈매기 탐조유람선’을 운영한다. 오전 11시30분, 오후 1시30분과 3시30분 하루 세차례 출발한다. 어른 9000원, 어린이 4950원. 문의 02)3271-6900.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 |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